행복은 타인과의 유대에서 완성된다

이번 호 가상인터뷰에서는 울산공장 생산지원팀의 이진훈 사우와『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으로 아들러 열풍을 일으켰던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본질적인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어린왕자가 만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행복은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이진훈 사우 ▶ 안녕하세요. 울산공장 생산지원팀 소속의 이진훈입니다. 이번호 주제는 행복인데요, 저는 행복을 ‘소확행’, 즉 ‘소소한 것에서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것’ 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린왕자 님은 전세계인에게 행복의 의미를 일깨워준 동화의 주인공이고 아들러 님은 행복해질 용기를 강조하신 심리학자이신데 두 분은 행복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린왕자 ▶ 소행성 B612를 떠나 여행을 하며 들은 얘기 중에 사막에서 만난 여우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너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의 많은 소년과 여우에 불과하지만, 너와 내가 서로를 길들이면 우리는 특별한 관계가 된다” 는 말이었어요. 저는 행복도 무언가에 애정을 가지고 길들이면서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겐 일이라 생각되는 뜨개질이나 정원 가꾸기가 다른 이에겐 행복인 것처럼 말이죠. 제가 살던 소행성 B612는 고작 집 한 채 크기의 작은 곳인데 제 유일한 친구는 장미였어요. 저는 비좁은 소행성을 벗어나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지구에 와서야 제가 장미를 길들였고, 장미 또한 저를 길들였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우리는 특별한 관계였고 그게 행복이었던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소확행’이란 멋진 말을 해주신 사우님은 꼭 사막에서 만난 친절한 여우처럼 느껴져요.

알프레드 아들러 ▶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제 이름을 딴 ‘아들러 열풍’이 불었다지요. 이는 그동안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않았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듯하여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어려서 구루병에 걸려 장애를 입은 데다가 어린 남동생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지요. 부자유스러운 신체 조건에 학교 성적도 좋지 않아 열등감도 있었는데 어린 시절 이런 경험 때문에 사람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어른이 된 후 내과의사로 성공한 편이지만 결국 저는 심리학자가 됐고 ‘인간이해의 심리학’을 정립하게 되었지요. 저는 인간의 모든 고민은 관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아들러 열풍’이 생긴 것도 그만큼 관계에서 오는 좌절과 불안이 컸던 이유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다른이와 인격적 관계를 맺는 것에서 행복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인정받고 그리고 책임을 진다는 뜻입니다. 행복은 이렇게 상식적이고소박한 것에서 시작하지요.

“저만의 행복, 소소한 일상에서 느낍니다”

이진훈 사우(1988~)
울산공장 생산지원팀에서 근무하는 이진훈 사우는 자재·부산물 관리 및 외주계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산다는 그는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을 찾기 위해 욕심내지 않는 삶을 강조하는 그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행복의 유무를 결정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고자 노력하는 사우이다.

행복의 조건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
이진훈 사우 ▶ 두 분께 행복의 의미를 들으니 저 또한 새롭습니다. 저 역시 행복하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욕심은 끝이 없어 한없이 갈망만 하다 보면 점점 욕망에 사로잡혀눈앞의 행복을 놓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전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가장 행복한순간은 바로 가족과 맛있는 식사를 할 때입니다. 두 분께서는 행복의 조건을 어떤 것들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린왕자 ▶ 소행성 B612를 떠난 후 어떤 별에서 얼굴이 시뻘건 상인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는 꽃 향기를 맡아 본 일도 없고, 더하기밖에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었죠. 그리고 온종일 “바쁘다 바빠”를 중얼거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자기가 바쁜 상인이라는 걸 내세우고 잔뜩 교만을 부렸죠. 또 모든 걸 돈으로 계산해야 이해하는 어른들도 있었어요. 창틀에 제라늄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붉은 벽돌집을 보았다고 말해도 “그게 뭐지”하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10만 프랑 짜리 집을 보았다고 해야 그제서야 감탄하는 어른이었어요. 모든 걸 숫자나 돈으로 계산하면 다른 사람의 진심을 알아챌 수 없잖아요. 그런 건 소행성을 파괴하는 바오밥나무 같은 거에요. 그냥 내버려두면 뿌리로 끝없이 땅을 파헤치고 결국은 자신의 터전인 소행성마저 파괴시키는 탐욕스런 나무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사우님의 말씀처럼 진짜 행복은 욕심을 버리고 다른 이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에서 찾아온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해요. 큰 욕심없이 함께 맛있는 것을 먹을 때가 행복하다는 사우님이 대단해 보여요. 사우님은 정말 제가 사막에서 만났던 여우처럼 지혜로우시네요.

알프레드 아들러 ▶ 사실 인생에서 돈은 무척이나 중요하지요. 돈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지식, 그리고 건강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거나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겠지요.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가지고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즉,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지식을 쌓고 또 건강을 유지하더라도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슬프게 만들거나 해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반대로 여러 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주어진 조건 안에서 삶의 가치관을 긍정적으로 바꾼다면 어느새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무조건 순응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신의 주관을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미움 받는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주관에 따라 용기를 내어 다른 이들 앞에 당당히 서야 합니다. 새로운 관계, 즉 타인과의 유대 속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미움받을 용기’이자 ‘행복해질 용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느껴야 해요”

어린왕자(1943~)
프랑스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의 주인공으로 비행기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만난 소년이다. 소행성 B612에 살다가 장미꽃을 남겨 두고 우주의 수많은 별을 여행한 후 지구로 온 어린왕자. 한 마리 여우를 만나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다른 존재를 길들여 인연을 맺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이 세계 속에서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장미꽃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노란 뱀에 물린 후 비로소 자신의 별로 돌아간 어린왕자, 동심을 잃고 사는 어른들에게 본질적인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행복은 ‘함께’ 누리는 것
이진훈 사우 ▶ 행복이란 자신의 주관을 갖고 세상을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당당히 밝히고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서 얻어진다는 두 분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끝으로 현대제철 사우 여러분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어린왕자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여행 중에 만난 여우와 비행사 아저씨 모두가 저에게는 맑고 깨끗한 우물이었어요. 저는 친구가 필요했고 우주의 모든 곳에서 서로 마음을 열 때마다 우리는 친구가 됐어요.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은 제가 장미를 사랑했고 장미 역시 저를 사랑했음을 일깨워줬습니다. 제가 소행성 B612호로 돌아가기로 용기를 낸 것은 여행 중에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덕분이에요. 여러분이 나중에 저를 떠올리실 때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그래서 행복감을 느끼신다면 저 또한 제 행성에서 장미와 함께 더욱 행복할 것입니다.

알프레드 아들러 ▶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갑질논란이나 미투 등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지요.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가진 것을 기준으로 관계를 규정짓는 불행한 관점 때문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에서 시작해 직장이나 사회적 동료로 이어지는 공동체가 중요합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공동체 속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이야말로 존엄성을가진 인격체로서 진정한 식구가 되는 행복의 시작이자 완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취재지원_김종해(울산공장 기자)

“행복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만드는 것이지요”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
대한민국에 ‘용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자 정신의학자. 프로이트, 칼 융과 함께 <현대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그의 심리학을 해설한 책 『미움받을 용기』는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내에서 ‘최장기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들러는 자유와 행복은 모두 환경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닌 ‘용기’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우리 안에 변하고자 하는 용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용기, 미움받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지고 또한 행복해질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