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는 지금 동물권 이슈
모피를 만드는 과정이 잔인하고 비윤리적이라고 소문이 난 덕에 올해 런던 패션 위크는 세계 패션 위크 사상 최초로 동물 모피를 이용한 옷을 금지시켰다. 모피를 만들기 위해 산 채로 가죽을 벗기는 동물학대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문화적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요즘 인조 모피는 ‘없어’ 보이는 ‘인조’를 떼고 ‘비건(Vegan)패션’, ‘에코 퍼’ 등의 이름을 달았다. 세계적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를 비롯해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인조 모피 패션을 선보였고, 명품 인조 모피 브랜드 ‘쉬림프(Shrimp)’에 패셔니스타들이 몰려들었다. 패션계는 정치적인 ‘동물권’ 이슈를 번쩍번쩍 으스대는 ‘스웨그(Swag)’ 스타일로 승화시키는 중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평창 올림픽을 기념하는 롱패딩이 ‘RDS(책임다운기준)’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되었다는 말에 퍼뜩 깨닫게 되었다. 동물 털이라면 구스다운이나 오리털 같은 롱패딩도 해당하는 사항 아닌가. 나는 윤리적 문제로 모피는 사지 않을지언정 구스다운 이불이나 오리털 롱패딩은 거리낌 없이 구입했었다. 모피에 사용되는 밍크, 라쿤, 여우 털과 달리 거위나 오리는 식용으로 키우기 때문에 당연히 도살 후 털을 뽑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RDS 인증관련 자료를 찾다가 가슴아래 솜털이 다 뽑힌 채 벌겋게 피가 맺힌 피부가 드러난수백마리의 거위 사진을 보게 되었다. 거위의 목을 발로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가장 여리고 보드라운, 속살에 붙은 솜털을 뽑는다.

구스다운 제품을 구입할 때 , 무엇을 확인하시나요?
물새인 거위는 겨울철 물에 젖어도 춥지 않도록 보온이잘 되는 털을 가지고 태어난다. 예전에는 털갈이를 할 때자연스럽게 빠진 깃털을 모아 방한복과 이불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빽빽하고 더러운 농장에서 털갈이를 기다리지 않고 6주에 한 번씩 강제로 털을 뽑는다. 거위 한 마리에서 뽑을 수 있는 솜털(다운)이 60그램밖에 되지 않아 숏패딩만 해도 약 20마리의 거위 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가 현장을 급습한 동영상을 뿌린 후, 산 채로 털을 뽑는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을 하지 않고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다운 제품 인증(RDS)이 생겨났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에 대해 잘 모르며, 다운 제품 구입 시 ‘가성비’와 디자인 위주로 따지기 때문에 RDS 인증을 받은 구스다운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침구류와 패딩 의복을 채우는 전 세계 솜털(다운)과 깃털의 80%가 RDS 인증 공장이 드문 중국에서 생산되는 실정이다.

TIP > 겨울철 ‘패셔니스타’를 위한 제안

1. 새 옷이 아닌 세컨드핸즈 패딩을 구입하자. 유행인 만큼 동네 중고가게에 가면 패딩 제품이 많다.

2. 버려진 패딩, 이불과 베개에 썼던 솜털(다운) 및 오리털을 재활용한 재생 다운 제품을 이용하자. 블랙야크의 ‘나우(NAU)’나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의 일부 제품이 재생 다운 충전재를 사용한다.

3. 새 패딩 제품을 구입할 때 가성비, 디자인 외에 되도록 RDS(책임다운소재) 인증받은 제품을 구입하자.

4. 인조모피처럼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않은 합성소재 충전재가 점점 더 가볍고 따뜻하고 기능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합성소재 충전재 제품을 구입하자. 대표적인 충전재로는 웰론, 프로마로프트 등이 있다. 

5. 구스다운 대신 목화솜 이불을 사용하자. 천연 목화솜은 햇볕에 잘 말려서 사용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고 자는 동안 주변의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