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북극, 정글, 사막을 달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오지를 달리는 유지성 트레일 러너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나 자신과 맞서며 달려온 지도 어느덧 24년째. 여전히 전 세계에 있는 트레일 러닝 대회에 출전하며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유지성 러너를 만났다.
유지성 러너에게 트레일 러닝은 ‘하이 크레이지’다. 발 전체에 물집이 잡혀 눈물을 쏟으며 걸었던 사하라 사막도, 설맹증이 와 앞이 보이지 않았던 북극도 그에게는 모두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와 함께 트레일 러닝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대제철 사우 여러분. 전 세계의 사막, 바다, 산을 찾아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1호 트레일 러너 유지성입니다. 반갑습니다.
트레일 러닝, 마냥 익숙한 용어는 아닌데요. 어떻게 접하고 시작했는지 궁금해요.
제 본래 직업은 건축 설계인데요, 우연한 기회로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근무하던 중 방송에서 사막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 대회를 처음 보게 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막에는 관심이 좀 있는 편이었는데, 방송을 보고 있자니 저도 한번 사막을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로부터 2년 후 그 대회에 참가했고, 광활한 사막을 달려봤습니다. 평소 운동을 즐기던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고 했던 도전인 만큼 정말 힘들었지만, 완주한 후 경험했던 짜릿한 희열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제 트레일 러닝 인생이 시작됐죠.
사막을 달리고 있는 유지성 러너 ⓒ유지성
일반 러닝하고 트레일 러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일반 러닝은 그냥 달리기에만 집중된 스포츠예요. 정해 놓은 트랙 위를 달리고, 속도나 거리를 중요한 지표로 여기죠. 하지만 트레일 러닝은 다릅니다. 정규 코스를 벗어나 모든 지형을 달리는 것을 트레일 러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산을 뛰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오지, 예를 들면 정글이나 남극, 북극 등 극지방, 사막 같은 다양한 자연을 달리는 스포츠입니다.
일반 러닝과 달리 트레일 러닝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트레일 러닝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입니다. 광활한 자연 속에 내가 있고, 어느 순간 느껴지는 일체감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황홀함을 선사합니다. 단순히 자연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딱 만나는 접점의 시간, 교감의 순간이 오면 아주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 느낌에 매료돼 이렇게 자연 속을 달리고 있고, 아마 저 외의 다른 트레일 러너들도 같은 맛에 빠져들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50도가 넘는 아타카마 사막 레이스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들 ⓒ자연에빠지다
24년째 트레일 러닝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코스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처음 달렸던 사하라 사막인 것 같아요. 뭣 모르고 달리다 보니 발가락 10개 중 9개에 심한 물집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한 6일째 달리니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도 입은 웃고 있었어요. 힘들게 완주한 후 느꼈던 희열은 지금까지도 생생해요. 인생의 한 챕터를 넘긴 것 같은 기분이었죠. 또, 북극에서 열린 트레일 러닝 대회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영하 40도 아래로 내려가는 추운 날씨 속에서 눈을 헤집고 달리다 보니 삶과 죽음의 기로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트레일 러닝에 깊이 빠져드신다면 한 번쯤 사막이나 극지 대회는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러너님을 달리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달려온 트레일 러닝 인생은 스스로 내디딘 족적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들어온 족적에는 스스로 한계에 도전했던 무모함, 함께 달렸던 사람들과 느꼈던 유대감, 자연의 광활함 등이 담겨있죠. 그 과정에서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꼈고, 그게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트레일 러닝을 시작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보통 달리기 연습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가까운 산을 등산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마라톤 할 때 사용하는 근육과 트레일 러닝에 사용되는 근육이 조금 다르거든요. 그래서 산을 타다 넘어오신 분들이 더 잘 적응하고 잘 뛰시더라고요. 그렇다고 ‘등산이 익숙해졌으니 뛰어볼까?’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무조건 힘으로 달리면 다칠 수밖에 없거든요. 부담 없이 트레일 러닝을 시도하시되, 주변의 동호회나 크루를 통해 최소한 오르는 법, 내려가는 법 등 기초적인 팁을 배우고, 바닥과의 접지력이 좋은 트레일 러닝화 등 필요한 장비를 갖춘 후 안전하게 시작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레일 러닝 초심자에게는 어떤 코스가 좋을까요?
기초적인 팁이나 장비 등을 갖췄고, 어느 정도 등산에 익숙해졌다 싶으면 완만한 지형을 뛰어보는 게 좋습니다. 보통 저는 둘레길을 추천해요. 대부분의 둘레길이 정상을 안 올라가기 때문에 고저도 심하지 않고 평지가 많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달리기 연습에 제격입니다. 그리고 달리다가 힘들면 당연히 걸어도 됩니다. 트레일 ‘러닝’이라고 해서 계속 달리는 게 아니에요. 등산에 달리기가 결합한 형식이거든요. 부상 없이 오래 즐기는 게 제일 중요한 만큼 본인 페이스대로, 본인에게 맞는 방법으로 달려보세요.
마지막으로 달리기를 망설이고 있는 현대제철 사우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대제철 사우 여러분, 우리 인생의 결과는 자신의 선택과 노력, 그리고 책임에 의해 결정됩니다. 즐거운 삶을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저는 트레일 러닝을 적극 추천합니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차드 박(wavefilm)
영상 정유라(wavefilm)
홧팅~~
멋잇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자연을 달리며 느끼는 해방감 저도 느껴보고 싶네요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일 ~ 자연 경관의 아름다운 매력은 피할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