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세계적 명사와의 가상인터뷰를 통해 인사이트를 발견하고자 마련된 2018 쇠부리토크의 새로운 코너입니다.

새로움은 무에서 유로의 창조가 아니라 있는 것에서 발견하는 사고의 전환에서 창조되는 것이다. 본인들의 축적된 경험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작품을 만들어낸 아티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화가 르네 마그리트가 함께 한 가상인터뷰. 신입사원 오지환 사우가 만난 두 아티스트는 새로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새로움,
기본과 원칙에서 출발한다

오진환 사우 →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1월에 입사한 신입사원 오진환이라고 합니다. 새로움에 대한 주제는 저희 신입사원들에게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주제입니다. 때문에 기수 회장을 맡고 있는 제가 대표로 가상인터뷰에서 인사 드리게 되었습니다.
‘새로움’이라는 주제로 영화감독이신 스티븐 스필버그와 화가이신 르네 마그리트 두 분을 모시고 다양한 의견을 나눠보겠습니다. 두 분은 각자의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작품으로 성공하셨습니다. 과연 새로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스티븐 스필버그 → 저의 창작활동에서 ‘새로움’이란 기본을 지키고 원칙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기본과 원칙은 전통에 대한 존중에서 이루어지죠. 이러한 전통 덕에 저는 어린 시절, 밤이면 머리맡에서 부모님이 읽어주시는 동화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곤 했어요. 자기 전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유대인들의 오랜 전통이죠. 저는 먼 외계에서 날아온 외계인 식물학자가 인간과 친구가 되는 《E.T》나 DNA로 부활된 공룡이 인간을 습격하는 《쥬라기 공원》같은 상상 속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가지 모험담을 들으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죠.

르네 마그리트 →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시군요. 저 역시 전통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는 기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은 흔히 저를 초현실주의 화가라고 부르며 현실과 거리를 둔 그림을 그린다고들 합니다. 거대한 돌이 하늘에 떠 있거나 돌로 된 사과, 그리고 하늘에서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비처럼 내리는 그림을 보면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수많은 데생 연습을 했고 테크닉을 연마했습니다.
이런 기본기는 화가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자 원칙이죠. 저는 이런 과정을 잘 거쳤기에 현실을 뛰어넘어 초현실을 주제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진환 사우(1991~)

2018년 1월 현대제철에 입사해 연수교육을 받으며 직장인으로서의 자세를 배워가는 중이다.
기수 회장으로서 도전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2040년 즈음엔 회사의 신입사원을 직접 뽑는 최종면접관이 되고 싶다고 밝힌 그는 지금의 각오와 열정을 놓치지 않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며 일하겠다는 현대제철의 자랑스러운 가족이다.

 

새로움, 
상식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오진환 사우 → 신입사원으로서 잘 새겨들어야 할 중요한 말씀 같습니다. 제 목표가 우리 회사의 신입사원을 직접 뽑는 최종 면접관이 되는 것이거든요.
앞으로 제 자리에서 맡은 일을 잘 수행하며 나태함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면 초심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 같고 기본을 지키는 새로움의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도 궁금합니다. 두 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스티븐 스필버그 → 사실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의 것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움이란 단지 기존에 있던 것을 약간 더 비트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누구나 끝말잇기 놀이를 하지요. 그런데 부모님은 저와 문장잇기 놀이를 했습니다. 평범한 낱말잇기 놀이를 약간 더 비튼 것이지만 그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저는 단순히 낱말을 잇는 놀이보다는 스토리텔링을 지어내야 하는 문장잇기 놀이에서 더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죠. 이를 테면 제가 《E.T》를 만들기 전까지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외계인은 지구를 침략하는 공포스러운 존재였거든요. 저는 이런 관점을 살짝 비틀어 육체적으론 나약하지만 인간처럼 애정을 가지고 있어 시골마을 어린이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외계인을 상상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낸 영화의 결과는 놀라웠죠.

르네 마그리트 → 제게 있어 새로움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새로움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능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을 보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들을 그림의 소재로 했지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저는 항상 ‘만약에’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에 커다란 돌덩이가 풍선처럼 가볍다면 어떨까, 만약에 공중에서 빗방울 대신 사람들이  내리면 어떨까 하는…. 본래 있던 사물을 뜻밖의 장소로 옮겨두거나 서로의 특징을 바꾸는 것도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에 돌멩이를 더해 돌로 된 거칠거칠한 사과를 그리는 것이 그것이지요. 미술에서 ‘데페이즈망(Dépaysement)’으로 부르는 기법입니다. 전문적 미술 용어를 쓰니 약간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데페이즈망’은 사회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연필+지우개=지우개를 단 연필’이나 ‘철사+가시덤불=철조망’ 같은 유명한 발명 사례도 기본에 충실하되 그것을 엉뚱하게 바라보는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움이란 기본을 지키고 원칙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1946~)

유대계 출신 영화감독 및 제작자로 1975년 식인상어와의 혈투를 그린 영화 《죠스》를 만들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 영화계의 흥행감독으로 떠올랐다. 《E.T》, 《쥬라기 공원》등 기존의 평범한 사고에 대한 도전으로 많은 흥행작을 만들었다. 또한 유대인으로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 있는 영화는 만들지 못한다는 평가를 바꾸기도 했다. 그가 시도한 발상의 전환과 새로움에 대한 추구는 수많은 영화를 통해 실현됐으며 지금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새로움,
난관을 극복하고 이겨내라

오진환 사우 → 두 분의 말씀을 듣고 보니 매 순간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새로움을 추구하거나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기수 대표를 지원한 것도 저의 그런 성격 덕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아픔 탓에 새로운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분은 그런 기억이 있으신지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스티븐 스필버그 → 저는 어려서 유대인이라고 친구들에게 많은 놀림을 받았습니다. 외톨이로 지낼 때가 많았고 학교폭력도 당했죠. 학창시절 그렇게 저를 괴롭히는 친구들 중에 앤드류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저는 궁리 끝에 이 친구를 당시 제가 만드는 아마추어 영화에 출연시키기로 했어요. 제 아버지께서는 ‘이길 수 없으면 타협을 하라’고 하셨지요. 학창시절부터 영화를 만들던 저는 유태인이라고 저를 괴롭히는 친구 앤드류를 작품에 출연시키면서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물론 영화 출연료를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은 덤이구요. 이후 전 앤드류와 평생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됐지요. 제가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후에도 왕따 소년이라는 경험은 제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이는 나중에 영화 《E.T》나 《백 투더 퓨처》에 등장하는 아웃사이더 캐릭터들로 형상화 됐어요. 그리고 유대인이라고 놀림 받은 경험 역시 나중에 《쉰들러리스트》라는 영화로 작품화했구요. 《쉰들러리스트》는 제가 오락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일부의 비판에서 벗어나 아카데미상을 받게 해준 중요한 작품이 됐죠. 저에게는 어린 시절의 큰 어려움이 오히려 새로움을 추구하는 원동력이 된 셈입니다.

르네 마그리트 → 저 역시 어린 시절의 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강에 빠져 비극적으로 돌아가신 것을 고스란히 목격했죠. 당시 머리에 드레스 자락을 덮은 채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은 제 기억 속에 각인돼 나중에 제 그림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제 작품에는 흰 천을 머리에 두른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모두 어린 시절 저의 비극적인 경험이 투영된 것입니다. 저는 누구나 인생에 있어 비극적인 체험이나 좌절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새롭고 창의적인 활동에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어려움을 그저 묻어두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시하는데 있겠지요.
일반 회사원의 생활을 한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인간인 이상 그 깊숙한 곳에 있는 여러 감정들은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주 쓴 표현이 있습니다. ‘혼자 꿈을 꾸면 단지 꿈일 뿐이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 이제 막 신입사원으로 출발하신 여러분에게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열정이 식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오진환 사우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두 분의 말씀처럼 저 또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으로 아이디어를 얻고 기존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면을 발견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회로 내딛는 첫걸음인 만큼 제게는 회사의 의미가 남다릅니다. 회사가 제게 새로움 그 자체이거든요. 새로움이 나태함이 되지 않도록 연수기간 내내 느낀 책임감과 열정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경험은 창의적 활동의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1898-1967)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친숙하고 일상적인 사물을 예기치 않은 공간에 나란히 두거나 크기를 왜곡시키는 등 장난기 가득하고 기발한 상상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관습적인 사고의 일탈을 유도한다. 주요 작품에는 《연인들 The Lovers》(1928),《빛의 제국 2 The Empire of Light II》(1950), 《중절모를 쓴 남자 The Man in the Bowler Hat》(196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