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스캔들, 한국 시장의 성공 방정식

두둥!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시장이 뜨겁다. 충성도 높은 애플 유저들이 오매불망 기다린 만큼 단번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 애플페이가 아이폰 수요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애플페이의 성공 방정식을 차례로 풀어본다.

애플페이, 카드사의 교집합으로 결론

2014년 출시 후 전 세계 75개국에서 사용되는 애플페이가 드디어 3월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 이제 아이폰 유저들도 카드 없이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대카드가 애플과 꿈꾸었던 온전한 합집합의 결론은 여러 카드사와의 교집합으로 일단락됐다. 금융당국이 애플과 현대카드 간 독점 계약 조항 삭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독점권을 포기했지만, 시장 선점 효과는 충분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를 도입하려면 계약도 해야 하고 전산시스템 개발도 필요한데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선도해온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의 모범답안을 채울 것으로 기대된다.

결제수수료 유료화의 나비효과

애플페이 성공 방정식의 두 번째 열쇠는 국내 페이사, 카드 업계가 쥐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삼성페이를 쓸 때 발생하는 결제수수료를 무료로 운영해왔다. 그런데 애플페이는 결제수수료를 소비자나 가맹점이 아닌 카드사가 부담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카드사가 애플페이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는 0.1~0.15%.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또한 삼성페이 결제수수료를 유료화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다른 대형 페이사들도 동참할 태세다.

수수료 부담은 카드사 몫이니까 소비자와 가맹점은 안심해도 될까? 당장 금전적 부담은 피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비용은 함께 떠안아야 할 수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여 수익성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 판도를 바꾸는 ‘단말기’라는 함수

업계 걱정은 묻어 두고, 소비자의 관심은 “애플페이를 바로 쓸 수 있는가?”인데 여기에도 풀어야 할 함수가 있다. 바로 ‘단말기’ 문제다. 국내 사용 단말기는 크게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와 NFC(근거리 무선통신) 방식으로 나뉜다. 삼성페이는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지원하지만, 애플페이는 NFC만 지원한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 개 중 NFC 기반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10% 내외.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 지원을 통해 단말기를 공급받을 수 있지만, 개인 자영업자들은 1대당 15~20만 원에 달하는 설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심지어 스타벅스와 이마트 등 NFC 단말기가 있어도 애플페이 결제가 어렵다는 소식도 있으니, 당장 애플페이를 깔아도 쓸 곳이 적은 상황이다.

애플페이는 당분간 가맹점과 소비자 간의 수 싸움을 견뎌내야 한다. 가맹점이 애플페이 고객을 더 이상 놓칠 수 없는 지점, 소비자가 애플페이가 안되는 매장을 박차고 나가는 지점이 바로 성공 분기점이 될 것이다.

박힌 돌 갤럭시의 시장 방어 법칙

애플페이 성공 방정식의 최종 답안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 달려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22년 10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33.31%, 삼성전자는 61.95% 정도다. 전체 연령을 기준으로 보면 갤럭시 사용자가 많은 셈이다.

이를 유지하고자 삼성전자는 갤럭시 점유율의 일등 공신인 삼성페이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 작년 10월 비접촉 방식으로 현관 도어락을 열 수 있는 ‘디지털 홈 키’ 기능을 삼성페이에 새롭게 탑재했고, 차 키 기능 및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증명서는 실제로 공항에서 국내선 탑승이나 영화관, 편의점 등에서 본인 및 성인 인증에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지난 2월에는 네이버페이와 MOU를 맺으며 온오프라인 간편 결제를 선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Hint. 미래 고객 선점 효과를 기억하라

2023년 3월 현재, 애플페이의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삼성페이가 이미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 당장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 수가 10% 내외로 매우 적다는 점, 교통카드 기능도 없고 당분간 현대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목된다.

하지만 글로벌 1등 애플도 한국 시장을 공략할 플랜을 이미 가동 중이다. 현재 문을 연 4개의 애플스토어에 추가로 신논현역, 홍대입구역 등에 5호점, 6호점을 열 계획이다. 또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2019년 출시한 애플카드. 출시 예정 중인 후불결제서비스(BNPL·Buy Now Pay Later) 등으로 독자적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폰 선택 비중이 50%를 넘어선 20대와 그보다 더 열렬히 아이폰을 추종하는 10대 청소년들이 애플이 쏟아내는 즐거운 브랜드 경험을 맛본다면, 미래 고객을 선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방정식을 참으로 만들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TIP. 애플페이, 영상으로 정리해 볼까?

1. 테크몽 <애플페이 써보니 진짜 좋네요! 궁금한 점 다 알려드림>

영상 바로가기
애플페이 실행법부터 애플워치 연동 방법, 교통카드 등 애플페이에 관련된 궁금증 30가지를 챕터별로 나눠 자세하게 설명한다.

2. ITSub잇섭 <드디어 7년 만에 출시하는 애플페이 확정 소식 총정리>

영상 바로가기
애플페이 국내 출시 배경부터 현대카드 선점 이슈, 단말기 문제 등 애플페이 도입 상황과 미래 전망 등을 소개한다.

전계희 (자유기고가)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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