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에서 논멍 해봤니?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 보는 우리의 가슴 한쪽에는 꿈이 있다. 심심산골 개척하는 ‘자연인’이 되거나 정겨운 시골집에서 ‘삼시 세끼’ 아궁이 밥을 해 먹는 유유자적한 삶. 코로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쳇바퀴 도는 듯한 도시의 일상을 떠나 촌에서 ‘나의 해방일지’를 쓰고 있다.

유유자적 촌이 좋아

시골은 더 이상 촌스러운 곳이 아니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힙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 역세권의 전셋집 대신 초록빛 물결치는 논밭 풍경으로 가득한 ‘벼세권’이 인기다. 요즘 핫한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는 자연과 시골의 매력을 즐기며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더하는 생활 방식이다.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은 건강과 휴식을 위해 도시와 시골을 오가거나, 시골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있다.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개성이 되고, 따분하고 불편한 시골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오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시골로 향하고 있는 것. 시골에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러스틱 라이프는 어쩌면 코로나의 선물이다. 오랜 거리두기가 혼자만의 여유를 누리는 삶의 맛을 알게 했다. 업무·수업·쇼핑 등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면서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려는 로망이 현실과 딱 만난 것이다. 인파가 적은 시골은 감염 위험도 적다. 건강·여유·안전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러스틱 라이프는 ‘코로나 번아웃’, ‘코로나 블루’의 치료제가 됐다.

시골살이 유튜브가 주는 힐링

일상 회복이 시작된 후에도 러스틱 라이프의 바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골은 불편하지만 소박한 낭만의 공간이면서 나만의 해방구다. 개설 1년 반 만에 32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은 유튜브 채널 ‘오느른(onulun)’을 보라. 전북 김제에 시골집을 마련한 방송 PD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 인기다. 4500만 원에 구입한 폐가를 고치는 과정을 공유하며 시작해,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을 아름다운 영상에 담은 시골살이에 사람들은 공감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유명 피아니스트를 초청해 자연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해주었다.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노동집약적인 일상과 시골 노인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날것으로 보여준다. 해당 마을을 방문했다는 ‘인증’을 올리거나 시골살이를 결심했다는 댓글도 많다.

논밭뷰 즐기며 시골에서 한 달 살아볼까?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러스틱 라이프를 즐기는 방법을 4단계로 제시했다.
첫 단계는 ‘떠나기’다. 요즘 뜨고 있는 ‘촌캉스(촌+캉스)’와 ‘옥캉스(한옥+바캉스)’가 대표적이다. 오래된 시골집이나 한옥집에서 휴일을 보내며 한적함과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다. 강원도 영월, 충남 부여, 전북 완주 등 전국 곳곳에 시골집과 한옥, 고택을 개조한 펜션이 속속 들어서는 중이다.
숙박을 하지 않는 카페 투어도 좋은 방법이다. 불멍·풀멍·물멍(각각 불·풀·물을 보면서 멍하게 있기)이 가능한 ‘뷰(view) 맛집’이 인기다. 바다뷰, 강뷰에 이어 이제는 논뷰, 밭뷰가 가능한 내륙 도시 곳곳에 전면 유리창과 그늘막 좌석 등을 갖춘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머물기’다. 이른 바 ‘보름 살기’ ‘한 달 살기’다. 제주도, 발리, 파리 등 평생 로망하던 도시에서 체류하는 형태를 지나 이제는 동해, 속초, 양양, 남해 등 전국 곳곳에서 일상을 리셋하는 셀프 유배형 한 달 살기가 인기를 얻고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자리 잡기’다. 은퇴 후 귀농·귀촌에 대한 열망이 아무리 커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자녀 교육, 대인 관계, 문화생활 등 현실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도심과 시골 두 가지 생활을 모두 즐기는 듀얼 라이프다. 거창한 별장이 아니라도 방법은 많다. 저렴한 비용으로 농막을 짓는 방법, 휴양지의 오피스텔을 세컨드하우스로 삼는 방법, 친구나 친척끼리 돈을 모아 전셋집을 임대하고 돌아가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 단계는 ‘둥지 틀기’다. 폐가 등 시골집을 사들여 리모델링을 하거나 자투리땅에 나만의 콘셉트에 맞는 집을 짓고 농사를 경험해볼 수 있다.

오도이촌 노마드 삶!

은퇴 후의 귀농이나 귀향은 이도향촌(離都向村), 즉 도시와 단절해 농촌으로 완전히 이주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러스틱 라이프는 도시인들의 이중생활이다. 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 2일 정도는 조금 더 자연친화적인 공간에 머무는 오도이촌(五都二村)에 가깝다. 각자의 경제·사회적 환경에 따라 3도4촌이 될 수도 있고, 4도3촌이 될 수도 있다.
러스틱 라이프 4단계 또한 최종 정착을 위한 단계별 수순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선택지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국 밭뷰 카페 투어를 하든, 2년에 한 번씩 세컨드하우스 전셋집을 옮기든, 취향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으니까.
러스틱 라이프의 가치는 삶의 방식을 조금씩 바꾼다. 축적하는 자본이 아니라 순환하는 자연으로의 삶을 일깨운다.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찾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에게 집중하며 쌓은 행복감은 활기찬 삶의 동력이 된다.

TIP. 돈 굳는 시골살이 꿀팁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하라. ‘농촌에서 살아보기’는 농가나 체험마을 숙소에서 머무는 프로그램이다. 한 달 동안 시골에 살면서 동네 곳곳을 산책하거나 그 지역의 숨은 명소를 찾아볼 수 있다. ‘귀농인의 집’은 원하는 영농 기술을 배우고 농촌을 체험하는 동안 머물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집과 함께 영농 실습장을 빌려주고, 영농 창업 훈련을 해주는 곳이다. 1년 단위로 모집하는데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세컨드하우스를 찾는다면 원하는 지역의 지자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빈집 정보를 살펴보면 된다.

 전유선(자유기고가)
사진 셔터스톡, 유튜브 오느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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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1. 나도 한번쯤 해보고 싶네요.^^

  2. qkq*** 댓글:

    한번쯤 해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