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낙, 점심 후 커피 마시는 법이 달라진다. 12월부터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할 때마다 보증금 300원을 더 내야 하고 반납하면 돌려받는다. 6월로 예정되었다가 반년 미뤄지는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일 수 있을까?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후 달라지는 카페 생활이 궁금하다.
커피 테이크아웃하려면 300원
한국인의 피에는 일정 비율로 커피가 섞여 흐를지 모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8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성인 한 명이 1년간 353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거의 매일 한 잔씩은 마시는 꼴. 점심 먹고 시원하게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덕분에 일의 능률이 쑥쑥 올라간다. 문제는 일회용 컵. 덕분에 카페 직원의 목청은 터져 나가고 거리에는 일회용 컵이 산을 이룬다. 종이컵도 그쯤 쌓이면 지구의 어깨가 무거울 법하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변화가 예고됐다. 12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된 일회용 컵을 사용하려면 300원의 보증금을 추가로 결제해야 한다. 2008년 폐지된 이후 14년 만에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부활하는 것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적용되는 매장은 스타벅스, 이디야 등의 커피 전문점과 롯데리아, 버거킹 등의 패스트푸드점 및 프랜차이즈 빵집 등 전국 3만 8000여 개다. 전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에 적용된다. 일회용품 반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어마어마한 양의 컵이 재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보증금 300원은 구입처가 아닌 곳에서도 돌려받을 수 있다. 보증금 제도가 시행되는 매장 어디에서나 보증금을 환급해준다. 각 매장 내 비치된 반환기기에서 컵에 새겨진 바코드를 인식하면 현금이나 계좌이체 중 원하는 방식으로 돌려준다. 계좌이체로 받으려면 보증금 환급을 위한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설치해야 한다.
일회용 컵은 표준규격으로 통일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회용 컵을 사용할까? 놀라지 마시길. 2018년 기준, 한 해에 28억 개의 일회용 컵이 한 번 쓰고 버려졌다. 보증금 제도가 없으니 별도로 모아졌을 리는 만무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배달 주문이 늘어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기도 했다. 웬만하면 머그컵으로 커피를 마시던 이들도 안전을 위해 일회용 컵을 선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규제는 점점 풀리고 있지만 일회용품 사용은 줄어들지 않는 것도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부활에 일조했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서는 회수율뿐 아니라 재활용률도 높여야 한다. 이 때문에 보증금이 붙는 새로운 일회용 컵은 표준규격으로 통일된다. 플라스틱 컵은 표면 인쇄를 하지 않은 무색투명한 것으로, 종이컵은 안쪽 코팅은 어쩔 수 없지만 표면 인쇄는 가능한 한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표준규격으로 통일해 음료를 구입한 매장이 아닌 다른 매장에서도 컵을 반환할 수 있다. 스타벅스 커피 컵과 버거킹 콜라 컵을 함께 포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군침 돌지 않는가? 일회용 컵 하나에 반환보증금이 300원이니 점심시간 한 시간 작정하고 주우러 다닌다면 내일 커피 값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도 지키고 커피 값도 버는 일석이조의 아르바이트는 권장할 만하지만,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컵에는 한국조폐공사가 제작한 위변조 방지 스티커도 붙이고, 반납할 때 바코드를 매장 내 POS기기에 인식시켜 한 번 반환된 컵을 또 반환하는 것을 막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일회용 컵이 현금 취급을 받게 된 셈이다.
조금 불편해도 지구와 우리를 위해
2008년 3월에 폐지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최대 회수율은 38%. 일회용 컵 10개 중 4개 정도가 돌아온 셈이다. 이번에는 성공할까? 일회용품 근절에 대한 국민 참여 의지는 이전보다 단단하다. 지난 3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환경을 위해서라면 보증금 제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는 비율이 무려 81%나 됐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증금 제도보다는 개인 컵 사용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더 낫다는 의견이 85%, 회수에 치중하기보다 사용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85%의 공감을 얻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궁극적 목표는 일회용품의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 ‘보증금을 내고 편하게 일회용을 써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크든 작든 결국 우리를 위한 것이다.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살리자.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니까.
TIP. 다회용 컵 대여해볼까
글 박사(칼럼니스트)
사진 셔터스톡, 유토이미지
우리모두 지굴 살리는데 동참합시다~~~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아나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