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문예] 안전 시그널

<2018 쇠부리토크 사우문예 공모전> 당선작을 소개합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쇠부리토크 사우문예에서 2명의 ‘올해의 작가’가 탄생했습니다.
1062호에 소개한 김용수 사우의 <두벌 능금>에 이어 1063호에서는 <안전 시그널>을 쓴 이건호 사우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새해에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사문문예를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응원 바랍니다.

안전 시그널
글_이건호

– 치지지지직 이재한 계장님, 저는 현대제철 안전팀 안 대리입니다.현재 그 곳은 몇 년도인가요?
– 치지지지직. 여기는 1998년입니다.

2018년 어느 날, 나는 갑자기 들려온 무전기 소리에 답을 했다.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의 남자는 그 곳이 현재 1998년이라고 했다. 정확하게 20년 전, 정말 이 분이 하는 말이 사실일까? 그렇다면 이건 드라마 시그널에 나왔던, 과거와 연결 된다던 바로 그 무전기?

– 치지지지직. 현재 그 곳의 상황은 어떤 가요?
– 치지지지직. 공장 신설과 제품 생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 안전의식 수준은 어떤 가요? 안전 작업절차는 잘 지키고 있나요?
– 안전 말입니까? 사실 그런 거 다 지키면 일 못합니다. 일단 생산이 제일 중요합니다. 매출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이죠.만드는 족족 다 팔리는데, 안전 같은 거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죠. 안전은 사람의 인생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구요.
– 여기에선 그런 입바른 소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다 이렇게 합니다. 다들 제품 생산량을 맞추려안달입니다.
– 이재한 계장님, 잘 들으세요. 20년 전 바로 그 곳에서 내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단 말입니다.
다시는 그 어떤 누구에게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구요, 저는.
– 진짜입니까? 그렇다면 지금 그 곳은 어떻습니까?
– 지금 이 곳은 임직원 모두가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다짐을 하고, 공사 전 안전 작업수칙을 지키며, 출근할 때 모습그대로 귀가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구요. 실제로도 과거와는 다르게 인식도 많이 개선 되었고,안전사고 발생률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 그렇습니까?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지금 이 곳 사람들도 그런 좋은 문화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생각이 듭니다. 혹시 아버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 아버님 성함은 안 전자 한자. 안전한 과장 이에요. 이름과는 다르게 떠나셨지만… .
– 안 과장님! 혹시 그 분이 돌아가신 날짜가 언제 입니까?
– 1998년 9월 25일이에요.
– 바로 오늘이네요! 안 과장님 아까 현장 나가시는 거 봤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셨다. 주변 사람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마치 아버지를 줄곧 있었던 사람처럼 대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 혼자인 듯 했다. 난 아버지에게 달려가 그를 꼭 끌어안았다. 참 그리웠다. 이 따뜻함과 포근함을 나는 앞으로 두 번 다시 느끼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 후로 과거와 연결됐던 그 무전기는 두 번 다시 작동하지 않았다.
이재한 계장님….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나의 간절한 바람이 무전기를 통해 그 분에게 전달됐나보다. 난 이 믿기지 않는 일을 지금 미래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아들, 딸들에게 똑같이 선물하고자 오늘도 외친다. “안전이 최고다!”


소감

이건호 사우 인천공장 생산기술팀

“안전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겼으면 좋겠습니다”
기대는 있었지만 막상 당선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놀랍고 감회가 새롭더군요.
공모 소식을 듣고 고민하던 중 아내가 써보라고 권해서 도전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지난해부터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하며 글쓰기를 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주로 회사에서 있었던, 특히 안전에 관한 일들을 제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안전 시그널이라는 소설 같은 내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독자 분들에게 안전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더 많이 읽고 쓰며 충실히 글쓰기 작업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지금보다 더 완성도 높은 작업을 할 수 있을 때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사평

드라마 시그널의 구성을 차용한 창의성에 박수를 보낸다. 일터에서 중요한 주제인 안전에 대해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 글의 흐름도 좋고, 무엇보다 겉멋없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간 진솔함과 유머가 돋보인다. ‘안전은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다만 메시지가 분명한 반면 과거와 연결된다는 무전기에 대해 ‘드라마 시그널에 나오는’ 정도로 처리하고 있어 개연성이 부족한 점이 다소 아쉽다.

심사위원
박형준 교수(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최경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