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경영 환경은 기존의 상식과 고정 관념을 뒤엎을 정도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는 창의적 역량을 가진 기업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리의 앨리스’의 속루이스 편을 보면, 앨리스가 레드 퀸의 손을 잡고 숲속을 뛰는데도 전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처럼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이유를 묻자 레드 퀸은 “제자리라도 지키려면 온 힘을 다해 달려야 하고, 더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레드 퀸 효과(Red Queen Effect)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뒤처지지 않고 제자리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달려야 하며,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훨씬 더 빨리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환경의 변화 속도와 폭이 점점 증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떤 기업도 성공을 담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쟁우위를 찾아내고 개발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이러한 지속적 변화와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창의력이다. 창의력이 높은 조직은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발견함으로써,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의적 기업이 되기 위한 주요 변화 포인트를 살펴보자.
창조, 무엇부터 없앨 것인가에서 출발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은 경쟁사와 차별적인 요소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차별성이 없다면 이는 단순 따라 하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창의적 사고에는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 못지않게 어떤 것을 제거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것을 다 잘하겠다’는 식의 의욕만 앞세우는 경우, 높은 비용 구조를 가져가게 되거나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쓰다의 오픈 스포츠카인 로드스타를 살펴보자. 로드스타는 포르셰나 페라리와 같이 대배기량의 엔진을 탑재해 절대적인 스피드로 승부하는 스포츠카가 아니라, 운전 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형 스포츠카이다. 처음 이 차를 개발할 당시 내부에서는 “더 이상 소형 스포츠카시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략적으로나 채산상으로 마쓰다에 필요한 차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초대 로드스타의 개발 책임자인 히라이 도시히코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개발을 진행시켰다. 차의 가치를 출력이나 하이테크가 아닌, 차가 운전자의 기분을 감지한 듯이 달리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의도였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차에서 상식화된 기능이나 성능을 일부러 제거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히라이는 “방음재를 넣으면 중량과 비용이 증가한다. 조용한 차를 갖고 싶다면 세단을 타면 된다. 소형 스포츠카는 욕심에 사로잡혀서는 만들 수 없다.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주저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욕심을 내면 낼수록 무겁고 크고 비싼 차가 되어 소형 스포츠카에서 멀어지고 만다”라고 했다.
히라이는 이러한 노력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기존에 아무리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라 해도 과감하게 버렸다. 이렇게 개발된 로드스타의 초기 모델은 1989년 2월 미국 시카고 오토쇼에서 발표되었고, 이후 70만 대 이상을 생산해 2인승 오픈 스포츠카 사상 최대 생산대수를 달성함으로써 기네스북에도 오르게 된다. 창의적 사고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임을 마쓰다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저자 짐 콜린스는 목표를 향한 두려움 없는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암벽 등반에 있어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인 콜린스는 “암벽 등반에서 배운 경영 교훈 중 하나가 떨어진 사람(Fallure)과 실패한 사람(Failure)을 구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암벽 등반을 하다 보면 내 능력으로는 더 이상 도저히 오르지 못할 것 같은 한계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그대로 포기를 하고 내려오면 실패(Failure)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오르려고 시도하다가 떨어져서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는 것은 떨어진(Fallure)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콜린스는 우리의 삶을 Fallure와 Failure를 사이에 둔 선택의 연속으로 보고 있다. 결국 성공이란 것은 정상에 도달하냐 못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울인 정신적 노력의 질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도전을 하다 발생한 Fallure는 결코 실패가 아니며 최선을 다해 한계를 테스트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의적 사고의 실행에는 항상 위험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위험을 두려워하고 실행하지 못한다면, 성공이라는 과실도 실패를 통한 학습도 모두 잃는 결과를 맞게 된다. 조직의 창의적 역량은 하루아침에 길러질 수 없다. 현재의 시장 상황과 경쟁 환경을 주의 깊게 분석하고 기업의 성장을 위해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고 실행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함을 명심하자.
Columnist
김범열 LG경제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속성장리포트」, 「신뢰받는 직장의 조건」, 「Web2.0시대의 HR과제」, 「일과 생활의 균형 이렇게 관리하라」, 「지속 성장 기업의 조건」 등 다수의 기업문화 관련 리포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