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로 희망을 그립니다.”
김선미 작가의 열정, 눈물, 사랑의 전시

꽃이 되다’
당진제철소 열연1부 허정석 사우의 아내 김선미(48) 작가가 준비한 첫 번째 캘리그래피(Calligraphy) 전시 제목이다. 2년 전 돌아가신 그녀의 어머니는 물론 딸들과 그녀 역시 꽃을 좋아한다. 또한 힘든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작품을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 자체가 만개한 꽃이다.

6월 21일 늦은 오후 당진시에 위치한 다원 갤러리는 김 작가의 캘리그래피 전시 첫날을 맞아 관람객들로 분주했다. 그 속에서 유독 밝은 미소가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쾌활한 웃음과 밝은 미소, 특유의 친화력으로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타민 같은 존재감’. 바로 김선미 작가이다.

김 작가는 현재 암 4기로 투병 중이다. 벌써 5년째이다. 그동안 두 딸과 남편은 아픈 엄마,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나누고 그녀의 몸과 마음을 보살폈다. ‘완쾌’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가족이 단단하게 하나가 됐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를 가족에게 전하는 선물과 같다고 말했다.

다정한 모습으로 인터뷰 중인 김선미(48, 좌) 작가, 허정석 사우(우)

“우리 아이들과 남편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엄마도 이런 작품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고요.“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 역시 가족과 함께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가 그려진 작품이 있는데, 우리 딸들하고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딸들이 물감을 흩뿌리고 글은 제가 썼습니다. 작품명 역시 저희 딸아이가 만들었어요. 모든 이들의 소원이 이뤄지라고 <바람>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제가 옆에 없어도 이 작품을 보면 아이들이 저를 떠올릴 수 있고, 아이들이 없을 때도 제가 이 작품을 보며 아이들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저에게는 정말 보물과 같은 작품이에요. ”

김선미 작가의 캘리그래피 전 <꽃이 되다>가 전시 중인 갤러리 내부와 전시작을 감상하는 내내 두 손을 놓지 않는 잉꼬 부부의 모습. 갤러리에는 작은 액자와 부채와 같은 소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간절한 희망과 따뜻한 마음을 담은 수작들
사실 김 작가는 과거 10년간 붓글씨를 배워 온 글쓰기 실력자이다. 아이를 키우고 주부의 삶에 충실하다 보니 붓을 들 새가 없었는데 6개월 전부터 캘리그래피를 배우며 숨겨왔던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4개월간 작업한 캘리그래피 작품 30여 점을 모은 것이지만, 10년간의 내공과 간절한 희망, 따뜻한 마음이 응축된 수작들이 대부분이다.

“몸과 마음이 가장 힘이 들었던 지난 4개월간 작품을 만들었어요. 순간순간 고비들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내가 여기서 사라지면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무언가 내가 기억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모든 작품에는 사랑이 담겨있고 웃음과 눈물도 녹아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좋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다는 김 작가는 이번 전시의 가장 큰 공로자는 남편이라고 칭찬했다.

딸들과 함께 완성 작품 <바람>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선미 작가 부부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하다 보니 전시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남편에게 전시를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흔쾌히 응해줘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준비하는 동안 남편이 작품 평가도 해주고 할 수 있다고 응원을 많이 해줘서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됐어요. 한 번은 방사선 치료를 할 때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 와중에도 제가 붓을 들고 뭔가 작업하는 모습에 남편은 안쓰러워 보였는지 하지 말고 쉬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아내의 건강 상태와 작품을 모두 살피며 꼼꼼하게 전시 준비를 도와 온 것이 남편 허정석 사우다.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 중인 김선미 작가와 허 사우의 모습

“5년이라는 투병의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을 떨치고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잘 살자는 생각 덕분이었습니다. 힘든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늘 밝은 모습을 보여 준 아내가 고마웠습니다.“

인터뷰 내내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 허 사우 부부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보는 이심전심 인터뷰에서도 거의 모든 답을 함께 맞히며 잉꼬부부임을 인증했다.

전시 작품을 둘러볼 때는 행복한 미소가 두 부부의 얼굴에 만연했다. 그 모습 뒤로 부부의 마음을 대변하는 작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꽃같이 살자, 꼭 같이 살자.

「쇠부리토크」 편집실
사진 박기훈(ARCFACTORY)
영상 김상은(코메츠필름)

 

<전시> 김선미 캘리그래피 전 <꽃이 되다>

일정: 6월 21일~6월 30일
주소: 다원 갤러리(충청남도 당진시 서부로 165)
문의: 041-355-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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