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20세기 모더니즘 가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철의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文史哲鐵(문사철철)
문학, 역사, 철학은 인문학 필수 분야. 현대제철인의 교양과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철로 풀어본 인문학을 연재한다. 이름하여 文史哲鐵(문사철철)!

철은 20세기 모더니즘 가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철의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철은 20세기 모더니즘 가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철의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Knoll

장 프루베, 철의 실용성과 기능성을 강조하다
속이 비어 있는 강철관을 가구에 처음 적용한 디자이너는 바우하우스의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다. 모더니즘 디자인 역사에서 철제 가구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금속의 성질을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실용적으로 활용한 디자이너는 프랑스의 장 프루베(Jean Prouvé)다. 프루베는 대학에서 건축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 대장장이 견습생으로 현장에서 노동을 하며 일을 배웠다. 그는 금속공방을 차린 뒤 금속을 접고 두들기는 방식으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모더니즘 디자이너들과 달리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만들려고 했다. 그것이 오히려 프루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주었다. 예를 들어 그의 대표작인 ‘스탠다드 체어’의 뒷다리는 중간 부분이 더 두꺼운데, 이는 튼튼한 구조를 위한 것이다. 산업 생산 시대의 실용적 가능성에 푹 빠져 있었던 프루베는 스스로를 ‘공장형 인간’이라고 묘사했다. 이런 신념에 따라 그는 학교와 병원 같은 기관에 대량으로 가구를 보급하기도 했다.

철은 20세기 모더니즘 가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철의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철은 20세기 모더니즘 가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철의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VITRA

장 프루베는 철의 특성을 잘 살려 튼튼하고 실용적인 철제 가구를 만들었다.

‘레디메이드’ 개념을 도입한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와 그의 형 피에르 지아코모 카스틸리오니(Pier Giacomo Castiglion)는 기존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문제 해결 방식과 유머 감각이 살아있는 디자인으로 전후 이탈리아 디자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1957년에 발표한 ‘메차드로(Mezzadro)’와 ‘셀라(Sella)’는 기성품을 활용하는 레디메이드(ready-made)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가구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다. 메차드로는 기존의 금속 트랙터 의자를, 셀라는 자전거 의자를 그대로 적용했다. 이 레디메이드 의자들에서도 금속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메차드로는 캔틸레버(cantilever, 외팔보) 방식을 취한다. 이 의자를 단 하나의 프레임으로 지탱하게 하면서 동시에 유연하게 하는 것이 바로 금속 다리이기 때문이다. 셀라는 오뚜기 개념의 의자다. 앉는다기보다 서서 엉덩이를 살짝 걸치는 의자여서 의자가 흔들린다. 하지만 묵직한 금속 받침대가 의자가 쓰러지지 않도록 만든다.

철은 20세기 모더니즘 가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철의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Andrea Pavanello, Milano
/ CC BY-SA 3.0 IT

철은 20세기 모더니즘 가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철의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Andrea Pavanello, Milano
/ CC BY-SA 3.0 IT

메차드로는 기존의 금속 트랙터 의자를, 셀라는 자전거 의자를 그대로 적용했다.

조지 넬슨과 로버트 프롭스트의 액션 오피스
오늘날의 사무실 오피스 가구는 미국의 가구 회사 허먼 밀러가 발표한 ‘액션 오피스’에서 출발한다. 허먼 밀러의 디자인 디렉터 조지 넬슨(George Nelson)과 연구원 로버트 프롭스트(Robert Propst)가 함께 개발한 액션 오피스는 1964년에 출시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사무 가구는 중후한 목재 가구에서 사무 노동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면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가구로 변화하고 있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허먼 밀러의 액션 오피스다. 금속 프레임 구조로 가볍고 밝고 단순한 스타일을 갖춘 액션 오피스 가구는 합리적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매끈한 금속 프레임과 간결한 형태로 인해 미래의 가구처럼 보였다. 액션 오피스의 테이블은 1968년 개봉된 기념비적인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우주선의 가구로 사용될 정도로 미래적이었다. 액션 오피스 가구는 그 뒤 모듈화된 시스템 가구로 발전했고, 오늘날 보편적인 사무 가구의 원형이 되었다. 이런 모듈 시스템 가구에서도 금속 하드웨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철은 20세기 모더니즘 가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철의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Herman Miller

액션 오피스는 첫 출시 이후 계속 진화해 여전히 철제 사무 가구의 표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해리 버토이어의 와이어 의자
모더니즘 디자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사물의 물질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따라서 가구라면 면을 줄이고 선적인 표현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비물질적인 특징을 잘 드러내는 가구로 해리 버토이어(Harry Bertoia)가 디자인한 일련의 ‘와이어 체어’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해리 버토이어는 사실 디자이너라기보다 조각가에 가까웠다. 따라서 그가 디자인한 의자는 실용적인 가구라기보다 조각적이다. 좌석의 형태는 매우 유기적인데 그것을 구성하는 재료가 ‘철사’라는 점이 대단히 혁신적이다. 물질적인 존재감을 희박하게 하는 데 철사는 최적의 재료였던 것이다.

철은 20세기 모더니즘 가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철의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Knoll

철사로 만든 해리 버토이어의 ‘다이아몬드’ 의자를 보면 ‘철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찰스와 레이 임스의 알루미늄 체어 그룹
찰스와 레이 임스(Charles & Ray Eames)는 전후 모더니즘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의 부부 디자이너다. 그들은 단지 뛰어난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라 재료와 기술의 혁신가였다. 그들은 활동 초기에 합판으로 전후 중기 모더니즘을 정의한 다음 섬유 유리로 유기적인 가구의 탄생을 알렸다. 그리고 1950년대 말부터는 알루미늄으로 현대 사무 가구의 원형을 창조했다. 임스 부부는 알루미늄으로 다리와 프레임을 만들고 좌석과 등받이는 가죽 패딩으로 마무리한 테라스용 야외 의자를 디자인했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와 이 의자의 다리에 바퀴를 달아 사무용 의자로 개조했고, 이 의자는 액션 오피스의 테이블과 짝을 이루면서 현대 사무 의자의 모범이 되었다.

철은 20세기 모더니즘 가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철의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VITRA

임스 부부는 알루미늄으로 현대 사무 가구의 원형을 창조했다.

금속 프레임과 패딩 가죽은 거기에 앉은 사람을 대단히 전문적이고 유능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이렇게 철은 현대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사무실 가구에 녹아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신(디자인 평론가)

  • 철제가구 모던 인테리어 잘 어울립니다.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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