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제의 불편한 진실

문을 꽁꽁 닫는 계절, 향 제품 사용 증가
추위가 호환마마보다 싫은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활짝 열렸던 창문을 꽁꽁 닫아 소란스러움을 차단하고 실내의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기분이라니.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이 있는 북유럽 나라들이 실내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인에 뛰어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런데 문을 잘 열지 않다 보니 실내 공기가 오염되거나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쉽게 탈취제, 방향제, 향초, 공기청정기 등을 사용하게 된다.
인간이 향료를 처음 이용한 것은 신에게 바칠 제물을 태울 때 나는 악취를 덮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악취를 감추고 좋은 이미지로 포장하기 위해 집, 사무실, 화장실, 자동차 등 실내 곳곳에 향 제품을 이용한다. 문제는 향 성분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 자동으로 분사되는 방향제에 노출되는 등 개인적으로 피할 수 없다는 점, 방향제 뿐 아니라 화장품, 섬유유연제, 세제 등 향이 들어간 제품군이 많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알 수 없는 방향제 성분
2000년대 후반부터 방향제 유해물질 검출시험 결과는 환절기 감기처럼 꾸준히 뉴스에 등장해왔다. 2010년, 여성환경연대는 방향제 11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모든 조사대상에서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그리고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보고했다.
2012년 8월 컨슈머타임즈 역시 방향제에 환경호르몬과 두통, 메스꺼움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성분이 함유되었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인 올해 8월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향제와 탈취제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메탄올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었다.
그뿐 아니다. 향 성분에는 다양한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들어있는데, 단순히 ‘향료’로만 표시되기 때문에 알레르기 원인을 피할 방법이 없다. 식품 포장재에 ‘이 제품은 대두, 땅콩 등과 같은 시설에서 제조되었다’고 써져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유럽연합의 경우 인체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26종의 화학성분이 들어간 향의 경우 ‘향료’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분명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사실 우리는 방향제에 들어있는 성분을 알 수가 없다. 전성분표시제가 적용된 화장품, 물티슈 등과 달리 공산품으로 분류된 방향제는 라벨에 ‘향료’, ‘에탄올’ 등 간략히 성분을 표시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따끈따끈한 해외 보고서에 따르면 샴푸, 바디로션, 향수, 청소세제 등 140여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한 제품당 40개에서 439개 성분이 들어있었고, 라벨에 적혀있지 않은 대부분의 성분이 향 관련 물질이었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검출된 338개의 향 성분 중 99개(25퍼센트)가 만성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었다는 것!

TIP > 건강을 지키는 다섯 가지 방법

1. 나에게 말해줘!
– 공산품의 경우에도 전성분표시제를 적용해야 한다. 도대체 무슨 성분이 들어있는지, 소비자에게는 알 권리가 있다.

2. 향 제품 사용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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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 향 제품의 사용을 줄인다.
– 화장품, 세제 등을 고를 때 향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무향제품을 선택한다.
– 향 제품 중 특히 스프레이 형태를 피한다.

3. 악취의 원인 제거!
– 몸에서 나는 악취를 덮기 위해 향수가 개발됐다고 한다.
이처럼 악취를 향으로 덮지 말고 원인을 제거해보자. 예를들어 화장실에서 냄새가 난다면 배수와 환기, 청소 상태를 점검하고 조치를 취한다.

4. 겨울철일수록 환기생기!
– 실내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환기다. 추운 날에도 하루 3번씩 환기를 해야 건강하다.
겨울철은 바람이 강해 잠깐 문을 열어도 환기 효과가 좋다. 

5. 천연방향제 & 탈취제
– 말린 귤껍질이나 모과, 숯, 소다, 지렁이 분변토, 녹차, 커피를 악취가 나기 쉬운 곳에두면 효과를 볼 수 있다.
– 시나몬(통 계피)을 알콜에 2주 정도 우려낸 후 스프레이용기에 넣고 사용한다.
– 아이스팩을 뜯어 몽글몽글한냉매제를 유리병에 넣고 천연 에센셜 오일을 섞으면 방향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