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행어로 돌아보는
올해의 이슈

수없이 탄생했다 사라지는 밈과 유행어들은 Z세대의 경향성이나 트렌드를 보는 지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올해도 ‘중꺾마’부터 ‘폼 미쳤다!’ 등 많은 유행어와 밈들이 탄생했는데, 쇠부리토크 독자들은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지금부터 유행했던 밈을 하나씩 짚어보며 2023년 Z세대 사이 핫했던 주요 이슈를 돌아보겠다. 한 번쯤 들었던 밈이 몇 개나 있는지 체크해보자.

1. 중꺾그마

ⓒ유튜브 채널 ‘쿡깸’

ⓒ유튜브 채널 ‘할명수’

2022년 11월 탄생한 ‘중꺾마’라는 유행어를 기억하는 분? 중꺾마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2022년 롤 월드컵 경기인 ‘월즈’에서 우승한 팀 DRX의 선수 데프트가 인터뷰를 통해 했던 말이다. 이는 일상적인 응원이나 위로의 문구로 쓰이며 2022년의 명언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2023년, 이 유행어가 개그맨 박명수로 인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JTBC 웹 예능 프로그램 ‘할명수’에서 박명수가 ‘중꺾마’라는 유행어에 대해 “꺾이지 않는 마음보다 중요한 건 꺾였더라도 계속하는 마음 아니냐”는 말을 한 것인데, 이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 줄여서 ‘중꺾그마’라고도 불리는데, Z세대 사이에서는 2023년 명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보통 힘들어도 매일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된다.

관련 이슈 : e스포츠

✔ 롤 월드컵, 일명 롤드컵이라 불리는 ‘월즈’에 대한 Z세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서 2023 월즈가 개최됐고, 월즈 주제가를 ‘뉴진스’가 부르며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마니아층만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했던 e스포츠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것. 이에 마치 K-POP 아이돌을 덕질하듯 ‘페이커’ 등 인기 있는 프로게이머 선수를 덕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e스포츠를 즐기는 Z세대가 늘자, 각종 업계에서는 e스포츠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F&B, 게임 업계 사이의 콜라보가 화제. 지난 4월 게임 ‘로스트아크’의 팝업스토어가 부산 이디야커피 달맞이점에서 열렸는데 오픈 당일에만 3천 명 이상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2. 폼 미쳤다

ⓒ데이트팝, 고스트 스튜디오 공식 블로그

‘폼 미쳤다’는 스포츠 선수의 역량이나 컨디션이 훌륭할 때 칭찬의 의미로 쓰는 말이다. 이는 인터넷 방송에서 축구 경기를 해설하는 BJ인 이스타에 의해 탄생했다. 경기 결과 예측을 잘하거나, 리액션이 웃길 때마다 구독자들이 이스타에게 ‘폼 미쳤다’라는 댓글을 남기는데, 이는 ‘축구 경기 해설 진짜 잘한다’라는 칭찬의 의미로 보면 된다.

이때부터 ‘폼 미쳤다’는 선수들에게만 쓰는 말이 아니라, 일상적인 칭찬의 의미로 쓰는 경우가 잦아졌다. ‘클렌징 폼 미쳤다’, ‘유니폼 미쳤다’처럼, ‘폼’과 이어지는 단어로 응용해서 말하기도 한다. 나아가 이 유행어는 좋아하는 사람의 능력이나 미모를 칭찬할 때도 쓰인다. ‘대박’이라는 표현을 대신해 쓰기도 하는 편. 예를 들어 날씨가 좋다면 ‘오늘 날씨 폼 미쳤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가수 영탁은 이 유행어를 활용한 노래를 발매하기도 했다.

관련 이슈 : 라이브 방송

✔ Z세대는 유튜브에서 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도 자주 보지만, 유명인이나 스트리머들의 ‘라이브 방송’도 즐겨 보는 편이다. 게다가 올해 라이브 방송의 영향력은 더 커진 편! 일례로 버추얼 아이돌 그룹인 ‘플레이브’는 라이브 방송을 통한 소통으로 인기를 얻어 음원 차트에서 K-POP 아이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이 있기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보는 댓글 창에서 ‘폼 미쳤다’라는 유행어가 탄생할 수 있었다.

3. 홍대 어떻게 가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유튜브 ‘뉴진스 하입보이요’ 검색 결과

Z세대에게 ‘홍대 어떻게 가요?’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바로 ‘뉴진스의 하입보이요’이다! 대체 왜 홍대 가는 길을 물었는데 노래 제목으로 대답하는 게 유행이 된 걸까? 이는 한 유튜브 콘텐츠 포맷에서부터 시작됐다. 약 1년 전부터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에게 기습으로 인터뷰를 하는 일명 ‘길거리 인터뷰’ 콘텐츠가 유행 중인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포맷은 바로 ‘어떤 노래를 듣고 있느냐’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면 실제로 지금 듣고 있는 노래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는 건데, 당시 하입보이는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대표곡으로 많은 사람이 즐겨 듣는 만큼 응답이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한 인스타그래머가 이 콘텐츠 포맷을 활용해 ‘패러디 영상’을 하나 올리며 유행어가 시작되게 된다. 진짜 길을 물어보기 위해 누군가에게 다가갔는데, 묻기도 전에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대답하는 영상이었는데, 자신에게 길거리 인터뷰를 하러 다가오는 줄 알고 착각한 상황을 웃기게 연출한 것이다. 이후 어떤 물음이든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대답하는 게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게 됐다.

관련 이슈 : 숏폼

✔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밈은 숏폼으로 인해 더욱 유행으로 번졌다. 짧은 영상으로 이 밈을 찍어서 SNS로 올리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 이처럼 숏폼 콘텐츠를 즐기는 Z세대도 많지만, 직접 찍어서 올리는 Z세대가 올해 더 많아졌다. 대학내일 트렌드 미디어 캐릿이 Z세대 남녀 280명에게 ‘주변 친구들이 숏폼 영상 촬영하는 걸 본 적이 있는지’ 물었는데, 74.7%가 ‘있다’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4. BTS, 봉준호, 손흥민, OOO Let’s go

ⓒMnet 공식 유튜브 채널

BTS, 봉준호, 손흥민의 공통점은?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것. 2021년 방영된 엠넷의 <쇼미더머니 10>에서 박재범이 이들의 이름을 가사로 활용해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다. 정확한 가사 내용은 ‘BTS, 봉준호, 손흥민, 제이팍, let’s go’인데, 월드 클래스로 불리는 인물 사이에 본인 이름(제이팍)을 넣어서 부른 것이 포인트이다. 즉, 본인도 같은 월드 클래스라는 의미인 것. ‘제이팍’ 자리에 본인이 칭찬하고 싶은 인물,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넣어서 응용하기 좋아 아직까지 유행어로 자주 쓰인다. 만약 팀 막내가 주어진 일을 잘 끝냈다면 그의 이름을 넣어서 칭찬해보자.

관련 이슈 : 월드 클래스

✔ BTS, 블랙핑크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이 해외 투어를 성공적으로 끝내는 등, 주 활동 무대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이강인, 김하성, 이정후 등 우리나라의 스포츠 선수들 역시 해외에서 주목 받고 있다. 즉, 올해 들어 유독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해외에서도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인데, 이러한 이유로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 관련 밈까지 주목 받은 것으로 보인다.

5. 너 T야?

ⓒ유튜브 채널 ‘밈고리즘’

‘너 T야?’라고 묻는 영상은 누구나 자주 봤을 거라고 생각된다. ‘너 T야?’는 상대방에게 MBTI 유형이 사고형 T냐고 묻는 말이다. T 유형은, F 유형에 비해 현실적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그래서 자신의 말에 감정적으로 공감해 주지 않는 친구에게 ‘감정이 없는 로봇이냐’, ‘왜 팩트폭격하냐’라는 말을 대신해서 사용된다. 이 밈을 사용할 때 주로 손이나 주변에 있는 물건으로 ‘T’ 모양을 만들면서 말하기도 한다.

관련 이슈 : MBTI

✔ MBTI는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닌, Z세대가 생각하는 정체성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 인물 정보에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등록된 관심사 순위로 MBTI가 꼽히기도 했다.

6. 네가 내 오쏘몰이다

ⓒ오쏘몰 검색 SNS(좌) 및 선물하기 랭킹(우)

‘요즘 네가 내 오쏘몰이야’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혹시 오쏘몰을 안다면 어떤 의미인지 예상한 분도 많을 것 같다. 이 유행어는 바로 ‘네가 내 비타민 같은 존재다’라는 뜻이다! 한동안 나에게 힘이 되는 존재를 ‘비타민’에 비유해 말했는데, 요즘엔 비유 대상이 ‘오쏘몰 이뮨’이라는 멀티 비타민으로 바뀐 것. K-POP 팬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를 언급할 때 주접을 떠는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만약 BTS를 좋아한다면, ‘BTS가 요즘 내 오쏘몰임’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관련 이슈 : 헬시 플레저

✔ 건강기능식품에 관심 있는 연령대는 높은 것이 일반적이기에, Z세대가 건강기능식품 중 하나인 ‘오쏘몰 이뮨’을 유행어로 쓸 만큼 익숙하게 생각한다는 게 조금 신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쏘몰 이뮨은 실제 20대 카카오톡 선물하기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SNS를 살펴보면 시험 기간에 고함량 비타민제를 선물로 자주 주고받는 Z세대의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는 건강 관리를 즐겁게 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반영되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7. 용인 푸씨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

용인 푸씨는 에버랜드에 살고 있는 판다 ‘푸바오’를 부르는 말이다. 푸바오의 집인 에버랜드가 용인에 있다는 이유로 팬들 사이에서 ‘용인 푸씨’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 한국에서 나고 자란 푸바오는 2024년이면 중국으로 떠나야 하는데,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은 ‘푸바오는 한국 푸씨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관련 이슈 : 푸바오

✔ 푸바오와 강철원 사육사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 영상은 올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이에 푸바오는 용인 푸씨 외에도 ‘푸공주’, ‘푸뚠뚠’ 등 많은 애칭을 갖고 있다. 이 밖에도 푸바오 관련 유행은 꾸준했다. 푸바오 영상을 브이로그처럼 편집해서 올려 주는 에버랜드 유튜브, 틱톡 채널이 흥하기도 했고, 푸바오 굿즈를 판매하는 더현대서울의 팝업스토어에는 오전부터 오픈런하는 팬들이 있을 정도였다.

8. 그런 날 있잖아…

ⓒ김도영 선수 스레드 계정(좌)과 온라인에서 판매된 그런날 티셔츠(우)의 온라인 스토어 캡처

KBO 야구팀 ‘기아 타이거즈’ 소속 김도영 선수는 올해 출시된 텍스트 기반의 SNS ‘스레드’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런 날 있잖아, 손에 우산은 있지만 비를 맞으며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고 싶은그런 날’. 이를 보고, 동료 선수들이 ‘오글거린다’, ‘흑역사 아니냐’라며 놀리는 게시물을 올렸는데, 화제가 되어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야구 팬덤 사이에서 무슨 말을 하든 앞단에 ‘그런 날 있잖아’로 시작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이를테면 붕어빵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런 날 있잖아… 붕어빵을 먹고 싶은 그런 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에 기아 타이거즈는 김도영 선수의 사진과 밈을 합성한 ‘그런 날 티셔츠’를 공식 굿즈로 판매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3일간 1,400장 이상이 판매됐다고.

관련 이슈 : 야구

✔ 야구는 보통 기성세대가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최근 20대의 프로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 이는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야구 직관 티켓은 1분 내 매진될 정도였고, SSG 랜더스의 경우, 홈구장을 방문한 2030 여성 팬이 지난 시즌 대비 34.2% 증가했다고 한다.

✔ 2023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LG 소식이 담긴 ‘신문’을 구매하는 Z세대의 모습도 포착됐다. SNS에서는 신문을 웃돈을 주고 거래하기도 했다. 야구 관련 소식이 담긴 신문을 한정판 지류 굿즈로 여긴 것이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Z세대 타깃 마케팅 중 하나로 최강야구와의 콜라보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다. 당시 한정판 굿즈는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였다.

9. 리버스 탕후루

ⓒ온라인 커뮤니티

리버스 탕후루란 Z세대가 ‘호떡’을 부르는 말이다. 최근 과일에 설탕물을 입힌 디저트 메뉴인 ‘탕후루’가 인기로, 달달한 음식을 탕후루와 연관 지어 이야기하는 게 유행이 됐다. 호떡은 설탕으로 만든 소스가 밀가루 반죽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탕후루와는 반대라는 의미로 ‘뒤집힌 탕후루=리버스(Reverse) 탕후루’라고 부르는 것. 꿀떡은 떡 탕후루, 고구마 맛탕은 고구마 탕후루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련 이슈 : F&B 트렌드

✔ 작년부터 올해까지 F&B 트렌드로 탕후루와 마라탕을 빼놓을 수 없다. 유명 탕후루 체인점 ‘왕가 탕후루’는 12월 기준 전국 500개 점포가 있는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마라탕은 월평균 40만 건 이상의 검색량을 기록하며 10대의 소울푸드로 떠올랐다. KB국민은행이 중고등학생의 체크카드를 분석한 결과, 10대 여학생이 가장 자주 소비하는 음식으로 마라탕 전문점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엔 급식에도 마라탕이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시은 (캐릿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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