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할 때만 해도 그저 AI 덕에 삶이 편해졌구나 싶었다. AI를 활용한 신제품 소식은 희망찬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데 텔레마케터, 계산원, 회계사 등 수많은 직업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면서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거라는 경고를 넘어 이제는 예술 영역에서도 AI가 활약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심지어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소식까지! 놀라운 AI 예술 세계를 살펴보자.
단어만 입력하면 그림이 된다?
ⓒJason Allen /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
최근 가장 핫한 AI 화가라면 역시 ‘미드 저니(https://www.midjourney.com/home/)’다.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그린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출품한 제이슨 앨런은 몇 가지 키워드를 입력하고 조정했을 뿐, 작품을 완성한 건 미드 저니였다. 앨런은 미드 저니를 “악마적 영감을 갖춘 디지털 프로그램”이라 평하며 “이 예술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보여주고 싶어서” 대회에 출품했다고 말했다. 1등 상금이 300달러인 작은 대회였지만, 사람의 작품이 아닌 AI의 작품이 1위를 했다는 뉴스는 말 그대로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예술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내려진 해프닝이지만, AI가 그린 그림이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세계 최초 AI 화가를 자처하는 프랑스 스타트업 ‘오비어스(Obvious)’가 그린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이라는 작품이 약 6억 원에 낙찰됐다.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 그려진 1만 5000여 점의 초상화 작품을 머신러닝으로 학습해 만들어낸 새로운 이미지가 예술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었다.
ⓒLG AI 연구원 / 인공지능 ‘틸다’와 그가 생성한 이미지 패턴으로 디자인된 의상
국내에서는 LG에서 만든 AI 휴먼 ‘틸다’가 디자이너 박윤희와 협업하며 뉴욕 패션위크에 멋지게 데뷔하기도 했다. 박 디자이너의 질문에 수천 장의 이미지와 패턴을 만드는 방식으로 틸다가 디자인을 도운 것이다. 사람은 이제 더 이상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AI 화가에게 묻고 그들의 답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니.
수많은 곡을 만들며 활약하는 AI 작곡가
ⓒEvoM 유튜브 / 인공지능 작곡가 EvoM의 곡이 업로드되는 유튜브 채널
AI 작곡가는 AI 화가보다 더 일찍 활동을 시작했다. 1955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만들어진 ‘일리악(Illiac)’이 16세기 작곡가들의 곡을 분석한 후 이듬해에 <현악 4중주를 위한 일리악 조곡>을 써냈다. 이 성공은 기계의 더 많은 음악 학습과 작곡 시도로 이어졌고, 오늘날 발전한 기술과 맞물려 보다 자연스럽고 완성도 높은 곡이 탄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2012년에는 스페인 말라가 대학이 개발한 ‘이아무스(Iamus)’가 작곡한 곡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해 큰 이슈가 됐다. AI 음악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도 뒤따랐다. 2015년에는 미국 예일대에서 개발한 ‘쿨리타(Kulitta)’가 바흐의 모든 곡을 흡수한 뒤 바흐풍의 음악을 작곡했고, 아이바 테크놀로지의 ‘아이바(AIVA)’는 작곡가협회에 이름을 등록함으로써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가 인정한 최초의 가상 아티스트가 되기도 했다. 구글의 ‘마젠타(Magenta)’, 아마존의 ‘딥컴포저(DeepComposer)’ 등 어마어마한 양의 음악을 습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AI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AI가 작곡한 음악은 이미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개발한 국내 최초 작곡 AI인 ‘이봄(EvoM)’은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가수 홍진영의 <사랑은 24시간>, 하연의 등을 작곡했다. 최근 소지섭이 주연을 맡았던 MBC 드라마 <닥터로이어>의 OST인 는 다양한 악기가 사용되는 웅장한 곡인데, 이 역시 AI 음악 작곡 스타트업인 포자랩스의 ‘디오 AI’가 만든 작품이다. 지난 1년간 디오 AI가 기업들을 위해 작곡한 곡이 3500곡이라고 하니 나도 모르는 새에 AI가 작곡한 곡을 듣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감성적인 AI
ⓒ카카오브레인 / 시를 쓰는 인공지능 시아(SIA)의 첫 번째 시집 「시를 쓰는 이유」
AI 예술가들은 문학도 넘본다. 2013년 일본 호시 신이치 문학상에서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비록 2차 예심에서 탈락했지만, 인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문학 또한 인간만의 영역이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이미 서점에는 인공지능이 쓴 시집이 꽂혀 있다. 「시를 쓰는 이유」는 국내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카카오브레인이 함께 개발한 AI 시인인 ‘시아(시를 쓰는 아이)’가 쓴 시를 모아 출판한 책이다. 1만 5000편가량의 시를 읽으며 공부한 시아는 30초에 한 편씩 시를 쓴다고. 그의 시로 국내 최초 AI 시극인 <파포스>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 시극에 출연한 배우 박윤석은 “굉장히 넓은 인간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인공지능이 이토록 빠르고 풍부하게 예술을 표현하는 시대에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의 미래가 아니라 “예술이란 무엇인가”일 것이다. 인간은 과학으로 발밑을 다지고, 예술의 무모한 시도로 허공을 꿰뚫어왔다. 예술은 늘 한발 앞선 상상의 힘으로 천변만화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깊이 질문할 때 AI는 인간의 경쟁자가 아니라 날개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TIP. AI 예술을 체험해보자
1. AI 미술
누구나 금손이 될 수 있다.
– 낙서 수준의 손 그림도 깔끔한 드로잉으로 바꿔주는 인공지능 툴
쇠부리토크 편집부에서 그린 고양이와 호랑이 사이의 낙서가 인공지능을 통해 늠름한 호랑이가 되었다.
2. AI 삼행시
이제 삼행시도 AI가 한다.
1~8자의 단어를 적기만 하면, 한 편의 시와 같은 N행시가 완성된다.
[현]기증이 난다. [대]청마루에 [제]비꽃이 핀다. [철]쭉꽃이 진다.
3. AI 오페라 합창단
구글 아트 앤 컬쳐가 만든 ‘블롭 오페라(Blob Opera)’의 인공지능 캐릭터들은 각각 테너, 베이스, 메조소프라노,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학습했다.
이들을 마우스로 흔들고, 당기고, 누르면서 직접 음악을 만들고, 공연 장면을 녹화할 수 있다.
글 박사(칼럼니스트)
신기하네요 ㅎㅎ
흥미로운 사실이네요.
신기한AI작품어네요
ai를 잘 사용한 사례네요 저도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