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자격증 따는 특별한 재미!
순천공장 도금생산부 노덕환 사우

잠시 요식업 경영자를 꿈꾸다 철강인으로 진로를 정한 뒤 이를 위해 일 년 사이 10여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 순천공장 노덕환 사우를 만났다.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이의 모습은 아름답다. 잠시 요식업 경영자를 꿈꾸다 철강인으로 진로를 정한 뒤 이를 위해 일 년 사이 10여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 순천공장 노덕환 사우를 만났다.

잠시 요식업 경영자를 꿈꾸다 철강인으로 진로를 정한 뒤 이를 위해 일 년 사이 10여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 순천공장 노덕환 사우를 만났다.

방금 전역한 대학생이라 해도 믿을 만한 앳된 얼굴과 짧은 머리의 노덕환 사우의 자택 개인 방안은 여전히 독서실 같았다. 아직은 노는 게 좋았을 볼빨간 청춘의 시기, 철강인의 꿈을 꾸며 그가 보냈을 지난한 공부의 시간이 오롯이 그 안에 남아있었다. <기초철강지식>부터 <금속재료산업기사>, <위험물기능사>, <가스산업기사> 그가 공부했던 책들 수십 권, 손글씨 빼곡한 스프링노트가 방안에는 가득했다. 철강인을 꿈꾸는 학생은 전국에 수없이 많겠지만, 그 목표를 위해 이렇게까지 전력 질주한 청춘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공부가 제일 쉬웠을 그에게 마치 취미처럼 쌓아 올린 ‘자격증 취득 금자탑’ 이야기를 들었다.

Q.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순천공장 압연공장 도금생산부 CCL(컬러강판 라인)에서 출측 권취(강판을 둥글게 말아 코일을 만드는 작업)를 맡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코일의 용접부를 검사하고 결함을 제거하는 일이죠. 졸업은 올해 3월에 했는데, 작년 5월 20일에 조기 취업을 했습니다.

Q. 입사 전 1년여 간 10여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들었어요. 엄청난 열정이에요!
정확히는 2018년 2월부터 12월까지 열 달 동안 11개의 자격증을 땄습니다. 거의 제철 현장과 관련 있는 것들이었죠. 제선기능사, 제강기능사, 압연기능사, 위험물기능사를 비롯해서, 기계정비산업기사, 산업안전산업기사, 금속재료산업기사, 열처리기능사 등을 취득했죠. 그 안에는 한국사 자격증도 있습니다. 사실 제철산업과를 전공했는데요, 학교에서 철강을 공부하면서 철강산업이라는 게 우리나라 기간산업이고 철강산업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발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한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현대제철 어느 공장에 취업하더라도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모든 분야의 공부를 했습니다.

잠시 요식업 경영자를 꿈꾸다 철강인으로 진로를 정한 뒤 이를 위해 일 년 사이 10여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 순천공장 노덕환 사우를 만났다.

Q. 입사를 위해 그런 노력을 하다니 열정이 대단하세요. 그전에도 자격증 취득을 한 적이 있나요? 원래 공부를 좋아하나요?
사실 전에는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떤 계기가 있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조경학과에 입학했는데, 적성이나 취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점수에 맞춰 들어간 터라 흥미를 느끼지 못했죠. 그러다 요식업 창업에 관심이 생겨서 식당 창업의 꿈을 안고 홀서빙을 2년 동안 했어요. 그사이 창업을 위해 돈을 모았고요. 하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 곧 좌절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고민 끝에 평생 제철업계에 몸담은 아버지를 따라 제철소에 입사해보자 마음먹었죠. 다시 대학의 제철산업과를 입학했습니다.

Q. 첫 번째 목표가 틀어진 뒤 생긴 두 번째 목표인지라 더욱 전력을 다했겠군요.
세상 물정에 눈을 뜨면서 요식 업계에 뛰어드는 걸 반대했던 부모님의 사랑도 뒤늦게 깨달았어요(웃음). 이후 다시 대학에 들어가고 늦게 입학한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겁니다. 자격증 10개를 따는 동안 학과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해서 1등을 하고 장학금을 타며 학교에 다녔어요.

Q. 흔히 학교 공부와 현장은 다르다는 경우도 많아요. 입사 후엔 어땠나요? 그동안에 취득한 자격증이나 공부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나요?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사실 입사 후 ‘입사 전 일 년 동안 자격증 10개를 땄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목을 좀 받았죠. ‘얘는 좀 이상하다고’(웃음). 집에서 공부한 내용과 현장 상황은 분명히 달라요.  현장에서는 책에는 나오지 않는 여러 가지 변수와 오랜 시간 이어 온 회사만의 법칙 같은 것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그 기초를 알고 겪는 것과 아예 모르고 겪는 것은 달랐어요. 자격증 공부를 통해서는 전체적인 시스템과 인프라에 대해 많이 공부하게 돼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가 맡은 포지션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들어가면서, 제가 부족한 부분도 깨닫게 됐죠. 현장에서 30~40년 잔뼈가 굵은 기장님이 해오시던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어요.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고, 현재도 배우고 중입니다.

잠시 요식업 경영자를 꿈꾸다 철강인으로 진로를 정한 뒤 이를 위해 일 년 사이 10여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 순천공장 노덕환 사우를 만났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었을까요?
특히 안전에 관한 것을 많이 배웠어요. 산업안전산업기사라는 자격증이 있어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저 스스로가 이게 위험한 일이라는 자각을 못 할 때가 많죠. 그럴 때마다 배운 부분을 스스로 상기시키는 거죠. 크레인 신호수 역할을 할 때는 자상방지용 장갑이나 토시 같은 것들을 착용하는 등 이론에서 배운 것들을 잘 지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어요. 평소 같이 일하는 선배님들도 늘 안전을 강조하시죠. 결국 안전 부분에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Q. 입사 후에도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그것도 현장과 연장선에 있을 것 같아요.
작년 5월과 12월 사이, 인턴 기간에 취득했어요. 현장에서 일해보니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생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나 혼자가 아닌, 여러 선배님과 근무하는 곳에서 생명을 지켜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심폐소생술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현장에선 어떤 긴박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같은 기간 업무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잠시 요식업 경영자를 꿈꾸다 철강인으로 진로를 정한 뒤 이를 위해 일 년 사이 10여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 순천공장 노덕환 사우를 만났다.

Q. 사우님의 열정과 결실을 부러워하는 사우들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바쁜 회사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틈틈이 자격증 취득을 할 수 있는지, ‘공부 꿀팁’ 같은 게 있다면 살짝 귀띔해 주세요.
사실 공부에 왕도는 없는 것 같아요. 공부하는 방법은 저마다 달라서 ‘어떤 게 능률적이고 효과가 좋더라’고 말하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중요한 건 마음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동기부여가 제일 중요합니다.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반드시 철강인이 되겠다’는 꿈 같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공부는 저절로 잘 될 거라고 믿어요.

Q. 자격증 취득 말고도 다른 취미생활도 활발하다고 들었어요.
올해 1월부터 실행한 올해의 목표 하나가 바디프로필 찍기 입니다. 오는 7월에 사진을 찍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격증 이외에 다른 활력소 필요했어요. 그간 머리 쓰는 일을 많이 했으니까 올해는 조금 몸을 다져보자고 생각했어요(웃음). 사실 헬스도 자격증 취득과 비슷한 면이 있어요. 아니 똑같다고 느껴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자신과 싸움이거든요. 혼자 하는 싸움, 같은 동작의 무한 반복. 하지만 안에서 달라진 몸을 보는 동기 부여죠. 자격증 역시 , 따게 되면서 있다는 동기부여, 나아가 자신감을 얻는 거죠.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도 자격증 취득은 계속 되나요?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자격증이나 공부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해요.
현장 능력과 그간의 공부를 심화시키기 위해 가스산업기사 필기시험에 붙은 상태에요. 그리고 현장에서 일정 기간 이상 재직하면 기능장 취득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겨요. 그때 압연기능장을 우선 따고 싶고요. 폐기물처리 관련 자격증도 욕심이 납니다. 앞으로 얼마나 자격증을 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산업과 관련된 각종 자격증은 다 취득하고 싶어요. 훗날엔 후배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좋은 선배, 귀감이 되는 훌륭한 철강인이 되고 싶어요.

취재_한정욱 (순천공장 기자)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촬영 김대진(지니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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