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의 숨결이 녹아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 문학, 음악, 학문 등 러시아 문화발전의 중심지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는 재정 러시아 시대의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유럽으로 열린 창’으로서 다양한 문화와 사상을 받아들여 수많은 대문호와 예술가를 배출한 도시다. 곳곳에 새겨진 예술가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문학기행을 떠나보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구시가지 전경


1925년 박물관으로 지정된푸쉬킨 생가

푸시킨의 운명을 마주하는 산책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는 시로 우리에게 친숙한 푸시킨(Pushkin, 1799~1837)은 ‘러시아 시(詩)의 태양’으로 불리며 러시아인이 가장 사랑하는 문학가이다. 러시아 문학의 신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를 거쳐 사실주의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고 평가되는 푸시킨, 그가 없었다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와 같은 대문호의 탄생이 불가능했다고 평할 만큼러시아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푸시킨은 작품만큼이나 인생도 드라마틱하다. 16세 소녀인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해 결혼했지만 빼어난 미모로 사교계에서 염문을 뿌리던 아내를 지원하느라 경제적으로 허덕였으며, 아내와 염문이 난 프랑스 장교에게 결투를 신청해 비운의 죽음을 당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그가 마지막 삶을 살았던 생가가 1925년 박물관으로 지정되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네브스키 대로변에는 그가 자주 가던 ‘문학카페’가있는데 창가 자리에 그를 닮은 밀랍인형이 전시돼 있다. 푸시킨이 결투 전 이곳에서 레모네이드를 마셨는데 그의 죽음 후에는 레모네이드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문학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시며 푸시킨의 시선으로 창 밖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러시아 국립도서관에 있는도스토예프스키 기념비


『 죄와 벌』 첫 장에서 주인공이건너는 K 다리로 나오는코쿠시킨 다리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하는
인간탐구의 여정
모스크바 자선병원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도스토옙스키(Dostoevskii, 1821~1881)는 대도시 밑바닥 생활을 몸소 겪으며 탁월한 심리묘사 능력을 키워 나간다. 184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 주민의 슬픈 운명을 그린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나, 1847년 사회주의 활동에 가담해 사형선고를 받는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는 4년간 시베리아에서 중노동의 징역을 살며 인간탐구에 몰두한다. 불멸의 명성을 안겨준 『죄와 벌』을 비롯해 『백야』, 『악령』,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그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는 세계 최고의 심리학자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준 도시다. 이곳에서 그는 28년간 살면서 스무 번이나 이사를 했으며 도시 곳곳을 산책하고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의 첫 대작인 『죄와 벌』에 주요 배경이 된 센나야(Sennaya) 광장과 주인공의 거처로 설정된 주택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죄와 벌』 첫 장에서 주인공이 건너는 K 다리 역시 코쿠시킨 다리이다.
특히, 쿠크네치니 골목 5번가에는 그가 마지막에 살았던 집이 기념관으로 남아 있다. 2층에는 『죄와 벌』 육필 원고가 전시돼 있어 작가의 흔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3층은 서재겸 집필실로 이곳에서 그는 마지막 작품인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완성했다.
이처럼 상트페테르부르크 곳곳에 새겨진 대문호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감흥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