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숙박공유를 경험한 곳은 ‘카우치서핑’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다. 소파를 뜻하는 ‘카우치’를 ‘서핑’한다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소파’라도 기꺼이 내놓을 호스트와 두말없이 그 공간에 머물 손님이 아무 조건 없이 만나는 플랫폼이다. ‘에어000’와 같은 유료 플랫폼과 달리 전적으로 무료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25년 된 다세대빌라 꼭대기 층이라도, 어쨌든 내게는누군가 몸을 뉘일 만큼의 공간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지금 여기 몸이 매여 있을망정 마음만은 ‘여기가 아닌 어디라도’를 꿈꿨다. 즉, 여행이 고프지만 여행을 떠나지 못할 때나는 ‘카우치서핑’에 공간을 내놓았다.
그렇게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해외 여행자들을 통해 가끔씩 우리 집은 게스트하우스가 되었다. 어느 핀란드 부부는 헬싱키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시베리아대륙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해까지 배를 타고, 동해에서 서울까지 열차를 타고 당도했다. 그들을 통해 나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한참 전, 오로지 육로로 유럽에 닿는 로망에 들떠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 (생애 최초로) 진심이 되었다. 미국은 최저임금이 없는 주가 있어 팁이 곧 월급일 수도 있다는 사실, 카페 탁자에 휴대폰을 놓고 어디 다녀와도 물건이 사라지지 않는 한국 사회가 안전하다는 깨달음 등 외부의 시선으로 일상을 보기도 했다. 머무는 이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자국 특산품을 선물해주거나, 현지 음식을 요리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여행자의 기운을 전수받아 여행 무드로 일상을 살게 되는 점이 좋았다.
그들 역시 호스텔에 머무를 때처럼 날마다 끼니를 사먹고 수건과 시트를 갈고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마구 버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대신 함께 ‘집밥’을 해 먹고, 시장에서 장을 보고, 분리수거통에 재활용품을 분류해 넣고, 함께 배드민턴을 치거나 자전거를 타며 현지인인 나의 일상을 공유했다. 여행지에서 장을 보고살림을 하며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의 삶을 경험하는 ‘체류여행’은 관광지 사진을 찍고 썰물처럼 빠지는 관광과는 다르다. 숙박공유는 남는 공간을 나눠 쓰는 것만으로도 여행지를 풍경으로소비하지 않고 이국 땅에서 타인과 관계 맺는 일상을 선사한다.
사실 해외여행은 짧은 시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활동이다. 비행기 한 대가 날 때마다 자동차 8만 대 분의 이산화탄소가 일거에 배출된다. 여행지에서는 외식도 잦고 1회용품 사용도 늘어나고 쓰레기도 많이 발생한다. 기내식만 먹어도 최소 5개 이상의 1회용품이 버려진다. 태생적으로 비행기 여행은 반환경적일 수밖에 없다. 머리로는 알아도 해외로 떠나고 싶은 욕망이 쉽게 수그러드는 것은 아니다.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되도록 한 도시에서 5일 이상 체류하고 한 숙소에 머무는 동안 청소와 수건 교체를 하지 않고, 텀블러, 손수건, 젓가락, 생리컵(대안 생리대) 싸들고 다니며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로컬식당과 가게를 이용하고, 물건 쇼핑 대신 경험과 서비스에 돈을 쓰고, 한 도시 내에서는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해본다.
하지만 집안에 앉아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도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면 이야말로 친환경 여행이 아닐까. 숙박공유는 내 공간을 타인에게 호혜적으로 내놓는 대가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여행을 선사한다. 오늘 밤, 우리 집 소파에서 주무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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