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들려주는 마음속 이야기를 따라서
前 인천공장 철근제강부 이한영 사우

긴 세월을 머금고 쌓여온 문장들이 마침내 시가 되어 세상에 나왔다. 이한영 사우의 첫 시집 「그림자 위의 길을 걸어가는 자」의 탄생이었다. 37년간 제철인으로 살며 올해 10월 정년 예정이었던 그는 지난 6월 10일 조기 은퇴 후, 이제 온전한 시인으로서 삶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고 있다.

시란 마음속 뜻을, 생각을, 감정을, 정갈한 문장을 통해 세상으로 꺼내 놓는 것이기에, 이한영 사우의 작품에는 쉼 없이 살아온 그의 삶과 고뇌, 깨달은 철학과 위로로 가득하다. ‘삶은 시이며 시는 삶인 것’이라는 정신 아래 인생론을 담은 아름다운 시를 써 내려가는 문원(文園) 이한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올해 2월에 첫 시집을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37년 동안 현대제철 인천공장 철근제강부에서 일했습니다. 올해 정년퇴임을 앞두고, 제 삶의 일부와도 같았던 직장 생활을 마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허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나는 남은 시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요. 마침 제출한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하게 됐습니다.

Q. 처음 시를 쓸 때 막막하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보통 시를 쓸 때 생각나는 문장들을 넋두리하듯 읊조려 봅니다. 내키는 대로 읊다 보면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죠. 이런 것들을 공책에 받아 적다 보니 꽤 많은 시가 탄생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문장을 엮어낸 것이 저의 첫 번째 시집입니다. 「그림자 위의 길을 걸어가는 자」라는 제목으로요.

Q. ‘그림자 위의 길을 걸어가는 자’라는 제목이 참 멋집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길 위에 서 있으면 누구나 그림자가 생깁니다. 물론 빛이 있을 때요. 그래서 그림자는 내가 오늘 빛 가운데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됩니다. 빛 속의 길을 걷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고, 그 길은 어두운 그림자도 계속 함께하겠죠. 가끔은 내가 그림자를 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거고요. 이런 의미를 담아 제목을 지었고, 오늘까지의 삶을 만들어 온 모습들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Q. 시집 출간 후에는 상도 받으셨다고요. 시로 상을 받았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한국다선문인협회 시 부문 신인문학상 금상과 2022 K-글로벌 스타 위대한 한국인 100인 시문학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소식을 전했을 때 모두 믿지 않았어요. 공모전에 시를 내자마자 좋은 기회로 상을 받고, 바로 시집이 출판되고, 6개월 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다 보니 저 역시도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래도 모두 이런 때일수록 건강 챙기고 앞으로 계속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라고 응원의 말을 보내주더라고요. 이 모든 것이 제 시를 좋게 읽어 주신 분들 덕분인 것 같습니다.

Q. 사우님만의 시를 짓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마음에 드는 단어가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문장으로도 이어집니다. 장소나 시간하고는 관련 없이, 아무 때나 자유롭게 사고하며 문장을 만들어 보는 습관도 있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고, 책에 있는 내용을 떠올려보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랄까요? 그동안 제 안에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것들이 새롭게 단장해 시로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Q. 다가오는 10월에는 두 번째 시집이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두 번째 시집은 어떤 작품인가요?

첫 시집 「그림자 위의 길을 걸어가는 자」는 현재 내가 서있는 모습을 위한, 오늘의 과거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10월에 나오는 시집은 「그림자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는 제목으로 오늘의 현실 편이 될 예정입니다. 사실 첫 시집은 초고가 거의 그대로 실려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두 번째 시집에서는 더 좋은 글을 보여드리기 위해 여러 번 퇴고하며 깊이 고민해 보려 합니다. 영문판도 계획되어 있는데요, 제 글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보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또 좋은 시로 찾아뵙겠습니다.

Q. 시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실까요?

고등학생 때는 고전 소설을 읽고 나면 글과 그림을 습작하곤 했었습니다. 마음에 들게 완성된 건 벽에 걸어두기도 했죠. 은퇴 이후 시간이 많아지면 삽화를 공부해 시화를 작업해 볼 생각입니다. 첫 번째 시집에는 시에 맞춘 사진들이 삽입됐었지만, 다음에는 제 마음을 꼭 맞게 표현하는 시화를 직접 그릴 수 있도록요.

Q. 사우님처럼 정년을 앞둔 사우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생각하는 것이 내 길이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늦었다고 생각 마시고 하고 싶은 일이나 할 수 있는 일들을 꿈꿔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우연한 계기로 시인의 길에 들어섰듯이 정년 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방법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위해 나아갑시다! 시 한 구절로 제 마음 정리해 인사드리겠습니다.

생각이 길을 만들며
마음으로 머무르다가
삶의 길이 되어 흐르니
살아가는 길이 평화가 되길 바랍니다.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차드 박(wavefilm)
영상 정유라(wavefilm)

recommend 1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