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뛰어넘는 힘, 개척

당진제철소 열연정비팀의 신우영 사우가 만난 시대를 앞서간 개척자와의 가상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과 동양의 이사도라 던컨으로 비유되는 무용가 최승희를 만나 개척의 의미와 개척자가 되기 위한 조건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성공하고 싶다면 행동해야 합니다”

신우영 사우(1965~)
설비유지 보수와 개선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각종 제안 활동, 분임 활동, 특허, 봉사활동, 중·고교 직업 진로 지도 강의와 멘토링 등에 매진하고 있다. 2009년 국가품질명장이 되었고 2013년 기계정비분야에서 대한민국명장이 된 그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며 후배들에게 “성공하고 싶다면 행동하라.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곳이 꿈 터이고 ‘행동’이 답이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신우영 사우안녕하세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정비팀에서 일하고 있는 신우영입니다. 오늘의 주제인 개척과 관련하여 인공지능과 기술적 특이점 분야의 공학자이자 미래학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하신 레이 커즈와일 님, 그리고 우리나라 무용계의 선구자 최승희 님을 모셨습니다. 사실 아무도 가보지 않는 길을 걸어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찬사를 얻은 두 분은 개척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승희제가 처음 무용을 시작할 당시 조선은 일제 치하로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집안 사정도 궁핍해서 처음 춤을 배우러 일본으로 떠날 때는 기생으로 팔려간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지요. 다행히 저에게는 좋은 일본인 스승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조선의 무용을 하라고 가르침을 주었고 저는 조선의 방방곡곡을 다니며 기생과 무당, 여승과 평범한 아낙네의 춤을 보고 연구했지요. 아무런 기준도 없는 현실에서 저는 조선의 춤을 외국의 현대화된 무용 형식에 접목을 시켜야 했어요. 제가 만들어내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초립동’과 ‘보살춤’은 이런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것이었지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은 마치 콜럼버스가 항해도도 없이 막막한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없었던 길을 만드는 것이죠.

레이 커즈와일저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스캐너, 책 읽어주는 기계, 전자 피아노, 애플 아이폰의 음성인식기능 등을 개발하며 컴퓨터 산업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제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통해 ‘인공지능’과 ‘기술적 특이점’ 분야를 알린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특이점이란 것은인류가 발전시켜온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 스스로발전하고 진화하는 경지에 도달하는 지점을 가리키는데요. 저는 이 시점을 2045년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예를 들자면 나노봇을 인간의 뇌에 주입해 뇌세포의 기능을 급격히 증진시킴과 동시에, 뇌는 외부의 인공지능 및 통신을 통해 직접 연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앞으로 10~20년 안에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아이들을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아인슈타인 수준의 천재로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재들은기술발전을 보다 가속시키겠지요.
저의 예상은 스티븐 호킹과 같은 과학자는 물론 빌 게이츠, 엘론 머스크, 손 마사요시 같은 세계적 기업인에게 큰 영향을 주었지요. 물론 저 역시 구글의 기술이사로 재직하며 인공지능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기도 하고요.

“도전은 불꽃 같은 자유를 줍니다”

최승희(1911-1967)
우리나라 최초로 서구식 현대적 기법의 춤을 창작하고 전통무용을 창작무용에 응용해 칼춤과 부채춤, 승무 등을 현대화하는데 성공해 조선의 대표적 무용가로 떠올랐다. 1936년부터 4년간 세계무대로 진출, 미국과 중남미 지역까지 이름을 떨쳤다. 일제의 강요로 일본군 위문공연을 하고 일본 전통무용을 소재로 삼은 탓에 광복 후 친일파라는 오명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한국 현대 무용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이자 한국을 넘어 동시대 아시아 최고의 춤꾼으로 기록되고 있다.

개척,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
신우영 사우개척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도전으로 이루어진다는 두 분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 역시 명장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평일 저녁은 물론 주말에도 대학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생활을 다년간 유지했습니다. 이런 생활의 바탕에는 할 수 있다는 긍정 마인드와 실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두 분께 개척의 근본이 되는 긍정 마인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고 싶습니다.

최승희개척에 있어 긍정적인 태도와 실천이 중요하다는 사우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는 조선의 춤을 작품 속에 녹여내면서 여러 가지 시련을 겪었습니다.
어렵게 조선의 춤을 익히고 제 작품에 투영시켰지만 제가 만든 무용 작품이 조선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저는 제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가졌고 용기 내어 저만의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저를 세계적으로 무용수로 만든 1938년의 해외공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선보인 것은 ‘초립동’ 과 ‘보살춤’이었습니다. 그리고 반주는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함께 장구와 피리를 사용했지요.
제 춤은 파블로 피카소, 장 콕도, 로맹 롤랑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유럽의 한복판에서 조선이 움직인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지요. 만약 제가 조선의 형식에만 집착했다면 제 춤은 당시 요정에서 기생이 추는 춤을 그대로 재현한 것에 불과했을 겁니다. 그러나 동서양의 무용을 모두 섭렵하고 그 기반 위에서 창작을 했기에 세계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레이 커즈와일최승희 님의 조언과 비슷한 얘기가 제 분야에도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기술적 특이점 분야에서 핵심 개념으로 언급되는 ‘수확가속의 법칙(Law of Acceleration Returns)’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 법칙은 ‘새로운 기술은 이전 세대 기술의 기반을 토대로 가속된다’는 원리인데요. 사실 스티븐 호킹이나 엘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의 미래와 관련하여 그 부작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작용만을 걱정하면 전기나 자동차, 다이너마이트나 항생제도 사용하기 꺼려질 겁니다. 인간은 부작용을 대비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리라 확신합니다. 물론 제가 예측하는 미래에 대해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감축, 대대적인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한 사회변동, 인간과 기계의 결합에 따른 정체성의 문제 등이 그런 걱정입니다. 사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는 벌써 현실화 되었습니다. 2016년 구글에서 개발한 알파고가 인간 프로 바둑기사를 이겼는데, 인간의 묘수를 응용한 알파고 조차 새로운 버전의 알파고에 의해 완벽하게 극복됐으니 말이죠. 특히 새로운 알파고의 묘수는 인간 프로 바둑기사들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니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승희 님이 그게 무슨 조선의 무용이냐는 말을 두려워 하지 않으셨듯이 저 역시 다가올 미래에 대해 긍정 마인드를 가지고 대처하고 싶습니다.

“개척, 스스로를 확장시키는 힘입니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1948~)
21세기 에디슨이라 불리는 레이 커즈와일은 발명가이며 사상가이자 미래학자다. 유명한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2045년까지 나노공학, 로봇공학, 생명공학의 발전 덕분에 인간의 수명을 무한히 연장시킬 수 있게 되고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1980년대에 이미 인터넷 웹과 검색, 3D프린터를 예측한 바 있으며 그가 책을 통해 주장한 147개의 과학적 예측 중 지금까지 126개가 실현됐다.

개척, 처음 찾아오는 아이디어를 버리지 않기
신우영 사우두 분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 역시 회사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많은 명장 후보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어떤 목표치까지 채우고 나서 그 수준에 만족하고 멈추더군요. 그리고 자신이 아는 지식의 틀에 갇혀 노하우를 나누지 못하는 모습도 보고요.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개개인과 기업에게 필요한 개척 정신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승희훗날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회상했듯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제 작품은 ‘보살춤’입니다. 광채가 나는 보석과 구슬을 꿴 줄을몇 가닥 몸에 걸친 반나체의 모습으로 손동작은 보살의손처럼 인간의 번뇌를 표현하며 피안에 다다르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담았죠. 그러나 남녀 구분이 엄격한 당시의 현실 속에서 반나체의 춤을 추기란 정말 어려운일이었습니다. 당시 모처럼 공연을 보러온 어머니조차반쯤 벗은 제 몸을 보며 충격을 받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러나 사회적 통념을 벗어났기에 무용의 새로운길을 개척했지요.
‘석굴암의 벽조’라는 작품도 생각납니다. 제가 이 작품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중국 공연시 운강 석굴에서오만 개가 넘는 불상을 본 것이 계기였죠. 전 석불을 본순간 온몸에 전기가 흐른 듯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명이 없이 정지된 저 조각의 선이 움직인다면 어떨까. 이불상들의 자태를 동양 발레로 살린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무용이 되겠지.’ 이게 그 순간 떠오른 영감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순간을 행동으로 옮기는것입니다. 저 역시 아이디어를 작품화하였기에 세계무용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쓸 수 있었겠지요.

레이 커즈와일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더더욱 어렵겠지요. 최승희 님은 통념에서 벗어난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꺼이 받아들여주는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술가의 아이디어는 개인적 차원에서 충분히 작품화될 수 있지만, 기술분야처럼 보다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아이디어는 기업이나 국가의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명장이 되기까지 얻은 노하우를 기꺼이 나누려는 신우영 사우님의 모습과 그런 사우님을 신뢰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회사의 미래는 밝다고 하겠습니다. 부디 모든 사우님들과 지식을 나누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