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 영화 산책

누아르(Noir)는 ‘검은(Black)’이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입니다. 필름 누아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 소개된 할리우드의 범죄와 폭력 세계를 다룬 B급 영화들에 프랑스 비평가들이 붙인 이름에서 시작됐죠. 필름 누아르는 음산한 톤과 어둡고 우울한 느낌의 영상이 특징인데 누아르의 특징을 잘 갖춘 대표적 작품을 추천합니다.

김종희 사우(당진제철소 도금생산1부)가 전하는 영화 이야기

홍콩 누아르의 결정체는 ‘무간도’
<무간도>는 한동안 잊혔던 홍콩 누아르의 부활을 알리고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던 작품이었죠. 도입부에 나오는 문구부터 인상적입니다.
「8개 지옥 중 최악은 ‘무간지옥’인데 그것은 영원한 고통을 의미한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보는 내내 긴장하게 하는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겪는 배신과 의리의 고통을 보고 있자면 코끝이 찡해진답니다. 이 영화는 유명세를 타고 할리우드로 건너가 <디파티드>라는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정재, 황정민 주연의 <신세계>로 리메이크된 바 있는 거 모두 아시죠? 무간도는 1편의 흥행에 힘입어 3편까지 나왔는데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스토리를 모른 채 감상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최소한 1편만이라도!

할리우드 누아르의 명작 ‘히트(Heat)’
할리우드의 유명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 <히트>. 감독인 마이클 만은 범죄 액션물이 특기인데 특히 히트에서 압도적인 총격씬을 보여줍니다. 형사 역의 알 파치노와 악당 역의 로버트 드 니로라는 이름만으로도 보증수표가 된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아직도 생각납니다.
“누군가 말했지. 위기가 덮쳐올 때 30초만에 버릴 수 없는 것에는 정 붙이지 말라고… .”
두 주연 말고도 멋있었던 배우 발 킬머와 애슐리 쥬드.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의 앳된 연기도 볼 수 있죠. 사람은 누구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고 밝은 면이 강할수록 어두운 면도 강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 히트. 20년도 더 된 영화지만 할리우드 누아르로 꼽고 싶은 명작입니다.

한국 누아르의 걸작 ‘달콤한 인생’
우리나라에도 한국 누아르라 불릴만한 영화들이 꽤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누아르의 색채가 짙은 영화로 꼽고 싶은 작품이 있는데 바로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입니다.
“내게 왜 그랬어요….”,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처절하게 묻는 이병헌에게 김영철이 한 대사가 유명한 영화였죠. 섬세한 눈빛의 이병헌의 연기가 정말 빛났던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진 요즘 우리가 한때 할리우드 영화와 홍콩 영화에 열광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세계인들이 한국 누아르에 열광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취재_김종희(당진제철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