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뛰어넘는 힘, 몰입

몰입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몰입이란 모든 주의를 오직 한 가지에 집중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심리적 상태라고 정의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쏟으면 시간이 순식간에 흐르고 행복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중요한 일에 몰입하면 적은 시간으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몰입의 중요성과 함께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몰입이 가능한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았다.

몰입의 중요성
뉴욕타임스 기자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의 책 ‘1등의 습관’에는 위기의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대형참사를 막은 기장의 사례가 등장한다.
2010년 싱가포르에서 이륙한 콴타스 항공 32편은 공중에서 갑자기 엔진이 파괴되는 사고를 당했다. 기내는 엄청난 굉음과 요란한 경보음이 울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위기의 순간 비행기 기장은 자신이 운전하는 비행기가 거대하고 복잡한 기능의 항공기가 아니라 작고 간단한 기능만 있는 경비행기라고 상상하고 위기상황에 집중했다. 그러자 무엇에 집중해야 하고 무엇을 무시해야 할 지가 명확해졌고, 귀가 찢어질 만큼 시끄러운 경고음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었다. 결국 이 비행기는 단 1명도 다치지 않고 회항할 수 있었다.
위기일발의 순간에도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비행기 기장의 집중력, 즉 몰입 덕분이었다. 만일 기장이 기내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휘말려 우왕좌왕 했다면 대형참사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혁신가들의 성공 역시 몰입을 통해 이루어졌다. 영국의 산업 디자이너이자 다이슨의 대표이사인 제임스 다이슨은 청소기의 먼지봉투에 먼지가 쌓이면서 흡입력이 약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이슨은 이 문제가 오랜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고, 결국 자신이 먼지봉투가 없는 청소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수천개의 실패작을 만드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품 개발에 몰두한 결과 1979년 마침내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했다. 다이슨이 만든 청소기는 출시된 지 18개월 만에 영국 내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1993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전 기업을 설립한 다이슨은 이후 날개 없는 선풍기 등 기존 통념을 깨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글로벌 가전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5년간 5126번의 실패를 딛고 사이클론 청소기를 탄생시킨 다이슨의 성공은 강력한 몰입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어떻게 몰입할 수 있을까?
일을 할 때 몰입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보다 효과적으로 몰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분명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없으면 생각을 한 곳으로 모으기 힘들고 결국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도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상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일의 목표와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능력보다 너무 높은 목적을 세우면 금방 지치기 쉽고, 반대로 너무 낮은 목표를 세우면 금새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긴 목표를 세우면 중간에 지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적절히 달성할 수 있는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매번 조금씩 목표를 상향한다면 더욱 끈기 있게 몰입할 수 있다.
한 예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일본 전자기기 회사인 교세라(Kyocera Corporation)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Inamori Kazuo)의 경우, 첫 직장은 제 때 월급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이었고 주어진 업무도 그의 희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그는 딱 하루만 자신의 일에서 성취감을 느껴보겠다고 마음먹고 일에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큰 만족감을 맛보게 되었고, 그 몰입의 노력은 하루를 넘어 며칠로 이어져 몇 달 동안 지속하게 된다. 차츰 일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가즈오는 이후 몰입의 습관을 갖게 되면서 남들보다 성과가 두드러졌고, 이를 발판 삼아 마침내 자신의 기업을 일굴 수 있게 되었다.

몰입, 긍정적 피드백을 통해 활성화된다
마지막으로 몰입을 위해서는 몰입을 이어갈 수 있는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파악하고 잘한 점은 강화하고 부족한 점은 개선해나가야 몰입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를 스스로 파악하기 어렵다. 적재적소의 피드백을 받는다면 더욱 높은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자극을 받을 수 있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피드백은 오히려 몰입의 의욕을 꺾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들은 장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언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2001년 뉴욕 양키스의 조 토레(Joe Torre) 감독을 최고의 경영자로 선정했다. 그가 성공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선수 개개인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와 조언 덕분이었다. 감성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실력 향상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 그의 코칭 덕분에 선수들은 잠재 역량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이런 그의 경영 능력은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3연패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수록 기술과 시장의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효과적인 시간 활용과 양보다 질 중심의 업무 패러다임 전환은 많은 기업들에게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구성원 각자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인의 업무에 집중하는 한편, 기업은 직원들이 효과적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힘쓸 때, 구성원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지고, 나아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 또한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Columnist   전승우 연세대학교 기계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컴퓨터과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이동통신 및 인터넷 기술을 연구했다.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취득 후 LG경제연구원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IT산업 분석 및 전략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경영 전략 컨설팅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빅 데이터에 대한 기대와 현실’, ‘린 스타트업, 벤처 기업만의 전유물 아니다’ 등 IT산업 및 혁신 전략과 관련된 다수의 보고서를 발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