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해제 되어도 좋아! 여행만 생각하면
여행작가 김준현, 전혜진

‘여행’이란 단어 앞에 무장해제 되지 않을 사람 누군가. ‘여행’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단단히 품고 일상을 버티는 우리에게 “어서, 훨훨, 떠나라, 쉬어라, 누려라”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북을 쓰는 김준현, 전혜진 작가를 만났다.

일 년에 고작 한두 번, 징검다리 휴일까지 싹싹 붙여서 일주일 즈음 꿀 같은 휴가를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죄다’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여행을 꿈꾼다. 통장을 긁어 여비를 만들고 다음 달 여윳돈과 시간까지 끌어모아 여행 계획을 세운다. 휴가 시즌이 끝나고 휴가지에서 사 온 초콜릿마저 거의 다 먹어가는 요즘. 여행을 업으로 삼은 이들과 여행 이야기 실컷 해보기 위해 김준현, 전혜진 여행작가를 인터뷰 테이블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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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확률 0%’. 알짜배기 스페인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입소문난 여행 가이드북 「스페인 데이」를 내놓은 김준현, 전혜진 작가. 이들은 10여 년 이상 함께 여행 가이드북을 집필해 온 파트너이자 부부다. 여행 가이드북계의 스테디셀러인 ‘100배 즐기기’ ‘프렌즈’ 시리즈에 두 작가가 함께 쓴 책이 여러 권이고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데이’ 시리즈에도 이름을 올렸다.

자꾸 여행을 떠나라며 우리의 ‘세계 유랑’을 응원하는 두 사람에게 가장 먼저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왜 여행을 가는 걸까요?”

Q. 회사 일이 아무리 바빠도 시간 내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요. 왜 우리는 여행을 꿈꾸는 걸까요?
김준현 : 인간이라면 누구나 안정을 추구하지만 가끔씩 자신을 흔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혀 낯선 환경 속에 자신을 놓아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스스로 관찰해보는 거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새로운 관점과 적응력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Q. 여행을 일로 하다 보면 여행의 재미나 즐거움 같은 것이 줄어들지는 않나요?
전혜진 : 재미를 목적으로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자칫 여행의 순수한 즐거움을 놓칠 수 있어요. 취재를 가면 취재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움직이게 되죠. 그래서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일을 하면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노력합니다.

Q. 여행작가는 여행에서 돌아오고 난 뒤 어떤 시간을 보내세요?
김준현 : 가장 먼저 데이터를 분류해요. 보정해야 할 몇 만장의 사진, 써지지 않은 글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죠. 다만 그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처음 여행의 감흥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입니다. 조금 길어진 한국 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진다 싶으면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여행지의 계획을 세워봅니다.

Q. 여행가이드북을 쓰실 때 취재 기간과 집필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전혜진 : 책마다 많이 다른 편이에요. 가장 오래 걸린 것이 「터키 100배 즐기기」인데 실제 현지에서 보낸 취재 기간은 약 1년, 그리고 집필에 걸린 소요 시간은 3년 정도였어요. 「프렌즈 말레이시아」의 경우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6회, 총기간 6개월 이상 현지 취재하였어요. 지금도 정보 업데이트를 위해 매년 1개월 이상 재방문하고 있고요.

Q. 여행안내서에는 객관적인 정보를 담아야 하는데요.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할 수 없어 아쉬운 점은 없나요?
김준현 : 처음 안내서를 만들 때는 가능한 한 실제 여행 가는 분들의 여행 트렌드를 가능한 한 따라가고 그대로 반영하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은 다양한 여행안내서들이 시장에 나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저자의 개인적 취향이 중요해지는 시기인 듯합니다.
전혜진 : 대중의 선택을 존중하는 동시에 책 속에서 개인의 취향도 무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만약 소개할 식당을 5개 골라야 한다면 조금 덜 인기가 있어도 제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곳 1곳은 포함하는 거죠.

Q. 여행의 기록은 어떻게 하세요?
김준현 : 가장 방대한 기록은 역시 사진이에요. 한 국가당 10만 장 정도 되는 사진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와 도시별로 일차 분류한 후 다음 교통, 볼거리, 식당, 숙소 등으로 나눠서 보관합니다. 옛날에는 정보를 수첩에 기록했는데 여행 중 소매치기에게 털려서 기록을 날릴 뻔한 적이 있어요. 그 후로는 핸드폰의 애플리케이션에 기록하고 그때그때 백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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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래는 다른 일을 하셨다고요? 여행작가를 제2의 직업으로 삼게 된 이유가 있나요?
김준현 : 전에는 벤처기업에 근무를 했었는데요. 여행작가도 1인 벤처 기업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습니다.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취재하고 취재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등 투자가 필요하죠. 책이 나온 뒤에는 인세로서 독자분들의 평가를 받는데요. 실제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독자분들의 반응을 알 수가 없어서 말 그대로 벤처, 모험과 같은 일이죠.
전혜진 : 다큐멘터리 방송 작가로 일하면서 ‘어떤 직업이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가?’에 대단히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여행작가의 삶을 살게 됐죠. 이전 직업에서 쌓은 기획력이나 편집 기술 등은 여행작가로 일하는 지금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 바쁜 일상으로 여행을 떠날지 말지 고민하는 사우들을 위해 여행작가로서 조언을 하자면요?
전혜진 :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의 기억을 가장 촘촘하게 메워주는 방법은 여행이 아닐까요? 일상에서는 그날 아침에 무엇을 했는지, 그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때 누구와 있었는지 굳이 기억하지 않죠. 그냥 흘려 보낸 시간이 되어 버리는 거예요. 하지만 여행을 가면 그 순간순간을 최대한 의미 있게 채우려고 노력하고 생생하게 기억해 두죠. 어쩌면 1년의 일상보다 1주의 여행에서 더 많은 나를 만나게 될 수도 있어요.

「쇠부리토크」편집실
영상 제작 ATO STUDIO 임상현
사진 촬영 서원기 스튜디오 서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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