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은 꿈을 이루는 동력”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정숙 대표

kBS아나운서로서 20년간 ‘말’을 업으로 삼아왔고, 미국 유학 후 스피치 컨설턴트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대화 전문가 이정숙 소장. 어린 나이에 동생들을 책임져 변호사와 대학교수로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특별한 교육철학을 세운 뒤, 그녀만의 대화법으로 개성 강한 두 아들을 세계적 인재로 키워냈다. 이정숙 소장을 만나 자율의 중요성을 짚어보고 제대로 교육하고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들어보았다.

“꿈을 성취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지면 사람들은 계속 설계하고 이루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렇게 채워진 인생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므로 주인공이 될 수 있죠. 스스로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사회는 건강해집니다.”

Q. 최근 소장님께선 자녀의 인성과 성공을 이끈 육아 베테랑으로서 주목 받고 계십니다.
<양육의 신>이라는 책도 출판하셨는데요. 저희 뉴스레터 지면을 통해 간략하게 성공 비법을 소개해 주신다면?
요즘 둘째 아들이 유명세를 타고 있어 더욱 주목해 주시기는 하는데, 과정에서는 저도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특히 저는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들 어렸을 때 잔소리 하며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말을 할 시간이 없었어요. 아이들을 봐 줄 여유가 없었죠.
단지 하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내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것. 아이들에게 책 읽으라고 강요했다면 안 봤을 테지만 엄마 손에 늘 책이 있었기 때문에 부모의 모습에서 관찰한 것을 아이들이 스스로 실천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 해본 기억은 없습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의 희망이나 꿈에 직접적으로 잔소리하며 관여한 적이 없어요. 다행히 스스로 찾아서 꿈을 꾸고 성취하며 제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큰 아들은 세계적 건축회사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작가로서 TV출연도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두 아들 모두 스스로의 인생에 만족하며 행복해 합니다.여전히 공부하는 것을 가장 즐거워하지요.
가끔 저에게 자녀가 꿈이 없어서 고민이라며 하소연하는 부모가 있습니다. 저는 부모가 자식에게 황당한 꿈을 주입해서그런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이들이 스스로 트랙을짤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하는데, 이루지 못할 꿈을 부모가 설계해 일괄적으로 배포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아이는 관심도 없는 변호사, 판사, 의사 등의 꿈을패키지로 만들어 주입하면 그것을 이루고도 불행을 느끼는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혹은 너무 과한 꿈을 이루기 위해어려운 현실에 반복적으로 부딪히면서 스스로 절망의 밑바닥에 있다고 여기고 나약해지기도 하는 것이고요.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루저로 생각하기도하구요.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동경하면서 말이죠.그것은 매우 잘못된 현상입니다.

Q.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아이들이 꿈과 공부라는 단어에 오염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고 강요당하는데, 정작 아이들은 학교 공부에 매몰돼 있다 보니 꿈을 꾸기도 전에 공부의 묘미를 느끼기도 전에 질리는 것입니다. 꿈이 없다고 다그치고 걱정할 게 아니라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게 해야 하죠. 그리고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등대의 역할을 하는 정도로 기다리면 되는 것이죠. 무엇이 되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원대함도 꿈이 될 수 있지만, 부모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내가 물려받아 대를 잇겠다는 바람도 꿈이 될 수 있죠. 어느 쪽이든 그 꿈은 스스로 꾸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소박한 바람은 흔히들 꿈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데, 작고 소박한 꿈일수록 이루기 쉽고, 이루고 나면 또 다른 꿈을 설계하는 일도 수월해져요. 꿈을 성취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지면 사람들은 계속 설계하고 이루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렇게 채워진 인생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므로 주인공이 될 수 있죠. 스스로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사회는 건강해집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죠. 그렇지 못한 경우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지금의 사회현상이 반증하고 있다고 봐요. 지금의 현상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Q. 가정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결국 될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햇볕이 있지만 그것이 소리가 들리거나 향이 있지는 않잖아요. 그저 따스할 뿐이죠. 부모나 조직의 리더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정을 알아가며 성취를 느낄 수 있어야 실패해도 절망하지 않고 책임질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었을 때 말이죠.
저 또한 간섭을 안 했다 뿐이지 부모로서 설계를 안 해준 것은 아닙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하는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해야겠죠. 꼭 필요한 책, 흥미로워 할 것 같은 책은 미리 사다 두고 읽도록 유도를 많이 했어요. 한창 질문이 많아질 성장기에는 제가 답을 찾아줄 시간도 능력도 안되니까 되려 아이들에게 엄마도 잘 모르겠으니 답을 찾거든 알려달라고 부탁했었죠. 그랬더니 엄마를 가르쳐주는 일이 재미있었는지 열심히 검색하고 찾아서 답을 가져오더군요. 틀린 답을 찾아와도 질책하거나 비난하면 안됩니다. 칭찬하고 독려하며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유도해야죠. 덕분에 지금도 사회 문제나 어떤 학설들이 새롭게 나오면 출력해서 제게 가져다 준답니다.

Q.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직장인들에게 조언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화는 모든 관계의 기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모든 대화의 주인공은 화자가 아닌 청자라는 것입니다. 청자의 수준과 상황을 이해하는 소통이 진정한 소통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부모가 자녀에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라는 말을 하며 잔소리를 잘 하죠. 하지만 그건 부모의 생각일 뿐이에요. 자녀들은 그냥 듣는 척 할 뿐 딴 짓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대화를 하면 청자의 변화를 유도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대화를 독점하면 소통이 불가능하니까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쌍방향 소통을 하기 위해선 서로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예요. 소통은 모든 관계의 기본인데 기본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삶이 힘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평생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이를 성숙한 어른으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공부해야 합니다. 아이는 가르치는 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배우기 때문이죠. 어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논어에 ‘내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己所不欲勿施於人)’는 말이 나옵니다. 참 실천하기 어려운 일일 겁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이야말로 평생 공부입니다.

Q. 그렇다면 가장 좋은 공부방법은 무엇일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는 반복됩니다. 그 속에 답이 있습니다. 기술은 발전하고 변하지만 인간의 속성은 그리 많이 변하지 않거든요. 지금의 사회 현상이 궁금하고 어지러워 돌파구를 찾고 싶다면 역사를 공부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온갖 인간 군상과 현상 등이 그 안에서 모두 벌어지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어요. 역사 속에서 지혜를 배우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어느 나라 역사이건 희한하고 이상한 사람들은 다 있기 마련입니다. 파레토의 법칙이란 것이 있어요. 전체 결과의 80퍼센트는 원인 20퍼센트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죠.
이런 냉혹한 법칙 속에서도 제대로 원칙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흔들림 없이 자기 뜻을 펼치며 살게 됩니다. 그것을 배우려면 역사 속에서 지혜를 살펴봐야 합니다.
책을 천 권, 만 권 읽었다며 자랑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일입니다. 한 가지 책이라도 깊이 있게 읽고 또 읽으며 이해하고 독파해야 진정한 독서이고 한 가지를 알아도 제대로 알아야 공부라 할 수 있는 것이죠.

Q. 앞으로의 꿈과 함께 현대제철 직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저는 최근에 사진 찍는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배우려 준비 중이에요. 때문에 눈 수술도 했습니다. 그 상태로는 노안이 심해서 사진을 제대로 배울 수 없겠더군요. 기회가 되면 카메라 들고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요. 자랑스러운 아들들이 함께 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요즘 경기도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해 힘들어 하는 모습들을많이 보게 됩니다. 새로 부상하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쇠퇴하는 직업도 많아지고 있죠.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그 안에서 희소성이 생기고 가치가 생기거든요. 외부의 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지켜내다 보면 언젠가는 그 가치를 인정받고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경쟁력을 갖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 꿈꾸는 바를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이정숙은 1975년 kBS에 입사해 20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다가 중학생이던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스피치 이론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공부한 뒤 국내 최초로 스피치 컨설턴트 및 대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남북회담,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컨설팅 등 다양한 경력과 경험이 있으며 현재 기업 최고경영자 및 임원, 정치인들을 상대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리더십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큰 아들은 미시간 대학교 건축과 및 동대학원을 수석 졸업하고 세계적인 건축기업 겐슬러에서 건축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7개 국어를 해 언어천재로 알려진 둘째 아들 조승연은 뉴욕대 비즈니스 스쿨과 줄리아드 음대 야간 과정을 동시에 다닌 후 파리로 건너가 프랑스 최고의 미술사 학교인 에콜 뒤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저서로는 <자녀의 성공지수를 높여주는 부모의 대화법>, <상처주지 않는 따뜻한 말의 힘>, <성공하는 여자는 대화법이 다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