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소비 트렌드

일상 전반에 걸친 소비 패턴이 코로나19 이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정보와 이동통신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요즘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비대면 사회는 우리 소비 트렌드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집콕’ 라이프를 위한 DIY 소비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동시에 늘어난 것이 스마트폰 사용시간이다. 자연스럽게 모바일 TV나 동영상 스트리밍 같은 미디어 접촉 시간도 크게 늘어났다. 모바일을 이용한 배달음식 주문과 신선식품 구매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보면서 물건을 실시간으로 주문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소비도 급증했다. 자신이 집에서 지내는 모습을 SNS에 공유하면서 이와 관련된 상품들의 소비도 늘었다. 책상과 의자, 노트북 등 재택근무를 위한 제품 이외에도 외식 대신 밀키트 제품으로 집에서 밥을 만들어 먹고(홈쿡), 헬스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운동하며(홈트레이닝), 커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려 마시고(홈카페) 심지어 캠핑도 내 집 거실에서(홈캠핑) 하는 이른바 ‘슬기로운 집콕생활’에 지갑을 활짝 열었다. ‘홈코노미’, ‘집콕 라이프’, ‘DIY 소비’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신개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았다.

비접촉ㆍ비대면 소비

그러지 않아도 급성장하던 배달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 성장을 기록 중이다. 비대면ㆍ비접촉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인 시대에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지갑을 챙겨 일부러 집을 나설 이유가 없어졌다. 휴대폰 접속만 하면 내게 필요한 것들이 새벽배송, 총알배송, 로켓배송의 이름으로 날아오는 세상이다. 매장에 가더라도 점원을 만날 필요 없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패스트푸드점이나 매표소,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앱을 통해 미리 주문해 줄을 서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도 확장됐으며 점원이 아예 없는 편의점과 스터디 카페,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는 커피숍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무인 운영 매장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가심비 소비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내과와 이비인후과 등 동네 병원의 환자는 줄었지만 정신의학과를 찾는 이들은 크게 늘어났다. 이런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자기 위안과 대체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 생필품은 가능한 싸게 구매하려고 하면서도 자기를 위한 제품, 즉 나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제품에는 비싸더라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나만의 만족감을 위한 소비, 가심비 소비가 늘어 해외 여행 대신 특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고,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며 대형 TV를 새로 들이고 있다. 심지어 고급 자동차 구매도 늘었다. 작년 한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27만 6143대가 팔려 2019년에 비해 12% 이상 증가했다.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를 추구하는 소비의 반영이다.

우울감을 재미를 푸는 MZ세대

시멘트 포장지에 팝콘을 담은 ‘천마표 시멘트 팝콘’은 어떤 맛일까?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이들을 가리키는 MZ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인다. 청년 실업 등 사회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우울감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재미를 소비함으로써 우울감을 극복하려 한다. 이들이 주요 고객인 편의점에는 기상천외한 콜라보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멘트 포장지에 담은 ‘천마표 시멘트 팝콘’과 밀가루 브랜드와 맥주를 결합한 ‘곰표 맥주’가 인기를 모으더니 구두약 업체인 말표산업과 협업한 ‘말표 흑맥주’도 등장했다. 같은 점이라고는 ‘검다’는 것밖에 없지만 전혀 상관없는 조합을 통해 재미 요소를 극대화했다. 최근에는 유성매직 모양의 병에 음료를 담은 ‘유성매직 탄산수’도 선보였다. 기성세대에겐 입맛부터 떨어질 조합이지만 완전히 다른 제품끼리의 기상천외한 결합은 신선한 반전 재미를 줌으로써 MZ 세대를 자극해 소비를 유도한다.

코로나19 시대, 사우들의 소비 패턴은?

1112호 쇠부리토크에서 진행한 「코로나19가 바꾼 소비패턴」 설문조사 결과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사우들의 소비 습관은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쇠부리토크>가 사우들을 대상으로 이벤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일반적인 소비 트렌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몇몇 항목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와 흥미롭다.

사우들이 코로나 19 이후 물건을 주로 구입하는 곳은 쿠팡, 11번가, SSG 같은 온라인 마트(44%)라고 답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대형 마트(35%)보다 많았다. 백화점은 2%에 그쳤다. 일반적 트렌드와 비슷하게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소비보다 비대면 온라인 소비가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지출은 어떨까? 코로나19 이후 51%는 지출이 늘었다, 49%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일반적인 소비지출이 크게 줄어든 경향과 비교하면 조금 다른 결과다. 참고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가계특성별 위기 시 소비지출 변화’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소비지출이 2.7% 늘어났으나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로 1/4분기 소비지출은 6.5%나 줄었다. 선호하는 식사 타입은 예상과 달리 직접 요리해 먹는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배달 음식 35%, 직접 요리해 먹는다 42%). 다만 지난 한 달간 가공식품을 구입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88%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심비 소비’는 확실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취미생활에 대한 투자와 시간이 늘었느냐는 질문에는 33%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호캉스를 이용했다는 답변이 30%, 자기만족을 위한 명품과 사치품 구입을 한 적이 있다는 답변도 26%에 달했다.

‘집콕생활’을 하며 가장 늘어난 소비는 무엇일까? 바로 식료품(49%)과 주류(19%)다. 또한 인테리어 용품(9%)과 집 확장과 리모델링에 돈을 쓴 사람도 7%에 달하며 집 꾸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느낀 불안감이 상당했음도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증명됐다. 응답자의 33%는 위생용품 등 건강관련 제품을 사재기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출이 늘어난 소비 유형은 식료품(74%), 디지털/가전제품(9%), 건강식품(7%), 취미용품(5%) 등의 순위로 나타났다.

「쇠부리토크」 편집부
사진 촬영 김대진(지니에이전시)

「쇠부리토크」 편집부
사진 촬영 김대진(지니에이전시)
취재_유하용(인천공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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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1. tae*** 댓글:

    집에서 몬하는게 없네요
    개인주의삶으로 바뀌는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