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빴을 때는 미처 몰랐던 나를 가슴 뛰게 만드는 일. 김승주 사우와 김정환 사우에게 그것은 연극이었다. 왜 하는지 목적조차 불분명한 연극 활동에 뛰어들어 타인을 이해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는 두 사우. 그들이 말하는 연극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똑같은 연극은 없다. 생생한 라이브로 진행되는 연극은 매일 대사도 무대도 모두 달라진다. 그래서 희열이 있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즐겁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재미와 주변의 뜨거운 반응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 두 사우에게 연극이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설렘 그 자체다.
Q. 두 사우님께서는 현대제철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김승주 사우 안녕하세요. 저는 고로사업본부 정비기술센터 냉연정비2팀에서 물류 설비의 기계 정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정환 사우 저는 당진제철소 선강사업부 제강2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쇳물을 진공처리 작업해서 선박이나 자동차 소재로 만드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같은 제철소를 다니는 분들이 같은 극단에서 활동하는 것이 참 특별합니다. 두 분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승주 사우 중학교 때 학교에 작은 공연장이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화가 이중섭의 일대기를 다루는 연극을 공연했습니다. 그때 처음 연극에 참여하면서 매력을 느꼈고, 관심이 많아지게 됐죠.
김정환 사우 제가 20대 때 호주에서 약 1년 정도 생활했는데요. 그때 우연히 한인들이 하는 연극을 같이하게 됐습니다. 연극 감독님이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셔서 가볍게 참여했는데 공연에서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연극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게 됐습니다.
김정환 사우(좌)와 김승주 사우(우)
Q. 극단 입단을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극단 ‘당진’은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요?
김승주 사우 자녀들도 다 크고 삶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다시 연극 활동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극단 ‘천안’의 문을 두드렸는데, 극단 ‘당진’에서 연출하고 있는 예술 감독님을 만났어요. 그분이 극단 ‘당진’에 들어올 것을 적극 추천하셨죠. 당시 저는 아무 극단이나 상관 없이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극단 ‘당진’에 입단하게 됐습니다.
김정환 사우 극단 ‘당진’ 대표님이 저희 아파트에 사세요. 처음에는 친한 이웃이었는데, 제가 연극 활동을 했다는 것을 대표님이 들으시고 그때부터 극단 ‘당진’에서 활동하는 것을 적극 추천하셨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극단 ‘당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연극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가장 최근에 공연한 연극을 소개해 주세요.
김승주 사우 작년에 극단 ‘당진’에서 <나르는 원더우먼>이라는 연극을 했어요. 우리나라가 1970년대에서 8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가 엄청나게 성장했잖아요. <나르는 원더우먼>은 그 시대 성장 이면에 있었던, 우리가 보지 못한 그림자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에요. 시대에 착취당하고 희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버스에서 일하는 여차장을 통해 보여주는 연극이죠. 그 사람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의 지금도 없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Q. <나르는 원더우먼>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셨나요?
김승주 사우 저는 극 중에서 버스 여차장들을 고용하는 버스 사장 역할을 했습니다. 극 중 버스 사장은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하는 버스 차장들을 착취하고 온갖 몹쓸 짓을 하는 인물이에요. 가장 악의에 찬 인물이죠.
김정환 사우 저는 <나르는 원더우먼>에서 1인 3역을 맡았는데요, 그중에서 까불거리는 날라리 역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버스 차장을 좀 꼬셔보려고 까불거리는 역할이거든요. 춤도 추고 재미있는 대사도 하는 역할이다 보니 관객을 많이 웃겼습니다.
Q. 인물을 잘 표현하기 위해 특히 고민하거나 노력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김승주 사우 연극이라는 작업이 타인이 되어보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인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사장이 처음부터 악했을까? 어떤 계기가 있어서 악해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요. 그러다 보니 그 시대에는 이런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궁금증을 던지면서 그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Q. 공연을 올리고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승주 사우 저를 원래 알았던 사람들은 워낙 예술을 좋아하는 것을 아니까 또 뭔가 하나보다 하는 심심한 반응을 보였고요. 저를 잘 모르는 분들은 ‘저 사람이 저런 면이 있었나?’ 하고 많이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김정환 사우 처음에 제가 공연을 한다고 하니까 가족들이 안 믿더라고요. 공연하는 소책자를 보여주니까 그제야 깜짝 놀라면서 믿어주더군요. 지금은 가족들이 정말 좋아하고 응원도 많이 해줍니다. 딸은 초등학교 2학년인데요, 이번 공연을 보고 나서는 절 보고 피식피식 웃으면서 날라리라고 말하기도 했답니다.
Q. <나르는 원더우먼>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김승주 사우 이 연극은 눈물 나는 신파입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은 눈물도 흘리시면서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젊은 친구들은 우리 선배들이 이렇게 고생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환 사우 <나르는 원더우먼>은 70년대, 80년대에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런 부분들을 볼 수 있는데요. 관객들이 저희 공연을 보시고 주변에 소외당하는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게 주변을 돌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직장 다니면서 공연 준비까지 하려면 아주 바쁘셨을 것 같아요.
김승주 사우 저도 직장 다니면서 이렇게까지 힘든 일을 왜 하는지 모를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완성되는 작품,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깨우침이 저를 계속 연기하게 만든 것 같아요. 극단 ‘당진’을 만나 내재해 있던 본능을 펼치고 있는 느낌입니다.
김정환 사우 저 같은 경우 교대 근무를 해요. 그래서 연습할 때 정말 힘들더라고요. 야간 근무 들어갈 때는 오후 6시에 시작해서 10시까지 연습을 하고 바로 회사로 출근하는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했죠. 그래도 하고 싶은 열정이 있으니까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생기더라고요. 덕분에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현대제철 사우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김정환 사우 현대제철 사우 여러분, 저와 함께 연극에 도전해 보는 것 어떠세요? 연극을 통해서 자기가 몰랐던 자기 내면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가 있을 겁니다. 가슴 뛰는 일을 찾고 계신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도전해 보세요!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차드 박(wavefilm)
영상 정유라(wavefilm)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현대제철의 아이언맨을 응원합니다!
연극 무대 위 희열을 찾아서!
당진제철소 김승주, 김정환 사우 멋집니다~!
연극 무대 위 희열 이라니 와 두분 멋집니다~!
현대제철 항상 응원합니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