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한 세계적 명사와의 가상인터뷰를 통해 인사이트를 발견하고자 마련된 2018 쇠부리토크의 새로운 코너입니다.
알고 있는 것보다 생각하는 능력이 성과 창출의 중요한 역량임을 알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생각 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지, 본사 구매지원팀 신준영 사우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 가상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 나눴다.
생각은 미래를 위한
자기 고민이다
신준영 사우 ▶ 안녕하세요. 저는 구매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준영이라고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생각’입니다.
평소에 생각이 너무 많은 저로서는 이번 주제가 참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생각이라는 것은 미래를 위한 자기 고민이라고 여기는데, 각자 자신만의 분야에서 깊은 사색으로 대가가 되신 두 분께서는 생각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르 코르뷔지에 ▶ 생각하는 행위가 곧 존재의 근거라는 데카르트의 말에 동의합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수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하는 행위이고 그 선택을 이루게 하는 근거가 ‘생각’이겠지요.
전 젊은 시절 건축이란 분야를 평생의 진로로 삼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또 이 분야에서 저만의 독창성을 확립하기까지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삶의 다른 부분에서도 그랬겠지요. 그러니 그런 의미에서 생각은 미래를 위한 자기 고민이라는 사우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 저는 르 코르뷔지에 선생님처럼 뭔가 대단한 의지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온 것은 아닙니다.
젊은 시절 레코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 후로 재즈바를 경영하기도 하면서 문학과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죠. 그러나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면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저를 있게 만든 것은 그 시절 제가 고민했던 여러 가지 사색 덕분인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당시의 이런저런 고민 덕분에 오늘날 소설가로서 제가 자리잡을 수 있었으니 생각이야말로 존재의 성립과 연관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신준영 사우(1972~) 입사 14년차 신준영 사우는 현재 본사 구매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생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생각과 생각이 만나 더 좋은 생각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진정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신준영 사우는 일과 생활 속에서 수많은 생각과 고민들로 보다 행복하고 나은 삶을 추구하고자 노력하는 진정 생각할 줄 아는 현대제철 사우이다. |
생각은
노력으로 키우는 것
신준영 사우 ▶ “현대가 가면 없던 길이 생기고, 그 길을 현대의 차가 달린다. 현대가 있는 곳에 현대의 철로 만든 건물이 올라가고 세계를 누비는 현대의 배가 생긴다. 그런 현대에 입사한 것을 축하한다.”라며 제가 현대제철에 입사했을 당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제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아버지의 말씀 덕분이기도 하지만 입사 후 업무를 통해 회사와 제 미래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고 나름대로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만, 두 분이 하신 고민과 수많은 생각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 같습니다.
르 코르뷔지에 ▶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적 지식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으로 치자면 기초체력을 만드는 것이겠지요. 저는 여행을 통해 생각을 키웠던 것 같아요. 작은 크로키 수첩에여러 가지 메모와 스케치를 하며 제가 보는 풍광을 기록했어요.
저는 “그림은 목격자 없이 화가가 자기 자신과 벌이는 끔찍하고 치열하고 가혹한 전투이며 마음속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밖에서 보아서는 모른다.”라고 적기도 했지요. 저는 이런 생각의 전투를 거쳐 전문적 식견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근대 건축 국제회의에 참여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어 토론을 벌이며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는 현대 건축사에 길이 남을 건축물들을 설계할 수 있었지요.
무라카미 하루키 ▶ 르 코르뷔지에 선생님의 치열한 예술적 삶을 들으니 어쩐지 저는 인생을 설렁설렁 살아온 것 같군요.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재즈바를 운영할 때 결혼까지 한 젊은 놈이 술집이나 한다고 부모님께서 절 한심하게 보시기도 하셨죠. 사실 그때까지 전 제가 하고 싶은 것에만 몰두하며 살아온 셈입니다. 미국 문학을 좋아해서 원서로 된 소설을 실컷 읽기도 했고 재즈를 좋아해서 아르바이트 한 돈을 털어 넣어 음반을 구입하기도 했죠.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것에 외골수로 빠져든 것 자체가 전문적 식견을 쌓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데뷔 후 “하루키의 작품은 미국 문학을 흉내낸 아류작이다”라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지요. 그래서 한동안은 외국으로 떠돌면서 일본 문단과 거리를 두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때 일본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신 대지진과 옴 진리교 사건이 그것이지요. 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 작품 세계에 변화가 생겼고 지금은 그런대로 인정받는 작가가 됐지요. 그러니 사회와 타인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은 생각의 힘을 기르는 꽤 중요한 방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내 머릿속에는 적어도 100년 분량의 계획이 있다!”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1887~1965) 현대건축의 선구자 코르뷔지에는 여행을 좋아했다. 여행을 통해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정리하며 그 과정을 통해 인간과 건축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했고 오늘날 그의 저서들은 수많은 건축가 지망생들에게 필독서로 간주되고 있다. 도미노 구조, 공간 절약형 주거 건축법, 대단위 주거지 창안, 인체공학적인 모듈러 이론, 현대건축의 5원칙 등 현대 건축의 기본이 되는 거의 모든 이론은 그에게서 나왔다. 이런 업적은 끊임없이 사색하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그의 진지한 자세에서 나온 결과물들이다. |
행복의
시발점
신준영 사우 ▶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것은 행복을 위한 것이고 생각은 자아의 행복을 이루는 시발점이겠지만 혈연이나 지연의 악용이나 혹은 경직된 관습과 제도처럼 생각의 힘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르 코르뷔지에 ▶ ‘건축가란 지적 감수성으로 보편적 세계를 보는 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감수성을 현실에서 발휘할 때 많은 반대와 저항이 따르기도 합니다. 제가 인도에서 ‘찬디가르(Chandigarh) ’라는 건축물을 설계할 때도 그랬습니다. 인도의 전통과 동떨어진 건축물이라는 비판이 그것이었지요. 만약 전통을 맹목적으로추구한다면 한국은 아직도 한옥 스타일로건축물을 지어야 하고 모든 건물에 온돌로난방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건축은 세계와 소통하고 융합하는과정입니다. 좋은 건축은 인간을 위한 건축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때로 혈연이나 관습이 아름다운 미풍양속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기능할 때 그렇습니다. 제가 건축사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제 작품이 인간을 위한 건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생각의 힘은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 저 역시 작품을 발표하며 때로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발표한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에 난징 대학살 사건에 대한 묘사가 있다고 해서 일본의 극우파세력의 비난을 받은 사례가 그렇지요. 하지만 작가로서의 제 양심은 이 묘사가 보편적인 인류애에 대한 관심에 기반해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소통이 아니라, 그것이 과연 휴머니즘에 기반해 있는지를 따져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쓰는 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 역시 그렇겠지요. 마치 ‘인간을 위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라는 수식처럼 ‘인간을 위한 자동차’, ‘인간을 위한 철’처럼 인간을 중시하는 원칙이 생각의 힘을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강조하자면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생각’일 것입니다. 생각이 우리 인간들의 존재 그 자체를 일깨우니까요.
“사회적 평판과 인기를 잃어도 내 소신과 생각은 잃지 않을 것”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1949~) 1979년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최근 ‘1Q84’ 이후 7년 만의 신작인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통해 세계적인 이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난징대학살의 진실을 낱낱이 공개했기 때문이다. 철저히 부정하던 사실이 공개되면서 일본 사회는 발칵 뒤집혔고 하루키에게는 비난과 원성이 이어졌다. 그런 비난에 하루키는 “아무리 우리에 맞게 역사를 다시 써도 결국 다치는 것은 우리일 뿐”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로서 역사를 옹호하는 대신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진실의 목소리를 낸 하루키는 사회적 평판과 인기를 잃어도 소신은 잃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