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부(富)’를 향한 열망은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을 거다. 이를 보여주듯 지금도 ‘부’, ‘부자’를 키워드로 하는 도서들이 국내 서점가 베스트셀러 자리를 장악하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대한민국에 부자 되기 열풍을 몰고 온 이가 있으니, 바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4월의 어느 날, 종로구 청운동에서 그를 만났다.
2020년, 일명 ‘동학개미운동(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은 코로나19로 위태로웠던 국내 주식시장에 활력을 안겨다 주었다. 당시 ‘존봉준’이란 별칭으로 불린 존 리 대표는 이 역사적 사건을 일궈낸 일등공신이다. 국내 주식 투자 문화를 뒤바꾸며, 금융 철학을 다시 써 내려가고 있는 존 리 대표. 그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잘못된 소비를 투자로 바꾸어라.”
존 리 대표는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 가난해지고, 가난해 보이는 사람은 부자가 된다고 말한다. 나에게 명품이 아닌 ‘경제적 독립’을 선물하라고 조언하는 존 리 대표에게 평범한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투자 철학을 들어보자.
Q. 최근 대표님 덕분에 많은 이가 ‘돈’과 ‘투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말씀하신 표현대로라면 ‘금융 문맹’ 탈출에 큰 역할을 하셨는데, 이를 실감하시나요?
그럼요, 굉장히 고무적인 겁니다. 우리가 ‘경제독립’이라는 말을 쓰잖아요. 이는 단순히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경제적으로 자유를 갖는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를 안 했어요. 그런데 이제 시작했다는 게 큰 의미인 거죠. 다만 이를 위한 투자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대다수가 주식 투자를 도박처럼 생각해요. 그건 지극히 잘못된 거예요. 그런 면에서 안타까운 지점이 있어요.
Q. 연세대 경제학과 재학 중 돌연 미국으로 유학을 가셨더라고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십 대 땐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지금 우리 청소년들처럼 공부만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었죠. 그러면 다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렇게 대학에 갔는데, 문득 내 인생을 고민하게 됐어요. 남들과 똑같이 살기가 싫었죠. 월급쟁이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2학년 마치고 자퇴를 했어요. 이미 미국에 누나가 살고 있었기에, 유학을 결정하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그땐 미국에 가면 다 부자가 될 줄 알았거든요(웃음). 그렇게 뉴욕대 회계학과에 들어간 거죠.
Q. 미국 생활은 어떠셨나요? 쉽게 적응하셨나요?
아니요, 후회를 정말 많이 했어요. 상상하던 미국이 아니더라고요. 사실 가기 전에는 누나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도와줄 거라고 믿었는데, 전혀 아니었죠(웃음). 모든 걸 혼자서 해야 했어요. 바퀴벌레가 나오는 좁은 집에 살면서, 학비를 벌기 위해 졸업할 때까지 30여 개의 아르바이트를 했죠. 그런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자본주의 사회 속 돈의 중요성, 가치를 깨달았거든요. 월급쟁이가 어떻게 돈을 벌고 부를 창출할 수 있는지. 돈에 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 거죠.
Q. 본격적으로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을 갖게 된 시기와 주식 투자를 업으로 삼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투자를 직업으로 삼은 건 30대부터예요.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고, 졸업 후 회계사로 일하다 미국 투자회사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라크(Scudder Stevens and Clark, 이하 스커더)’로 직장을 옮겼어요. 그렇게 펀드매니저가 된 거죠. 스커더는 지금 나의 투자 철학을 알려준 곳이에요. 사람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투자에 관한 근원적 질문, 즉 인사이트(insight, 통찰)를 기르는 훈련을 반복했어요. 충격이었죠.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달랐거든요. 지금 제가 계속 이야기하는 ‘투자는 동업이다’라는 개념을 거기에서 배운 거예요.
Q. 미국에서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였는데,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에 와서 너무 놀랐어요. 주식, 투자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있고, 대다수 국민이 노후 준비가 안 되어있더라고요. 아무도 ‘돈’의 가치, 철학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안타까웠죠. 내가 미국에서 경험하고 배운 걸 이곳에서 실천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사람들이 금융 문맹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 혼자만 잘사는 걸 원하지 않아요. 주위 사람들 모두 부자가 되어서 잘살았으면 좋겠고, 거기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Q. 대다수가 부자를 꿈꾸지만,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 부자가 된다는 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내가 경제적으로 자유를 얻느냐의 문제죠. 생각해보세요. 내가 지금은 튼튼하니 직장을 다니고, 월급이 나오잖아요. 그렇기에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지만, 만약 은퇴할 때쯤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자식에게 기대고, 국가의 짐이 되겠죠. 자유를 잃는 거예요. 즉, 부자가 된다는 건 경제적 독립을 이룬다는 거예요. 굉장히 철학적인 이유죠.
Q. 말씀하신 경제적 독립을 위한 조기 금융·경제교육의 필요성을 수없이 강조하셨어요.
직장인 대다수가 돈을 위해서 일하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절대 부족합니다. 돈이 나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쉽게 말해 노동과 자본을 동시에 극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취직하고 월급 받는 건 반쪽뿐이에요. 나머지 돈이 일하게 만들어야죠. 자본주의에서는 노동보다 자본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걸 하루라도 빨리 이해하고 이를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Q. 그렇다면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 초기 시드머니 비율이랄까요. 본인이 가진 현금 자산 대비 몇 퍼센트가 적당할까요?
그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의 용도가 중요해요. 예를 들어, 천만 원이 있는데 60세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돈이다. 그러면 100% 투자해야죠. 그러나 전세금이라든지 필요성이 있는 돈이라면 투자하면 안 되겠죠? 순서가 있어요. 처음부터 주식 투자를 하지 마시고, 먼저 나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보세요. 대다수 퇴직연금이 은행에서 잠자고 있어요. 그걸 먼저 바꾸어야 합니다. DC형(Defined Contribution, 확정기여)이 좋아요. 두 번째, 연금저축펀드라는 좋은 제도가 있어요. 무조건 해야 합니다. 대다수 월급쟁이는 그 두 가지 이상 하기 힘들어요. 그걸 시작하고도 돈이 남는다면 개별주식을 하는 게 좋습니다.
Q. 주식 투자를 ‘동업’에 비유하셨죠. 그렇다면 내가 동업하고 싶은 기업의 공부와 가치 판단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요?
주식에 투자한다는 건 굉장한 의미에요. 그런데 많은 이가 잘못 이해하고 있어요. 내가 만 원을 주고 주식을 샀는데, 그게 만 이천 원이 되면 엄청나게 좋아하죠. 또 20% 손해 보면 손절매하라고 그러잖아요. 그건 실패한 투자예요. 가격을 맞추는 건 투자가 아닙니다. 투자는 동업이에요. 기업의 주인이 되는 거죠. 근본적인 철학이 다른 겁니다. 그렇다면 동업할 때 제일 중요한 게 뭘까요? 바로 동업자겠죠. 저 사람이 내 돈을 불려줄 수 있을까? 먼저 경영진을 살핀 후 여러 조건을 봐야 해요. 내가 왜 저 회사와 동업하고 싶을까. 기술력, 높은 진입장벽, 브랜드 가치 등 여러 이유가 있겠죠. 그런 경쟁력이 있다면 내 재산의 일부를 투자해도 좋겠죠? 참고로 그런 회사는 아주 많습니다. 앞으로도 많을 거고요.
Q. 그렇다면 주식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어디까지 참고해야 할까요?
주식 전문가는 없습니다. 그런 직업도 없고요. 그렇다면 누가 전문가일까? 바로 ‘나’예요. 주식을 산다는 건 굉장히 신나는 일이에요. 저 회사가 잘되면 이윤을 공유하니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너무 좋잖아요. 그런 기업이 한 개, 두 개, 세 개가 될 수 있어요. 꾸준히 모으다 보면 은퇴할 즈음 큰돈이 되겠죠. 그게 투자가예요. 그런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은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닙니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내가 제일 똑똑한 사람이에요. 다만 그 과정에 있어서 스스로 얼마만큼 훈련이 되어있느냐, 이거죠.
Q. 대표님은 장기적인 투자를 권장하시죠. “특별한 이유가 생기기 전에는 팔지 않는다, 파는 건 예외이다”라고 하셨는데, 그 예외는 어떤 상황일까요?
주식은 사면 안 파는 겁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팔 때가 있어요. 그게 예외조항이에요. 그때가 언제일까요? 세상이 변했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디지털카메라 가치가 하락했죠. 더 이상 그 회사에 투자할 매력이 없어진 거죠. 그럴 때 파는 겁니다. 또 경영진이 이상한 짓을 할 때, 골프장을 짓는다거나 사업을 너무 크게 벌인다든가 등 주주들의 돈을 엉뚱하게 쓰면 동업하고 싶지 않겠죠? 그럼 파는 거예요. 그 외에는 팔 이유가 없습니다.
Q. 스스로 투자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남의 말 들으면 안 됩니다. 증권 방송 보지 마세요. 주식시장과 멀리 떨어지세요. 매시간 가격 체크 하려고 매일매일 핸드폰 보는 사람들 있죠. 그건 투자가가 아니에요. 그런 사람들은 인베스터(investor, 투자자)가 아니라 스펙큘레이터(speculator, 투기자)예요. 점쟁이는 투자가가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스스로 동업하고 싶은 기업을 판단하고,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세요. 그게 전문가입니다.
Q.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표님의 투자 철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자가 되길 희망하는 현대제철 사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꿀팁’을 살짝 알려주세요.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걸 보는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덕담이 아니에요. 전 세계 많은 부자가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들은 왜 부자가 됐을까요? 딱 한 가지에요.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빌 게이츠(Bill Gates), 일론 머스크(Elon Musk)…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에요.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돈이 나를 위해서 일하게 하라”를 실천한 거죠. 하루아침에 일어난 게 아닙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사람들과 똑같이 좋은 회사의 주식을 모아야 합니다. 오늘부터라도 간단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매일매일 한 사소한 습관이 20~30년 후 은퇴한 나를 부자로 만듭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실천에 옮기세요. 잘못된 소비를 투자로 바꾸세요. 꼭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윤해
영상 Creative +OA & 마이클 김
감사합니다.
펀드 신중하게 해야죠
부자…
부자…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