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아니 제로 드세요?

단거=위험(danger) 공식이 깨지고 있다. 단맛을 내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챙기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도 한잔 걸치고, 머릿속까지 짜릿해지는 시원한 탄산음료도 벌컥벌컥 마시며 사는 맛을, 제로 칼로리와 제로 슈거가 지켜줄 수 있을까?

바야흐로, 제로 슈거의 시대

우리가 무심코 섭취하는 설탕의 양은 생각보다 많다. 355㎖ 음료 캔 하나에 과당이나 설탕이 30~40g씩 들어 있으니 한 캔만 마셔도 일일 당류 섭취 권고 기준(성인 50g, 아동 35g 이하)을 금방 넘는다. 단것을 따로 먹지 않아도 식사 중 반찬 양념 등으로 섭취하게 되는데, 요즘 들어 밖에서 먹는 반찬들은 왜 점점 달아지는지! 맛있게 먹고 싶은데 칼로리와 당뇨, 혈압, 콜레스테롤 지수 등 건강염려에 머리가 복잡해질 지경이다.

건강도 지키고 입맛도 만족시켜주는 ‘먹었는데 안 먹은 거래요’의 요상하고 행복한 공식은 2005년 코카콜라 제로에서 시작됐다. 칼로리,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이 0g이라는 매력적인 슬로건은 단숨에 탄산음료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어 수많은 제로상품이 나타났지만 금세 사라졌다. 이유는 단 하나,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면받았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청량음료를 마시는 10명 중 2명이 제로 음료를 선택한다. 대체 단맛이 놀라울 정도로 진화하기도 했고, 즐겁게 건강 관리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비만 등 성인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설탕이 없으면 당과 칼로리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제로 슈거는 거침없이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죄책감을 비우고 욕망을 채우다!

차, 이온 음료, 식후 늘 생각나는 커피믹스 등 설탕이 든 음료들은 제로 슈거 버전으로 대대적 리뉴얼 출시됐다. 소비자로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늘 환영할 일이지만, 어쩌면 어른인 우리에게 가장 반가웠던 소식은 바로 술 시장에 불어온 제로 슈거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불금을 달리고 월요병을 치유할 때 꼭 같이하고 싶은 게 술 아니겠는가.

ⓒ롯데칠성 주류 새로 광고 유튜브 캡처, 재미있는 컨셉과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2022년 9월 출시한 제로 슈거 소주 ‘처음처럼 새로’(16도)는 1년도 되지 않아 1억 병을 판매했을 만큼 인기가 뜨겁다. 새로는 ‘처음처럼’(16.5도)에서 기타과당이 빠지고 인공감미료 에리스리톨이 들어간다. 칼로리는 360㎖ 한 병에 324k㎈. 첨가당이 들어 있지 않은 오직 알코올의 열량으로, 일반 소주보다 조금 낮다.

설탕도 없고 칼로리도 낮다는 ‘새로’ 소주의 열풍에 ‘진로이즈백’도 ‘대선’과 ‘시원(C1)블루’도, ‘선양’도 줄줄이 제로 슈거 소주를 출시했다. 술은 마시지만 건강은 챙기고 싶은 소심한 열망을 알아준 히트 아이템의 탄생인 셈이다.

물처럼 술~술~ 마시는 건 NO!

제로 슈거는 정말 제로 칼로리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감미료를 무조건 믿지 않을 것을 권한다. 제로라고 마케팅하는 업체들의 상술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 새로와 참이슬 후레시만 비교해 봐도 그렇다. 새로는 한 병에 324kcal, 참이슬 후레시는 331kcal로 그 차이가 미미하다. 소주 업계가 이미 계속해서 과당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 저지방 제품들을 마음껏 먹고 마시는 건 금물! 당뇨환자들도 마셔도 된다고 했던 제로 콜라가 2021년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자유롭게 섭취해도 되는 음료가 아니라고 내용이 수정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인공감미료는 실제로 혈당을 미약하게나마 올리는 경우도 있고, 장기적으로 비만환자, 당뇨환자들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100ml당 5kcal 미만이면 0kcal 표기가 가능할 뿐 실제 0은 아닌 데다 조미료가 ‘몸에 나쁘다’ vs ‘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에서 인공감미료보다도 카페인이 더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한 만큼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역시 너무 많이 먹는 것은 피하는 게 좋겠다. 나를 지키는 건 본체를 감춘 대체 감미료가 아니라 언제나 현명한 선택과 적절한 절제력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인공감미료 뭐가 있을까?

제품의 성분 표시를 꼼꼼히 따져보는 건 내 몸에 대한 기본 예의. 음료와 식품에 사용되는 인공감미료는 한 가지 음료에 보통 2~3가지를 섞어 사용하는 것이 설탕의 단맛을 따라잡는 비법이라고 한다. 특히 알아두었으면 싶은 인공감미료와 식약처에서 승인한 22종의 이름을 체크해보자.

출처 : 두산백과/간호학대사전/나무위키/식약처 등

1. 에리스리톨

칼로리 함량이 매우 낮아 혈당 수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소변을 통해 배출돼 제로 슈거 제품에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최근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팀에서 에리스리톨이 혈전 위험을 높여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물론 식품업계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부작용을 일으키는 용량을 섭취하려면 소주 기준 수백 병 이상으로 허가받은 제품에 들어있는 양은 건강에 치명적이지 않다고 한다. 미식품의약국 FDA에서도 안정성을 인정받아 사용되는 인공감미료지만, 심혈관질환 위험 요소가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좋겠다.

2. 수크랄로스

설탕의 600배 단맛을 내며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돼 열량이 매우 낮다. 열과 산에 강해 견과류, 잼, 영양보충식품 등 설탕 대체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슐린 분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당뇨를 야기할 수 있다는 소수의 연구 결과가 있지만 하루 부작용 섭취량을 채우려면 6L의 탄산음료를 마셔야 한다. 에리스리톨과 마찬가지로 미식품의약국 FDA에서 안정성을 인정받아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혈당을 챙기는 사람이라면 주의를 해봄 직하다.

* 그 외 식약처 승인 감미료

감초추출물, 글리실리진산이나트륨, 네오탐, 락티톨, D-리보오스, 만니톨, D-말티톨, 말티톨시럽, 사카린나트륨, D-소비톨, D-소비톨액, 스테비올배당체,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이소말트, D-자일로오스, 자일리톨, 토마틴, 폴리글리시톨시럽, 효소처리스테비아

배수은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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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1. wjs*** 댓글:

    제로 소주에대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알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