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드는 내가 되고 싶다면
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

ADHD는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학업부터 인간관계, 경제적 어려움 등을 야기한다. 이러한 ‘성인 ADHD’를 대중에게 알린 반건호 교수를 만나 ADHD의 증상과 치료 등 궁금한 이야기를 나눴다.

약속 시간에 항상 늦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던 사람들. 그저 내가 잘못된 줄만 알고 살아왔던 이들에게 뜻밖의 병명이 붙었다. 바로 ‘ADHD’. 주의력을 담당하는 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생기는 ‘ADHD’는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져 우울증이나 강박증을 낳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사소하지만 절실한 물음의 답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 보자.

ADHD는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요?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라고 합니다. 주의력은 우리가 어떤 과제를 시작해서 마무리할 때까지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ADHD는 이러한 주의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만, 아예 집중을 못 한다기보다 주의력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산만하고 과도한 활동이나 충동성 등을 보이게 됩니다.

ADHD는 보통 어릴 때 나타난다는데, 주로 어떻게 발현되나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병원에 찾아오는 때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입니다. 학교에 들어가면 과제물을 챙기거나 교내에서 규칙을 지키는 등 스스로 판단하고 조절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데요. ADHD 환자들은 이러한 통제를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보통 선생님들이 먼저 이상을 감지하고, 부모와 함께 병원에 오게 되는 경우가 많죠.

아이들의 ADHD 치료 과정이 궁금해요.

우선 정확한 검사를 통해 이 아이가 ADHD가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확실히 진단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아이의 부모님을 교육하는 겁니다. ADHD가 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아이가 잘 치료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죠. 그 후 아이의 증상에 따라 사회성 치료나 언어 치료 등을 받게 됩니다.

ADHD 아동의 부모가 특별히 신경 쓰거나 노력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ADHD 아이들은 통제가 잘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도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 아이의 장점은 무엇인지 관찰하며 긍정적인 점을 발굴하고 발전시켜 주세요. ADHD가 오래 지속됐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바로 낮은 자존감입니다.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가까이 있는 부모가 도와줘야 합니다.

성인 ADHD 환자들은 보통 어떤 이유로 병원을 찾나요?

실제로 ADHD 증상을 의심하고 오는 경우는 많지 않고요. 어릴 때 ADHD인 줄 모르고 치료하지 않은 채 성인이 되면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생긴다거나 자존감이 낮다든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우울증이 생겨 병원을 찾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또, 실수를 많이 하다 보니 계속 실수할까 불안해하는 강박증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우울증이나 강박증인 줄 알고 치료하다가 성인 ADHD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 ADHD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아동은 부모를 교육하지만, 성인은 본인을 교육하게 됩니다. ‘인지행동치료’라고 하는데요. ADHD 환자들은 보통 자기 자신을 형편없는 사람으로 인식한 채 성인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정립된 본인을 향한 인식은 개선되기가 어렵죠. 그래서 성인 ADHD 치료는 이 부분부터 치료를 시작합니다. 그 후 환자에 따라 약물치료 또는 상담치료 등을 시행합니다.

약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혹시 약물 외의 치료 방법은 없을까요?

ADHD가 확실하다면 약물 치료는 굉장히 중요한 치료 과정 중 하나입니다. ADHD는 뇌에 있는 통제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현되는 병인데, 뇌를 직접적으로 자극할 방법은 약물 말고는 없습니다. 게다가 약물 사용량에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중독은 절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약물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다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ADHD도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나요?

의사로서 보는 완치의 개념은 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시력이 떨어졌을 때, 안경 없이 잘 보기 위해 라식 수술을 하는데요. 라식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안경을 계속 쓰겠죠. 하지만 안경 쓰는 것을 불치병이라고 생각하진 않잖아요. ADHD도 비슷합니다. 증상이 계속 남아 있어도 일상을 살아가는데 아주 큰 지장은 없어요. 하지만 거기서 오는 우울증이나 강박증 같은 후유증을 줄여주고, 좀 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ADHD의 치료 과정이죠. 그래서 완치라는 말보다는 치료를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37년간 진료를 봐오시면서 기억에 남은 케이스가 있으실까요?

60대 중반 정도 되는 여성분이 치료받으신 후 “세상 사람들의 머릿속이 이렇게 환한지 몰랐어요”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브레인 포그’라는 의학용어가 있는데요. 머릿속이 항상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상태를 말합니다. 다행히 이 환자분은 늦은 나이에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셨고, 실제로 머릿속에 있는 안개가 걷히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60대 후반이나 70대 환자분들은 이 나이에 무슨 치료냐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그 나이에도 치료받으면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제철 사우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바쁜 일상 탓에 건강을 뒤로 미루고 계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건강은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무심코 지나치지 마시고 꼭 자신의 건강을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일상을 좌우하는 마음 건강을 지켜주세요. 마음이 아플 때는 꼭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아동 ADHD의 주요 증상

의자에 오래 앉아있기가 힘들어 몸을 들썩거리거나 돌아다니고, 수업 시간에 친구와 떠들거나 장난을 많이 치며, 쉬는 시간이 끝나고도 교실로 돌아오지 않고, 급식실 등을 줄 서서 이용하지 못한다. 또한 충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주 다치며, 학년이 올라갈 경우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학업에 영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용 6-13세 어린이 ADHD 자가 진단표 바로가기(강남구보건소)

성인 ADHD의 주요 증상

지각이 잦고 업무 마감일을 잘 지키지 못하며, 회의에서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타자나 기침 소리 등 주변의 모든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못하므로 말을 생각 없이 뱉어 타인의 호감을 얻기 어렵다. 충동적인 쇼핑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인용 ADHD 자가 진단표 바로가기(종로구보건소)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지성종 사진가, 김성헌 사진가
영상 안지수(스튜디오 인디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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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1. Do2*** 댓글:

    대단힌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