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는 사소한 출발에서 비롯된다. 기회를 잡는 사람과 놓치는 사람을 가르고 차별화를 낳는 그 차이는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는 남다른 역량과 존재감으로 차이를 만들며 성공을 거둔 마크 제이콥스와 이오밍 페이를 당진제철소 조한진 사우가 만났다.
“우리의 경쟁력은 협동이 만듭니다”
조한진 사우(1980~) 당진제철소 고로정비팀에서 기계정비업무를 담당하는 조한진 사우는 최근 ‘고로공장 노체 수리 및 유지관리 기술 확보’라는 주제의 과제를 수행하여, 2명의 동료들과 함께 현대제철 철강상 대상을 수상했다. 동료들과 함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부분별 업무를 공유하고 협업하여 이룬 성과임을 강조하는 그는 오늘도 최선을 다하며 자신만의 성실함으로 남과 다른 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제철 사우다. |
기본에서 출발
조한진 사우 ▶ 안녕하세요. 저는 고로정비팀에서 기계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조한진 과장입니다.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은 종이 한 장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사소한 차이가 기회를 잡는 사람과 놓치는 사람을 만든다는 의미겠지요. 이러한 차이가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오늘은 남다른 차이를 만들며 창조적인 작업을 해오신 두 분을 모셨습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수석디자이너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크 제이콥스 님, 그리고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은 건축가 이오밍 페이 님께 남과 다른 자신만의 차이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마크 제이콥스 ▶ 저는 어린 시절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멋을 추구하던 할머니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멋쟁이셨던 할머니는 저에게 손뜨개를 비롯해 자신의 개성을 소중히 하는 여성의 마음을 가르치셨고 전 그 덕분에 패션에 눈을 떴던 것이지요. 그리고 전 열세 살이 되던 해에 뉴욕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부티크를 찾아가 돈은 안 받아도 좋으니 창고에서라도 일하게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이후 저는 매장에서 옷을 정리하고마네킹의 옷을 입히는 일까지 할 수 있게 됐어요. 이곳에서 저는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제가 무엇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전 기본에 대한 이해, 즉 기본에서 출발해 자기만의 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오밍 페이 ▶ 제이콥스 님은 어려서부터 대단하셨군요. 반면에 저는 젊은 시절인 1930년대 고향인 상하이를 떠날 때까지 솔직히 건축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실망하시겠지만 사실이 그랬어요.
저는 미국에 가서 처음으로 마천루를 봤는데 하버드 대학의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언젠가는 일본과 중국에도 미국식 마천루가 들어설 거라고 얘기하셨죠. 그때 전 교수님이 뭘 모른다고 반론까지 했지요. 제가 떠나온 상하이에도 높은 건물이 있긴 했지만 조그만 나무배들이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상하이는 어떤가요? 그리고 도쿄와 서울은 또 어떤가요?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건축에 눈을 뜬 것은 하버드에서 ‘분석하는 법’을 배운 이후였어요. 동양인인 저는 분석을 통해 현대 미국과 이 나라의 건축을 이해할 수 있었고 다시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었죠. 이것이 차이를 만든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남과 다른 차이는 두려움 없는 도전이 만듭니다”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1963~ )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재미없는 요소를 뽑아내 화려한 것으로 탈바꿈시키기를 좋아하는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그는 상류층의 고급스러움과 거리의 천박함이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넓은 디자인 스펙트럼과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는 천재라는 인간적 매력으로 전 세계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티베트의 독립 문제, 동성애 결혼 지지 등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며 여타 디자이너들과는 차별화된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타 디자이너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조한진 사우 ▶ 사실 저도 ‘고로공장 노체 수리 및 유지관리 기술 확보’란 주제로 현대제철 철강상 대상을 수상하면서 작은 차이의 힘을 경험했습니다.
이 역시 기본에서 시작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니까요. 두분께서는 이 기본에서 어떻게 남다른 차이를 이끌어내셨는지 그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마크 제이콥스 ▶ 루이비통은 프랑스 귀족을 위해 가방을 만들던 직공의 이름에서 유래되었고 1896년 모노그램 디자인으로 세계적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노그램 100주년인 1996년에 루이비통의 수석디자이너로 입사해 가방 제조업체라는 틀에서 벗어나 옷, 액세서리, 신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매출을 4배 이상 향상시켰죠. 이는 디자인에 있어 새로운 변화를 과감히 시도한 덕분이었어요. 1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루이비통의 보수적인 이미지에 아방가르드한 현대적 감각을 더했거든요.
제 디자인 철학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재미없는 요소를 뽑아내 남들의 주목을 받는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저는 언젠가 “당신이 패션에 관해 만드는 유일한 실수는, 이미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는 생각 그 자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실수를 두려워 말고 전통 속에서 현대적 개성을 포착해내는 센스가 바로 성공을 이끌어낸 나만의 차이입니다.
이오밍 페이 ▶ 마크 제이콥스 님과는 달리 저는 처음부터 창조적이진 못했어요. 초창기에 사업체 유지를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와 일하며 제 밑에서 일하는 많은 직원들의 월급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주 “이번 달 직원 월급은 어떻게 줘야 하지?”하고 고민했어요. 당시 전 제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의 노예나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전 이 위기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걸 배웠어요. 이론으로 배운 건축의 면모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서두르지 않고 적용해가며 서서히 마음에 드는 건물들을 지었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건축에 있어 장소의 중요성을 터득할 수 있었어요. 건축물이 서는 모든 공간에는 역사적 뿌리가 있습니다. 건축가는 그것을 끄집어내어 스토리로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건축은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인데 저는 장소로서 박물관의 의미와 고대 피라미드의 스토리를 결합시켰지요. 돌로 된 피라미드를 유리와 철강으로 바꿔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셈이지요. 이 점에서 진정한 차이는 전통과 기본에서 시작하되 그것을 오늘의 감각과 재질로 변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과 기본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나만의 차별점을 만들었습니다”
이오밍 페이(Ieoh Ming Pei, 1917~ )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로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콘크리트, 유리, 강철 등을 이용해 추상적인 형태의 세계적 건축물들을 만들어낸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그랑 루브르. 프랑스 고전주의의 걸작인 루브르궁의 중심에 대담하게도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를 설치함으로써 현대적인 모뉴멘트를 도입, 신구의 조화를 꾀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3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으며 기하학의 마술사로 평가받는다. |
협업을 통해 얻는 성공
조한진 사우 ▶ 기본을 변형하여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이 차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저 역시 기계정비업무를 담당하고 있기에 정비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저는 상상을 현실로 완성시키는 영화야 말로 정비와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정비 담당자역시 영화감독처럼 각 공정별 대안 리스트를 준비하며가능성을 현실과 결합하기 때문이지요. 협업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도 두 분야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점에서 차이를 이끌어내는 협업의 중요성에대해 두 분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마크 제이콥스 ▶ 전 디자인을 할 때 기존의 예술작품을 재해석합니다. 그리고 동료 예술가들과 협업을 하며 그들의 아이디어도 적극 수용하지요. 이를 통해 루이비통은 매해 젊어질 수 있었어요.
제 이름을 딴 마크 제이콥스 브랜드를 서울에 런칭했을 때 여러 전문가들과 의논한 끝에 대로변이 아니라 골목 안쪽을 매장 위치로 선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죠. 크고 번화한 곳이 아니라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장소를 택했고 고객들도 좋아했죠. 그것이 협업을 통해 얻어낼 수 있었던 차이의 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오밍 페이 ▶ 건축은 무엇보다도 협업이 소중한 분야입니다. 제가 독자적인 건축가로서 경력을 쌓은 것도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와 동업을 하면서 터득한 경험 때문이었죠. 이 때문에 전 건축을 예술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경계합니다. 건축이 이루어지는 모든 부지에는 특정한 조건과 지형, 경관과 방위가 있죠. 그리고 장소가 가진 역사적 뿌리에서 스토리를 찾고 그 안에 인간의 공간을 구현합니다. 언젠가 전 “모더니즘이든 포스트 모더니즘이든 건축은 그저 삶의 일부분이다”라고말한 적이 있어요. 저의 건축, 제이콥스 님의 디자인,그리고 조한진 사우님의 기계정비 역시 관계된 모든 이가 마음을 모아 협업했기에 남과 다른 차이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