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하라”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이시형 박사

‘건강하고 젊게 오래 사는 것’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건강을 위해 ‘몸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치병보다 예방’이라는 만고진리의 법칙을 유행어처럼 만든 이가 있으니 바로 이시형 박사다. 예일대에서 사회정신의학을 공부한 의사이지만 ‘병원 없는 사회를 꿈꾸고’ 그저 ‘자연체로 살자, 그래야 행복하다’라고 권하는 이시형 박사를 쇠부리토크 멘토 인터뷰에 초대했다.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
‘수고했다. 고맙다. 조심할게. 잘 부탁해’

이시형 박사는 여든이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대중과 소통하기 좋아한다. 최근에는 저마다 자신의 역할에 맞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담은 「어른답게 삽시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 최초로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자 세로토닌문화원장으로 일하며 여러 매스컴에서 주목받고 있는 ‘뇌과학’을 일찍이 대중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몸 습관만큼 중요한 마음습관을 길들이라’라며 강원도 홍천 깊은 산골에 마음습관을 길들이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을 열고, 입소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힐리언스 선마을은 ‘일부러 며칠쯤 가둬 두고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곳이며, 그의 저서 제목처럼 ‘이시형처럼 살라’라고 하는 곳이다.

바람마저 산뜻하게 불던 초가을, 이시형 박사를 만나기 위해 힐리언스 선마을을 찾았다.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당황하는 것도 잠시, 이내 나뭇잎이 서로 부대끼며 바스락거리는 바람 소리를 배경 삼아 오후의 짧은 낮잠을 마치고 나온 이시형 박사가 쇠부리토크 편집부를 반가이 맞이해 주었다.

Q. 마음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셨죠?
마음이 편치 않으면 아무것도 소용이 없어요. 여기 힐리언스 선마을에는 ‘세로토닌 캠프’라고도 부르는 명상 프로그램이 많아요. 명상하는 이유가 마음이 편해지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명상의 과제는 주의를 집중하는 것입니다. 지난 과거나 닥치지도 않는 미래에 관한 생각을 접고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그것을 잘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처음에는 쉽지가 않지만 습관이 되면 어렵지도 않습니다.

Q. 규칙적인 하루를 보내는 걸로 유명하신데 평소의 일상을 소개해주세요.
시작이 이른 편입니다. 5시 전에 일어나 커피를 끓이고 아침 3시간의 자유를 누립니다. 이때가 글도 쓰고 강연 준비도 하는 창조적인 시간이죠. 오후에는 10분~15분 정도 짧은 낮잠을 잡니다. 지금도 낮잠을 자고 나오는 길입니다. 오후에 낮잠을 자고 나면 아침이 또 한번 시작하는 겁니다. 하루가 두 번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 축복인가요. 대략 저녁 뉴스가 끝날 즈음이면 잠을 잡니다. 창조적인 생각을 방해하는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아침에 눈 뜨고 밤에는 잠을 자는 삶. 소식(小食)하고 추우면 추운 데로 더우면 더운 데로 사는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매일 아침 명상을 하며 외우는 구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명상이라기보다 묵상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신체 중 제일 수고하는 발을 주무르며 ‘수고했다, 고맙다, 조심할게, 잘 부탁해’ 진심을 담아 이야기합니다. 내 아픈 허리에도 고맙고, 그저 보인다는 것도 고맙고,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었다는 것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생각합니다.

가벼운 아침 제조를 마친 뒤에는 한 40년째 외우는 구절이 있습니다.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 「홍당무」의 작가 쥘 르나르(Jules Renard)의 단편에서 발견한 구절인데 마음에 꼭 드는 구절입니다.

Q. 정신 건강을 위해 명상을 하고 싶어도 잡념을 물리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잡념이 생긴다고 명상이 잘 못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세요. 또 어떤 특정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서도 안 됩니다. 마치 강가에 서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듯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마치 남의 일처럼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겁니다. 그러면서 아까 화났던 감정, 기분 나빴던 생각, 이런 것들이 차츰차츰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지게 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죠.

Q. 세로토닌은 어떤 호르몬인가요?
세로토닌은 내가 몹시 화가 났다거나 공격적으로 될 때 그것을 조절하는 호르몬, 가라앉혀 주는 호르몬입니다. 우리의 감정이 양극단으로 가는 것을 조절해 평상심을 유지하게 하죠. 요즘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힐링이 바로 마음이 편안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마음이 편안해지면 행복해지고요. 그래서 세로토닌을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Q. 호흡을 하면 행복 호르몬이 증가한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우리 몸에는 두 가지 신경이 있습니다. 하나는 체신경인데요. 이것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신경입니다. 또 하나는 자율신경. 생명과 직결이 되는 기관에 다 분포되어 있습니다. 체신경과 달리 자율신경은 내 명령을 듣지를 않습니다. 자기 자신의 리듬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해서 자율 신경이라고 하죠. 이 자율신경을 조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호흡입니다. 우리가 천천히 호흡하면 자율신경이 안정되며 절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편안해집니다.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있기 때문이죠. 화가 날 때 응급처치로 “돌아서서 심호흡을 세 번 하세요” 하죠? 그런다고 화날 일이 당장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생기잖아요. 2500년 전, 부처님이 ‘휴~하고 숨을 내쉬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깨달으셨다고 해요. 그 깨달음이 지금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죠.

Q. 직장생활 중 호흡을 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좀 어려운 질문이지만 차분히 설명해 볼게요. 뇌과학적으로 뇌의 중심에는 아욕(我慾 자기 혼자만의 욕심을 담당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승진, 돈, 좋은 차… 이런 욕심들이 뇌의 ‘후대상피질’이라는 곳에 모여있죠. 그 바로 밑에 쾌락 중추가 있어요. 그래서 욕심이 채워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 후대상피질의 기능이 약해집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기능이 약해지니 사람이 이타적으로 변하게 되고 동료 의식도 생겨나겠죠. 결과적으로 직장 내 분위기가 좋아지게 되는 거죠. 요즘 미국의 기업들이 명상을 많이 권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Q. 사우들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하기 쉬운 명상법을 소개해 주세요.
아주 간단합니다. 책상에 앉아 한 2~3분만 하면 됩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 땐 이럴 땐 잠시 호흡 명상을 해 보세요. 입을 가늘게 열고 내쉬는 호흡을 배꼽 아래의 아랫배가 등에 달라붙을 때까지 다 내보냅니다. 그러면 절로 숨을 들여 마시게 되는데 그때는 아랫배가 불룩해질 때까지 코로 들여 마십니다. 이렇게 호흡 명상을 한 서너 번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져 일할 분위기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쇠부리토크」편집실
영상 제작 ATO STUDIO 임상현
사진 촬영 픽쳐쑈 김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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