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산책하기, 체코 프라하(Praha)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체코 영토의 북쪽과 서쪽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특유의 아름다운 풍경에 중세시대부터 시작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발전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연간 1억 명 이상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 구시가지엔 프라하 출신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숨결이 녹아있다. 프라하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던 카프카에겐 프라하는 작품의 근원이자 우주였다.


▶ 라하 구 시가지 전경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 프라하
동유럽의 보석 프라하는 기원전 4세기 말~3세기 초에 켈트족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을 정도로 그 역사가 유장한 도시다. 보헤미아 왕국 시대를 거쳐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 치하를 지나 체코슬로바키아 연방국, 체코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프라하는 그 중심에서 모든 영광과 부침을 함께 했다.
블타바강 유역에 터를 잡은 프라하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불리는 카를교와 프라하 성, 틴 성당 등이 어우러져 매혹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이에 더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아르누보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혼재되어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이렇듯 도시의 면모가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은 당시 체코슬로바키아가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일찌감치 항복해 전면전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다.


▶ 프라하 유대인지구에 있는 카프카 동상

카프카의 삶
프라하 시내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체코의 대표 문학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와 마주치게 된다. 그의 일생은프라하를 벗어나지 않았기에 프라하와카프카는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1883년, 자수성가한 유대인 상인에게서 맏이로 태어난 카프카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아들이 기득권층에 편입되기를 원한아버지는 카프카를 독일어소년학교와오스트리아 왕립 김나지움에 보냈고,이는 카프카가 체코어가 아닌 독일어로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이 되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병약했던 카프카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엄격한 학교와는 상극이었는데, 독서와 글쓰기는 그를 둘러싼 세계에서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였다. 프라하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딴 후 노동보험공단에서 일하면서도 퇴근 후엔 소설 쓰기에 매진했던 카프카. 1924년 폐결핵으로 요절할 때까지 문학에의 열망을 놓지 않았지만, 여느 천재들이 그러했듯 사후에야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추앙받았고, 작품들이 빛을 보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의 소동극 『변신』은 카프카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프라하에서 태어난 유대계 체코인이지만 독일식 교육을 받은 경계인으로서의 소외감, 아버지를 향한 억눌린 분노와 불안, 좌절 등이 녹아 있는 명작이다.


 하늘색 외벽의 작은 집은 카프카의 막내여동생 집이었다. 카프카는 작은 다락방에서 글을 썼다. 현재는 카프카 관련 책을 파는 서점이 됐다.


 카프카 박물관. 입구에 K를 뒤집어놓은 조형물이 있다. K는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 이니셜이다.

프라하는 카프카다
카프카를 따라 문학기행 루트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프라하 시내엔 카프카의 발자취가 선명하다.
카프카의 부조를 볼 수 있는 카프카 생가, 카프카 일가가 살았던 미누트 하우스, 카프카가 다닌 김나지움이 있던 골스킨스키 궁전, 카프카 동상 등 구시가지 곳곳에서 그의 유년시절 흔적이 보인다. 걸음을 돌려 강을 건너면 카프카의 생애를 곱씹어볼 수 있는 카프카 박물관과 카프카가 살았던 셴보른 궁, 카프카의 집필실이었던 황금골목길 22번지가 펼쳐진다.
100여 년 전, 카프카는 이 길 위를 숱하게 걸었을 것이고, 이제 그의 발자국을 수많은 이들이 따라 걷는다. 프라하는 카프카고, 카프카는 프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