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창조를 위한 차별화된 도전

익숙한 것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함으로써 현대인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안겨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기이한 나라들을 여행하며 얻은 반전의 메시지로 인간의 오만함을 일깨워준 소설 『걸리버여행기』의 주인공 걸리버를 인천공장 안전보건팀의 정윤화 사우가 만나 발상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나눴다.

“발상의 전환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듭니다”

정윤화 사우(1969~ )
인천공장 안전보건팀에서 일하는 정윤화 사우는 안전관리자로서 직원들의 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기존 안전교육방식과는 달리 피교육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대상별, 공정별, 설비별 맞춤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참여도를 높여 호응을 얻고 있다.
같은 안전교육도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 정윤화 사우는 발상의 전환을 몸소 보여주었다.

여행자의 시각에서 다시 보기
정윤화 사우 ▶ 안녕하세요. 현대제철 인천공장 안전보건팀에서 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윤화입니다. 오늘의 주제가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니 저는 격한 공감을 했던 재미있는 카피들이 떠오르더군요. ‘맛있으면 0칼로리’, ‘아프면 환자다’와 같은 유행어가 있었죠. 그리고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처럼 외국인이 한국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과 문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기도 했습니다.우리에게는 역발상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화제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인 여행가 걸리버 님,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 님은 발상의 전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걸리버 ▶ 저는 젊어서부터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온갖 신기한 체험을 했습니다. 소인국에 가서는 제가 거인이 됐고 거꾸로 거인국에서는 소인이 됐죠. 말들이 인간을 다스리는 나라 ‘휴이넘’에 가서는 ‘야후’라고 불리는 야만인을 볼 수도 있었고요. 제가 하늘을 떠다니는 섬 ‘라퓨타’에 갔을 때 고개를 모두 한쪽으로 돌리고 있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늘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느라 정작 필요한 상황에서 주변의 시선을 못 알아채고 제때에 말도못하는 사람들이었죠. 그래서 항상 ‘때리기꾼’이라는 하인들이 따라다니며 말을 하거나 들어야 할 경우에는 막대로 주인의 입과 귀를 살짝 쳐주었죠. 한국에서도 저는 ‘라퓨타’와 똑같은 장면을 목격했어요. 한 가족이 식당에 들어왔는데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뭔가 조그맣고 네모난 화면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자 주문을 받으러 온 점원이 테이블을 살짝 두드려서 말을 하라는 신호를 보내더군요.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뭔가 이상한 장면입니다. 항상 익숙한 곳에서 타성에 젖어살다 보면 인간은 관습에서 벗어나기 힘들죠. 방금 사우님께서 외국인의 한국 체험 프로그램을 말씀해주셨는데이렇게 여행가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들이 뭔가 새로운 각도로 다시 보이는 것이죠.

레오나르도 다빈치 ▶ 사우님이 얘기하신 발상의 전환이란 말이 제 인생을 한 마디로 가리킨 것 같습니다. 제가 살던 시절은 막 중세를 빠져 나오는 르네상스 시대였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중세의 관습에따라 살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화가들은 현실과 관계없이 상상만으로 그림을 그렸죠. 그러나 저는 현실을관찰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발휘했습니다. 제가 16살 때 동네 농부로부터 방패에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한국의 허수아비처럼 농사짓는 땅에 세워 멧돼지처럼 나쁜 짐승을 막을 목적이었던 거죠. 전 밖에 나가 뱀, 벌레, 박쥐 등 징그러운 짐승을 잔뜩 잡아온 뒤에 그걸 보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실제 모습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덧붙인 것이죠. 며칠뒤 방패를 찾으러 온 농부가 그림을 보고 혼비백산했죠. 살아 꿈틀거리는 괴물들이 그려져 있었으니까요.
사람들은 저에게 상상력이 풍부한 세기의 천재라고 칭찬을 하지요. 그러나 상상력 자체는 예전부터 있었어요. 진정한 상상력의 가치는 그것이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현실을 비판하고 개선하는지의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여행가 걸리버 씨의 경험과 그것을 창조해낸 작가의 상상력이 그토록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은 그 안에 당시 영국의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것도 새로운 각도에서 보면 달라 보입니다”

걸리버(Gulliver)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여행기』의 주인공.
영국 소지주의 다섯 아들 중 셋째로 태어난 걸리버는 케임브리지 대학과 네덜란드의 레이덴대학교에서 의학 공부를 하여 의사 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선의(船醫)가 되어 돈을 모아 결혼을 하고 개업했으나 수입이 신통치 않아 다시 선의가 되어 배를 탄다. 1699년부터 1715년에 이르는 16년 동안 소인국, 대인국, 하늘을 나는 섬나라, 말[馬]나라 등으로 떠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시선으로 인간을 보고 겪게 된다. 걸리버는 스위프트의 풍자 대변인이며 그 풍자는 어떤 시대에도 통용되는 예리한 생명력으로 오늘날까지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스스로의 한계를돌아보기
정윤화 사우 ▶ 주어진 현실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볼 때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두 분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 역시 업무에 있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방식의 안전교육은 단순한 주입식에 가깝죠. 그래서 전 가족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여 감성을 자극하거나 그림이나 사진을 이용해 이해도를 높이는 등 발상을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걸리버 님의 여행기에서 정치인들이 다툼을 막으려고 각 정당에서 100명의 지도자를 뽑은 뒤 솜씨 좋은 외과의사로 하여금 이들의 머리를 반으로 잘라 서로 섞어서 붙여 조화와 중용을 찾는 나라의 얘기가 나오는데 이러한 상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발상의 전환과 관련해서 두 분께 아이디어를 듣고 싶습니다.

걸리버 ▶ 제가 다닌 여러 국가에서는 정말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소인국에서는 신발의 굽 높이에 따라 ‘높은 굽’과 ‘낮은 굽’ 파가 서로 대립하고 있었지요. 사실 한국에서도 그런 모습이 있다고 들었어요. 옛날 조선시대에는 왕이 죽었을 때 상복을 얼마 동안 입는 게 적당한가를 놓고 정치인들이 서로 치열하게 다퉜다고 하지요. 그리고 과학기술이 발전해 손바닥만한 작은 기계로 세상의 온갖 소식을 다 볼 수 있는 오늘날에도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서로 편을 갈라 싸우고 있지요. ‘라퓨타’ 역시 자석으로 섬을 허공에 부양시킬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했지만 사람들은 똑똑한 바보가 되어 버렸죠. 한국 사람들 역시 조그만 기계로 먼 곳의 사람들과 글을 주고받으려고 정작 가까운 사람을 앞에 두고 서로 고개를 숙이거나 귀에 뭔가를 끼고 멍하게 다니는 사람들끼리 서로 부딪치기도 하지요. 현실의 이런 모습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찬찬히 살펴볼 때 현실을 고쳐나갈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 현실을 잘 관찰해야 한다는 걸리버 씨의 말에 동의합니다. 지금이야 원근법이 상식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죠. 그리고 몸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인체를 해부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오늘날에도 유명한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그리기도 했지요. 이 모든 것은 현실의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죠. 이 과정에서 소실점과 원근법, 수학적 비례 등 의미 있는 발견을 하고 이것을 저의 창작에 응용했습니다. 물론 엉뚱한 구상도 많이 했습니다. 안전을 중시하는 사우님께서는 싫어하실 행동이겠지만 제가 했던 시도 중 가장 엉뚱한 것은 하늘을 나는 기계에 대한 구상이었거든요. 오늘날로 말하면 헬리콥터 같은 걸 고안했지요. 이런 엉뚱한 상상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면 현실을 잘 관찰한 다음에 새로운 뭔가를 덧붙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위대한 발명도 호기심과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미술, 건축, 철학, 의학 등 거의 모든 예술과 과학에 정통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또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설계사였다. 증기기관에서 항공기까지 이 노인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모든 발상들은 수백 년 뒤에나 현실화됐을 정도로 그의 아이디어는 앞서있었다. 모든 천재가 그렇듯 그는 지칠 줄 모르고 일했으며 그 열정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행복을 위한 발상의 전환
정윤화 사우 ▶ 현실의 관찰에서 시작하지만 현실에 매몰되지 않는 역발상이 중요하다는 두 분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사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어떤 기업은 불황기에 직원을 무더기로 해고하여 오명을 남겼고, 반면 같은 불황기에 우리 현대제철은 해외에 있는 생산설비를 국내로 이전하는 역발상을 하여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끝으로 이런 의미에서 개개인과 기업에게 필요한 역발상의 기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걸리버 ▶ 모든 발상에는 인간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발상의 전환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그 사람이 일하는 기업을 발전시킨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가치를 지녔는지를 인간의 행복이란 척도로 먼저 재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 ‘야후’가 모으는 쓸모 없는 돌멩이와 같다면 과감히 버려야겠죠. 물론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 아무리 마음속에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시도하고 만들어내야 현실이 됩니다. 마치 사우님께서 주입식 안전교육의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운 접근방식을 시도한 것처럼 말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도이자 실천입니다. 그런 점에서 주입식 교육을 뿌리치고 안전문제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교육방식을 바꾼 것은 발상 전환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역시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되 사람들에게 인간의 행복이 기준이 되는 상상력을 현실에 덧붙였으면 합니다.

취재 섭외_김성(인천공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