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회화의 거장 유영국 : <절대와 자유>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주로 해방 이전 한국 근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장소가 주는 전통의 아름다운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많은 미술 애호가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덕수궁관은 2016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1년간 특별기획으로 ‘근대미술 거장시리즈’를 진행 중인데, 러시아 한인화가 ‘변월룡(1916~1990)’전을 시작으로 천재화가 ‘이중섭(1916~1956)’전을 거쳐 마지막이 바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한국 근대 추상회화의 거장 ‘유영국(1916~2002)’전이다.


<산-Blue>, 1994, 캔버스에 유채, 126x96cm

시대를 앞선 창작
유영국은 고향인 경북 울진의 산수를 모티브로 삼아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을 기반으로 일평생 묵묵히 추상적 형태와 색채 실험을 진행했다. 젊은 시절의 강렬한 붓터치ᆞ색채 대비에서 말년의 부드럽고 조화로운 추상에 이르기까지 그 변화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관람객들은 20세기 한국 추상회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시는 4개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는데, <1916~1943, 도쿄 모던>, <1943~1959, ‘추상’을 향하여>, <1960~1964, 장엄한 자연과의 만남>, <1965~1970, 조형실험>, <1970~1999, 자연과 함께>로 총 5개의 시기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시기는 유영국 화백이 1935년 도쿄 ‘문화학원’에 입학한 이후 8년간의 도쿄 유학시절을 보여준다. 이 시기 작품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기하학적 형태의 베니어판으로 구성한 부조(浮彫, relief) 작품들을 통해 이미 시대를 앞서 나간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산 >, 1957, 캔버스에 유채, 100x81cm

산수를 추상화로 표현하기 시작
두 번째 시기에 유영국 화백은 고향 울진으로 돌아와 마을의 산, 언덕, 계곡, 노을 등을 회화적으로 추상화해 나갔다. 이 시기 작품은 굵은 선을 통해 면과 면을 명확히 구분하고 삼원색을 기본으로 색채의 조화를 다양하게 시도했으며, 표면의 재질감(마티에르, matière)을 그대로 살려 생동감을 강조했다. 세 번째 시기에는 거대한 산수를 마주대하는 듯 큰 화면에 조감도적인 시점으로 내려다 본 사계절의 생동감 넘치는 자연을 볼 수있다. 작가는 선으로 구분된 면에서 벗어나 색 자체로 그림을 구성하려고 노력했는데, 특히 날카롭고 하얀 붓터치와 선명한 파란색 만으로 바다 위 설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산(1960)’이나 얼었던 땅이 풀려 봄 기운이 생동하는 모습의 ‘해토(解土, 1961)’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내면의 감정이나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냈는데, 작품 중간을 찢고 나오려는 듯한 노랑, 주황, 녹색의 긴 타원 조각이나 ‘해토’에서 보여지는 빨강, 노랑, 주황, 파랑, 검정의 강렬한 붓터치 등에서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작품〉, 1964, 캔버스에 유채,130x194cm

‘주제 표현’에서 벗어나 ‘색채와 형태의 관계’로 발전
네 번째 시기에는 그의 작품이 눈에 띄게 기하학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이 극에 달했던 이 시기에는 형태를 이성적으로 단순화하고 색채의 조화, 대립, 긴장, 변화 등에 관한 실험을 밀도 있게 진행했는데, 추상의 단계가 ‘주제 표현’에서 벗어나 ‘형태와 색채의 관계’로 발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의 그림은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미국, 1903~1970)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내면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마지막 시기에 이르면 그림은 눈에 띄게 편해지는데 ‘자연에 좀 더 부드럽게 돌아간’ 평화롭고 아름다운 느낌이다. 특히 작가가 죽기 3년 전에 그린 절필작 ‘작품1(1999)’은 정확한 대칭구도로 상층부를 향해 올라가는 삼각형 구성을 통해 ‘절대’를 향해가는 예술가의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이중섭 화백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고 그의 대표작인 ‘흰소(1954)’도 여러 번 봤을 테지만, 유영국 화백은 그의 미술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유영국 화백은 이중섭 화백과 달리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병약한 신체 조건 탓에 자신의 작품을 널리 알리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평소 보기 어려웠던 그의 주요 작품 100여 점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찾아 그의 작품들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료제공_이원상 사우(정책지원팀)


전시기간  2016.11.04 ~ 2017.03.01
관람시간  10:00am ~ 19:00pm (월, 수, 토 21:00pm까지 / 월요일 휴무)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제1~4 전시실
문의  02-2022-0600 /  www.mmca.go.kr
입장료  3천원(덕수궁 입장료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