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문예] 형(兄)

<2017 쇠부리토크 사우문예 공모전> 8월의 두 번째 당선작은 김수일 사우의 작품 ‘형(兄)’입니다. 가을의 문턱에서 사우 여러분의 감성과 재능이 가득한 문학 작품으로 깊은 사유의 힘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형(兄)

오뎅 공장에서 일하던 형이 돌아왔다.
객지 생활 삼 년 만이었다.
왜소증으로 열일곱 나이에도
키는 난쟁이 똥자루였다.

금 풍뎅이가 미리내처럼 쏟아지던
열두 살 여름 밤.
아우와 나는 형의 퇴직금인 오뎅을
배 터지게 먹었다.

그러나 오뎅 공장에서 매일 배가 터지게 먹어서 그런지
형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고향에 돌아온 지 보름 만에
형은 죽었다.

어머니의 곡 소리는 담벼락을 넘어 온 동네 늙은이들을 집으로 끌어들였고
노인들은 마당에 거적을 깔고 떨어지는 별을 보며 눈두덩을 짓눌렀다.
그 날 새벽, 노인들이 깔고 앉은 거적을 입고
유성처럼 어디론가 형은 가고 있었다.

그 후로 나는 유성은 자주 보았지만
형은 볼 수 없었다.
아버지는 말했다.
형은 울산보다 더 좋은 오뎅 공장으로 갔다고.

사십 년이 넘은 지금도 형은 돌아오지 않고
물어 볼 아버지도 없다.
나보다 작고 오뎅처럼 노랗던 형.
오뎅을 먹을 때마다 형이 보고 싶다.

이 밤 저 창문을 활짝 제쳐두면
금가루 날리는 노란 금풍뎅이처럼
형이 웃으며
반갑게 들어서려나.

 

글_김수일(순천공장 도금생산부)


심사평  소설가 조현

응모 작품 모두에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스며 있어 기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땅히 모든 작품을 선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김수일 님이 쓰신 시에는 형에 대한 애틋함이 오뎅, 금 풍뎅이, 유성과 같은 어린 시절의 심상을 통해 가슴 뭉클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금풍뎅이 / 미리내처럼 쏟아지던 / 열 두 살 여름밤 / 아우와 나는 형의 퇴직금인 오뎅을 / 배 터지게 먹었다.」 같은 구절에는 형에 대한 그리움이 마치 직접 눈으로 보는 듯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 비록 선정작으로 꼽진 못했지만 응모하신 모든 분의 작품에 삶의 깊은 연륜이 담겨 있어 글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좋은 글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소설가 조현
조현은 ‘2008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11년 발표한 소설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민음사)는 문화관광부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6이상문학상’에 「그 순간 너와 나는」이 우수상으로 선정됐고 이 밖에도 ‘2012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2017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 외 다수의 문학상 수상작품집에 많은 단편소설이 선정되었다.

※ 8월 심사위원: 양승모(시인), 이은용(동화작가), 조현(소설가), 최경실(시인)


7월부터 시작된 사우문예 접수 기간은 오는 11월  5일까지이며, 선정된 작품들은 12월까지 <쇠부리토크>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 이메일 접수: talk@hyundai-ste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