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를 아세요?

#갬성시대
요즘 친구들은 ‘감성’ 대신 ‘갬성’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이들의 SNS 세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들은 여행을 하고 맛집에서 밥을 먹고 전시를 볼 때 ‘갬성’을 건드리는 ‘인생샷’을 건지고 싶어 한다.

아무리 퀄리티 높은 콘텐츠도 요즘 젊은이의 ‘갬성’을 움직이지 못하면 도태되기 쉽다. 아날로그를 경험하지 않은 10대~20대 ‘디지털 원주민’들은 촘촘한 맥락과 이야기로 무장한 이성적인 접근보다 가볍고 직관적인 ‘갬성’에 마음을 연다. 이들은 직관적이고 순간적으로 느낌이 와야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사진을 찍는다. 셀카 한 장을 찍어도 ‘갬성’이 살아 있어야 인스타그램에서 ‘핫’해질 수 있다.

이들을 상대로 성공하고 싶다면 ‘갬성’을 자극하는 콘셉트를 개발해야 한다. 경성 시대 분위기로 결혼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 ‘인생샷’을 건질 포토존을 갖춘 전시회, 확실한 콘셉트를 갖춰 SNS에 올릴 사진을 선사하는 ‘갬성’ 가득한 호텔과 카페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뉴트로
문화계에서 ‘복고’는 늘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콘텐츠다.

오늘의 10~20대가 세월이 흘러 중장년이 되면 여지없이 그들 세대의 추억을 더듬는 ‘복고’를 소비한다. 그러니 복고는 수시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크게 새로울 것 없는 문화다. 그런데 요즘 복고는 조금 특이하다. 그간 4050 이상 세대의 추억을 자극해 온 복고 문화에 열광하는 것은 엉뚱하게도 1020세대이기 때문이다.

10대와 20대가 복고 문화에 반응하는 것도 사실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반응의 크기와 속도가 남다르다. 그래서 복고를 말하는 단어 레트로(retro)에 새롭다는 뉴(new)를 붙여 ‘뉴트로’가 되었다. 쉽게 말해 ‘요즘의 복고’다. 오래돼 허물어져가는 조그만 한옥들이 늘어서 있어 ‘종로의 할렘’으로 불리던 익선동이나 허름한 철물점 등이 가득한 낡은 을지로에 트렌디한 카페와 피자집이 생기고, 여기에 ‘인증샷’을 찍으려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것. 이런 것이 뉴트로다.

뉴트로 열풍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것은 역시 패션계다. 프로스펙스, 아디다스, 나이키 등의 스포츠 브랜드와 게임회사 닌텐도 등은 수십 년 전 초창기 모델을 내놓아 ‘완판’시킨다. 음료와 과자 시장도 마찬가지. 20~30년이 훌쩍 지난 추억의 먹거리들이 편의점에서 10대들에게 불티나게 팔린다. 너무 완벽하고 번듯한 것보다는 조금 어설퍼도 낡고 오래된 정취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 이런 감성에 중장년층보다 디지털 원주민이 더 열광한다는 건 참 흥미로운 일 아닌가?

 

#Z세대
1990년대, 신인류로 주목받던 X세대의 자녀들이 성장해 지금의 Z세대가 되었다. 부모 세대가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가치에 끌렸다면 이들은 더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며 또 현실적이다. 1995년 이후 태어난 19세 미만 청소년을 말하는 Z세대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쓴 첫 번째 세대다. 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아직 알기 힘들지만, 일단 Z세대는 텔레비전이나 포털 사이트, 페이스북 같은 전통의 SNS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본다.

2018년 4월 기준으로 한국의 10대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네이버, 네이버 웹툰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76억 분의 시간을 유튜브에 할애했다고 한다. 10대들에게 유튜브는 동영상뿐만 아니라 정보를 검색하고 얻는 공간이 되어 가니, 이들이 세상을 만나는 첫 관문이 유튜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성세대의 취향과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TV나 포털은 이들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페이스북의 경우 부모, 선생 세대가 페이스북에 가입하면서 이들과 친구 맺기를 원하자 아예 대거 탈퇴의 길을 걸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스스로 만든 콘텐츠를 통해 ‘파워 유튜버’의 길을 걷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초등학생 유튜버가 연간 수억 원대의 수입을 올린다는 뉴스에 이제는 익숙해져야 한다. 느림의 미학, 아날로그의 향수가 들어설 틈이 없는 10대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세상에 적응하려면 Z세대란 말부터 알아두자.

 

#나나랜드
얼마 전 키코 코스타디노브라는 패션 디자이너의 인스타그램이 아주 ‘핫했다’. “세계 최고의 거리다. 스포티함과 캐주얼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믹스매치 정신!”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서울의 동묘 시장을 거니는 ‘아재’들의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무릎이 튀어나온 반들반들한 정장 바지에 못생긴 운동화, 등산복 반팔 상의에 형광색 팔토시까지. 우리에겐 폭소를 부르는 게시물이었지만 이 외국인 디자이너는 아주 진지했다. 전통의 ‘패션 테러리스트’들이 도리어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이른바 ‘나나랜드’. 자신이 주인공인 세상을 꿈꾸는 나홀로족의 세상을 말한다.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든 상관 않고 자신의 만족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 우리네 60대 ‘아재’들의 못 말리는 패션 감각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나를 위한 삶을 추구하는 ‘나나랜드’의 국민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한다. 여성들의 ‘탈코르셋’ 움직임도 페미니즘이 전부는 아니다. 뚱뚱하고 못생긴 내가 기존의 아름다움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멋진 존재라는 믿음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포토샵으로 몸매 보정을 하지 않은 모델이 등장하는 쇼핑몰들의 인기, 그와 반대로 화려한 빅토리아 시크릿 속옷의 고전이 시사하는 바는 ‘나’를 세상의 중심에 놓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나나랜드’는 몇 년 전부터 트렌드 키워드로 떠올랐던 ‘자존감’의 진화된 버전이다.

 

#밀레니얼 가족
요즘 30~40대 젊은 엄마들은 예전처럼 남편과 자식을 위해 정성껏 집밥을 차리고 살뜰하게 살림하는 것만큼 자신을 가꾸는 데 열심이다. 홍수를 이루고 있는 간편식 시장의 주인공은 사실 1인 가족이 아니라 주부들이라고 한다. 이 ‘새로운 엄마’들은 ‘요리 대신 조립’을 하면 되는 간편식이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레토르트 음식을 구매해 밥상을 차리고, 로봇 청소기와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로 집안일을 처리한다. 그렇게 해서 획기적으로 절약된 시간엔 자기 개발에 열중한다. 모성애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게 무조건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성 신화’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 새로운 개념의 가족은 전통문화를 무시하거나 없애자는 게 아니라 지킬 건 지키면서 합리성과 행복을 더 추구하자고 말한다. 과거 고성장 시대의 가족은 더 나은 삶이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희생을 마다치 않는 개념이었다면 저성장 시대의 밀레니얼 가족에게 가정이란 가족 구성원 개인의 행복을 위해 유연한 균형 감각을 발휘하며 적절한 행복을 함께 찾는 개념이 된 것이다. 명절에 가족이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는 것과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행복할지 함께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진 가족이 바로 밀레니얼 가족이다.

「쇠부리토크」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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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1. 역시 모든게 다 돌고 도네요
    현대제철 화이팅

  2. tae*** 댓글:

    그리운7080 시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