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문예] 미끄럼틀

<2017 쇠부리토크 사우문예 공모전> 11월의 당선작을 소개합니다.
11월의 첫 번째 당선작은 금동수 사우의 시 ‘미끄럼틀’입니다. 손주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시를 통해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 한 편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며칠 전 할미한테 넌지시 미끄럼틀 갖고 싶단다.

젖병 꿰차고 달래던 손주녀석

어제 일처럼 선명한데 크리스마스 선물 사달랜다.

쌀 한 가마니보다 비싼걸 큰맘 먹고 사줬더니

토끼처럼 껑충껑충 뛰며 좋아한다

 

두 돌도 안된 녀석 말은 제법 한다.

꽁무니 졸졸 따라 다니며 할비할비 한다.

 

고녀석 참~나 할비 생일날 집에 와서

할비 배위를 미끄러져 내려온다.

발을 타고 올라가 쭈~욱 내려오고다시

올라가며 멈출 줄을 모른다. 신났다!

목욕탕에서 샤워하고 나온 듯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힘에 부쳐 쓰러지기 직전

그래도 손주녀석 미끄럼틀이 되고 싶다.

 

금동수(포항공장 품질보증팀)

 

심사평

11월 응모작 중 첫 번째 우수작으로는 손주에 대한 사랑을 미끄럼틀을 통해 진솔하게 표현해 낸 금동수님의 <미끄럼틀>을 선정하였습니다. 올라갈 때 받쳐주고 내려올 때 안아주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매끈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사랑이란 온 몸이 땀에 젖고 힘이 들어도 묵묵히 견뎌낼 뿐만 아니라 즐겁게 제자리를 지키는 미끄럼틀이라는 글쓴이의 생각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시인 최경실

최경실은 충남의 시골학교에서 교사로 지냈다. 시 전문계간지 『시와 정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작품집으로는 『그물눈』, 『나팔꽃 잔치』 등이 있다. 현재는 충남도교육청 기획관실에서 학교혁신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심사위원: 양승모(시인), 이은용(동화작가), 조현(소설가), 최경실(시인)


7월부터 시작된 사우문예의 원고 접수는 11월 5일에 마감됐습니다. 12월에 발행되는 쇠부리토크에는 5개월동안 선정된 10편의 작품 중에서 장원을 선발해 해당 작가의 인터뷰와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사우문예에 보내주신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