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문예] 필리핀, 그들과 함께한 120시간

<2017 쇠부리토크 사우문예 공모전> 10월의 당선작 2편을 소개합니다.
<2017 쇠부리토크 사우문예 공모전> 10월의 첫 번째 당선작은 김신동 사우의  ‘필리핀, 그들과 함께한 120시간’입니다.  김신동 사우가 해외봉사를 통해타국에서 느낀 120시간의 따뜻한 감동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필리핀, 그들과 함게한 120시간

회사에서 해외봉사 활동을 시작한 처음부터 이 봉사활동을 꼭 해보고 싶었고, 이번에 기회가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나에게 누군가 필리핀에 대해 물어온다면 떠오르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망고, 동남아 여행지 등…. 최근에는 치안이 불안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가족과 지인들은 한편으로는 걱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나눔과 헌신을 위해 노력한다며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었다. 봉사에 대한 경험이 적었지만 잘 하는 건 없어도 열심히 따라서 해보자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7월 13일 저녁 8시, 인천에서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다시 사마르섬 카타르만 공항에 도착하니 다음날 오전이 되어서야 필리핀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약 14시간의 긴 여정으로 몸은 이미 지쳤지만, 짧은 휴식 후 진행될 봉사활동에 오히려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드디어 봉사지역 ‘로페 드 베가시’의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환한 미소 속에 미안함을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수 많은 학생들이 북을 치며 대대적인 환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곤함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인심이 후한 시장님의 환영인사와 정중한 음식 대접에 함께한 동료들은 연신 미소를 지으며 “땡큐”를 외쳤다.
우리가 하는 행동, 표정, 먹는 것 등등 모든 게 그 아이들에겐 신기하고 새롭게 보였나 보다. 나 역시 그 아이들의 순수함과 웃는 모습이 한국의 학생들과 조금은 다르게 느끼져 어느새 함께 웃으며 친해지고 싶었다.다음날 드디어 콘크리트 양생 작업이 시작됐다. 난 시골에서 자랐지만 많은 일들을 해 보지 않아 동료들이 하는 것을 보고 열심히 비비고 던지고 날랐다. 시멘트, 모레, 자갈의 황금비율 1:4:5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오전 일을 마치니 평소 안 쓰던 근육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만 힘드나? 주변을 보니 동료들도 뙤약볕에서 무거운 삽질에 다들 힘들어했다. 이에 나만의 요령으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동료들에게도 남은 기간 활동을 위해 지금부터 건강에 특별히 신경 쓰자며 시작 전 체조와 쉬는 시간 스트레칭을 제안했다.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몰골은 거지 같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니 표정만은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다음날 아침, 내 몸이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스트레칭과 뒹굴기로 겨우 일어나 천천히 학교로 향했다. 학생들과 현지인들은 특유의 웃음과 몸짓으로 우리를 더 힘내게 하고 있었다. 간간히 휴식시간에 짧은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대화하며 웃고 사진 찍으며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과 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을 느꼈다. 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그들에게 더 겸손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하고 싶었다. 이틀째 되니 현지인들과 더 친밀감이 생기고 플랜 필리핀 직원들까지 합세해서 작업의 속도도 붙고 요령도 생겼다. 몸은 지치고 땀은 쏟아지지만 가슴으로 끓어 오르는 희열과 벅찬 감동으로 힘이 솟았다.
사흘째 되니 막바지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끈기와 의지의 한국인 자존심이 있지 “끝을 본다”는 각오로 기어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기에 더욱 가슴 뿌듯하고 “드디어 해냈구나!”하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이후, 오후에 있었던 문화교류 행사를 준비하면서 행여 낯선 사람들에게 누가 될까 봐 아이들을 깨끗하게 목욕 시키고, 또 새 옷을 갈아입혀서 온 그분들의 눈빛을 보며 나는 울컥했다.
50여 년 전 우리 엄마들도 좋은 것 주고, 당신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같았으리라 생각하니, 가슴 한 곳이 먹먹해지며 그들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고 싶었다.
플랜코리아 홍보대사인 탤런트 이수경 씨도 함께 했던 이번 글로벌 임직원 봉사는 개인적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깊이 남을 것 같다. 기회를 준 회사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마지막 날, 북사마르 문화 탐방에서 맞은 장대비는 이번 봉사의 대미를 장식할 만한 장관을 연출해 더욱 축복받은 기분이었다. 이제는 봉사도 품질이다. 현대제철 글로벌 봉사는 현지인들의 눈 높이에 맞춘 질 높은 봉사 활동으로 현대제철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함께한 스태프, 또 봉사단 동료 모두 수고 많았다고 박수 보내며 깊이 감사를 드린다.

글_김신동(당진제철소 제강1부)


심사평 동화작가 이은용

10월 응모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는 김신동 님의 수필 ‘필리핀, 그들과 함께한 120시간’을 선정하였습니다. 김신동 님의 「필리핀, 그들과 함께한 120시간」은 필리핀에서의 봉사활동 경험을 진솔하게 쓴 글입니다. 떠나기 전의 걱정과 편견이 잘 해보자는 다짐으로, 필리핀 사람들에 대한 친밀감과 존중으로 전이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졌고, 마지막 장대비의 장관을 ‘축복’이라고 표현한 것에도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낯선 체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화작가 이은용동화작가 이은용은 2008년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고 ‘제1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 동화『열세 번째 아이』, 『어느 날 그 애가』와 청소년소설 『내일은 바게트』, 『그 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있다.

*심사위원: 양승모(시인), 이은용(동화작가), 조현(소설가), 최경실(시인)


7월부터 시작된 사우문예 접수 기간은 오는 11월 5일까지이며, 선정된 작품들은 12월까지 <쇠부리토크>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 이메일 접수: talk@hyundai-ste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