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헤드기어와 글러브를 쓴 사람들이 링 위에 오른다. 팔을 뻗고 스텝을 밟으며 상대가 드러내는 빈틈을 포착해 적재적소에 공격을 날리는 사람들. 흐르는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 속에서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는 이들은 바로 당진제철소 복싱동호회 회원들이다.
‘철강을 만드는 사람들의 권투 모임’이라는 뜻의 ‘철권’이라는 별명을 가진 당진제철소 복싱동호회는 복싱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똘똘 뭉쳤다. 이들은 복싱을 만나 13킬로그램을 감량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수술 후유증을 극복했다. 복싱을 만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에게 복싱은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다. 누구보다 복싱에 진심인 당진제철소 복싱동호회 회원들, 그들이 들려주는 변화와 성취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오종철 사우, 전형식 사우, 김용하 사우, 최호상 사우, 김희종 사우, 김시원 사우
Q. 당진제철소 복싱동호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호상 사우 복싱동호회는 2015년부터 7년 동안 복싱을 사랑하는 사우들과 함께해왔습니다. 비록 최근에는 코로나로 동호회 활동이 조금 위축됐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들 꾸준히 체육관에 나와 땀 흘리며 복싱 연습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 동호회원들은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 전원 입상하는 쾌거도 이루었답니다.
Q. 취미로 복싱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용하 사우 몸이 무거워지다 보니 체력도 떨어지고 관절 여기저기가 아파오더라고요. 그래서 운동하면서 살도 빼고 건강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복싱동호회에 들어오게 되었죠. 그 후 13킬로그램 정도 체중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동호회원들과 함께 운동하다 보니 힘든 줄도 모르고 즐겁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김희종 사우 업무가 끝난 후에 집에 돌아와서 잠을 청하려고 하면 잠이 잘 안 오더군요. 저녁 시간도 무료하게 느껴지고요. 그래서 동료의 추천을 받아 복싱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체육관에서 유산소운동도 열심히 하고, 관장님 지도 아래 복싱도 꾸준하게 훈련하다 보니 요즘에는 침대에 머리만 대면 잠이 쏟아집니다.
Q. 직장인의 복싱,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오종철 사우 현대제철 사우들은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체력적으로 힘든 경우가 자주 생기다 보니 운동에 뛰어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점에서 복싱은 땀을 쫙 빼면서 빠르게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이라 업무 능률을 올리기 좋은 편이에요. 자신의 한계에 부딪쳐보고 대회에 출전해 입상하는 경험도 하고 나면 없던 자신감도 생겨요. 일에만 치중된 삶이 아니라 진짜 내 삶을 사는 느낌이 들죠.
Q. 복싱을 하면서 느낀 삶의 변화가 있나요?
최호상 사우 저는 척추 수술을 몇 번 했습니다. 허리가 아프니 일상을 유지하기 참 어려웠는데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다쳤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가도 진통제만 주고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다 복싱동호회에서 열심히 운동하며 18킬로그램을 감량하고 근육을 키웠습니다. 지금은 진통제를 끊은 지 5년도 넘었어요. 복싱이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죠. 지금은 업무를 할 때도 기운이 펄펄 나요. 몸이 건강하다 보니 마음도 항상 즐겁고 행복합니다.
Q. 복싱동호회 전원이 아마추어 대회에서 입상했다고 들었습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전형식 사우 한국권투인협회가 서울시 중구에서 주관한 KBI 전국생활복싱대회에 출전했을 때, 몸무게를 10킬로그램 정도 빠른 시간 안에 감량해야 했는데요. 일주일 내내 체육관에 나와 3시간씩 운동하고 계란과 고구마만 먹었더니 10킬로그램이 바로 빠지더라고요. 그리고 대회에 나가서 은메달을 따게 되었죠. 그 뒤로 꾸준히 운동하며 몸무게를 유지했어요. 그 덕분인지 대회 출전 이후에 사랑하는 와이프를 만나서 결혼도 하게 됐습니다. 이 모든 게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불가능에 도전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복싱 연습 중인 전형식 사우(좌)와 오종철 사우(우)
Q. 금메달을 따신 분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입상할 수 있었던 비결과 입상 소감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종철 사우 이천 ICB 복싱 협회장배 80kg 금메달, 제70회 신인 복싱 선수권대회 80킬로그램 금메달을 땄습니다. 비결이라고 할 건 없고 체육관 코치님들이 가르쳐주시는 대로 성실하게 연습했어요. 운동하기 싫은 날에도 무조건 나와 꾸준히 하다 보니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는 너무 떨려서 어떻게 링 위에 올라갔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요. 금메달이 발표되고 동호회 사람들을 껴안고 울었는데, 그때가 정말 제 인생에 다시없을 황홀한 순간이었어요.
Q. 어떤 사람들에게 복싱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최호상 사우 자존감 떨어지고 책임감이 줄어들고 자신감이 약해진 사람들, 일할 때 짜증 나고 쉬고 싶기만 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 모두에게 복싱을 추천합니다. 힘이 부족할 때 오히려 체육관에 나와 뛰고 땀 흘리다 보면 어느 순간 에너자이저가 돼 있을 거예요. 넘치는 활력으로 업무 스킬도 좋아지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더 돈독해질 겁니다. 그게 복싱의 마법이에요.
Q. 당진제철소 복싱동호회의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용하 사우 우리 동호회원들 모두 복싱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래도록 복싱동호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같이 운동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인연이 되고 싶습니다. 동호회의 목표가 있다면 저희 모두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운동하는 것입니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차드 박(wavefilm)
영상 정유라(wavefilm)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안전하게 지키며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스틸 복싱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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