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무렵 헝가리 통치자들은 외적을 방어하기 위해 슬로바키아 전역에 150여 개의 성을 축조했다.
오랜 세월 정세에 따라 성들도 확장과 쇠퇴를 반복하며 현재 120여 개 정도가 각자 개성과 아름다움을 간직한채 남아있다.그 중에서도 오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고성을 소개한다.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주목할 것!
‘유령과 영혼 축제’
보이니체성(Bojnice Castle)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손꼽히는 보이니체성은 프랑스 고성에서 영감을 받은 야노스 팔피 백작이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1889년부터 21년간 대공사를 진행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팔피 백작은 안타깝게도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 그의 유언대로 보이니체성은 박물관이 되어 모두에게 공개가 됐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가문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팔피 백작이 유령이 되어 돌아다닌다는 것. 팔피 백작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보이니체성에서는 매년 5월초 8일간 ‘유령과 영혼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내내 성 안에서는 배우들이 수준 높은 노래, 춤, 연기로 50편의 단막극을 공연한다.
테마는 주로 성에 출몰하는 유령들 이야기인데공연 내내 비명 소리와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축제 기간 동안 성 안에는 다양한 유령들이 배회하고 곳곳에서 관람객이 이들과 마주칠 때마다 비명 소리가 들려 오싹한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할로윈 기간의 보이니체성. 교수형 틀에 인형이 매달려 있다.
바위산 위에 있어 요새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오라바성
드라큘라 백작과 닮은 성
오라바성(Orava Castle)
오랜 시간 바위산을 통째로 뚫어 만든오라바성은 거주자를 위한 편리함과 아름다움 보다는 군사적인 목적을 중시해지어진 성이다.
유유히 흐르는 오라바강 옆 112미터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는 오라바성은 용도에 맞게 마치 독수리 요새처럼 고립돼 오히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그 덕분에 최초의 장편 드라큘라 영화인 ‘노스페라투(Nosferatu)’ 촬영이 이곳에서 진행돼 일명 ‘드라큘라 성’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가보면 외관이 세상과 단절된 드라큘라 백작의 이미지와 제법 잘 어울리며, 성 내부에는 드라큘라성 콘셉트에 맞게 으스스하게 꾸며진 방도 마련돼 있다.
오라바성은 지리적 장점으로 오랜 세월동안 큰 침략은 없었으나, 19세기 큰 화재가 발생해 많은 부분이 손실됐었다. 20세기 중반 복원되어 슬로바키아 최초로 박물관으로 개방됐는데, 아래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독특한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건축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체르베니 카멘성
거대한 지하저장소의 음산함
체르베니 카멘성
(Cerveny Kamen Castle)
체르베니 카멘성은 13세기 전형적인 고딕양식으로 지어졌으나 헝가리 제국의 쇠퇴로 심한 손상을 입었다.
하지만 16세기 광산업의 발전과 함께 다시 복원되면서 당시 유행하던 바로크, 로코코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된 모습이 특징이다.
특히, 광물을 보관한 지하 4층 규모의 거대한 저장고가 유명한데 규모만큼 당시 성주의 막강한 부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금, 은, 구리 등을 보관했다가 네덜란드 항구에서 전세계로 수출하며 성주는 막강한 부를 얻었다고 한다.
지하저장고에는 우물이 있는데 당시 기술로는 파기 어려웠음에도 깊이가 110미터나 되며 저장소에서 몇 달 동안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물이 나왔다고 한다.
거대하고 어두컴컴한 저장소와 축축한 우물까지, 이러한 음산한 분위기 덕분에 고전 영화 <프랑켄슈타인>이 이곳에서 촬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