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깎냐면 웃지요
포항공장 대형압연부 남일규 사우

산 속에 구르는 이름 없는 나무 토막도 그의 손을 거치면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거북이, 원앙, 오리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도와 나무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포항공장 남일규 사우를 만났다.

산 속에 구르는 이름 없는 나무 토막도 그의 손을 거치면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거북이, 원앙, 오리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도와 나무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포항공장 남일규 사우를 만났다.

산 속에 구르는 이름 없는 나무 토막도 그의 손을 거치면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거북이, 원앙, 오리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도와 나무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포항공장 남일규 사우를 만났다.

각각의 개성과 모양을 가진 나무를 보면 그 안에 어떤 모양이 숨어 있을지 궁금해 조각도를 들게 된다는 남자가 있다. 정식으로 조각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타고난 손재주와 감으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온 남일규 사우다. 그에게 목조각은 멀리 떠나거나 많은 돈이 들지 않고, 오직 조각도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나만의 우주’다. 만들고 나면 바로 지인에게 선물하는 성격인지라 작품이 별로 없다며 멋쩍어하는 그의 집 거실은 작은 목조각 전시장 같다. 독학으로 익혀 온 솜씨이기에 더욱 신기하고 빛나는 그의 ‘나무 깎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포항공장 대형압연부에서 크레인 총괄 담당 계장으로 있어요. 1978년 4월 20일 입사해 지금까지 40년 넘게 같은 부서에서 근속했지요. 계속 크레인 운전을 하다 5년 전 계장으로 승진하면서 크레인 총괄 담당이 되었습니다.

Q. 목조각 취미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한 15년 정도 됐어요. 원래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의 명산을 오르는 취미를 갖고 있었어요. 그럼 산 속에서 작은 나무 조각들이 보이잖아요. 언제부터인가 호기심이 생겼어요. 뭐, 손해볼 건 없으니까 하나씩 주워가지고 시간 날 때마다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보기 시작했어요. 내 맘대로.

산 속에 구르는 이름 없는 나무 토막도 그의 손을 거치면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거북이, 원앙, 오리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도와 나무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포항공장 남일규 사우를 만났다.
산 속에 구르는 이름 없는 나무 토막도 그의 손을 거치면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거북이, 원앙, 오리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도와 나무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포항공장 남일규 사우를 만났다.

남일규 사우가 나무를 깎는 모습을 보면 조각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Q. 한번도 남에게 배우거나 수업을 들은 적이 없다는 건가요?
그렇지요. 부담도 없는 일이고 원래 혼자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걸 좋아하는지라 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차츰 주위에서도 제 취미를 알게 되면서 어디 산에서 주웠다며 좋은 나무 토막을 가져다주고. 원래 공장에서도 집에서도 웬만한 건 혼자 다 고쳐요. 손으로 하는 일에 좀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작업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단 산에서 주워온 나무를 보고 영감을 받습니다. 집 앞의 해송들도 다 저의 소재고요. 나무 토막의 모양을 보고 그 안에 어떤 모습이 숨어있을까 생각하는 거죠. 저는 가능하면 나무의 생긴 모습 그대로를 살려 작업합니다. 보통 사람은 그냥 무심코 지나가거나 버리는 것들이 저에게는 다 보물입니다. 원래 한 번 본 것은 그대로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서 사찰 같은 곳에서 본 적이 있는 문양이나 모양을 떠올려서 작업하기도 하지요.

산 속에 구르는 이름 없는 나무 토막도 그의 손을 거치면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거북이, 원앙, 오리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도와 나무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포항공장 남일규 사우를 만났다.
산 속에 구르는 이름 없는 나무 토막도 그의 손을 거치면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거북이, 원앙, 오리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도와 나무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포항공장 남일규 사우를 만났다.

남일규 사우의 집 거실은 작은 목조각 전시장이다.

Q. 작업은 주로 집에서 하시나요?
네. 여기 거실에 앉아서 하기도 하고 조금 큰 것들은 지하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합니다. 그냥 퇴근 후나 쉬는 날 틈틈이 하는 겁니다. 나는 커다랗고 거창한 기계는 전혀 없어요. 밑그림 그리는 펜 하나 작은 조각도 하나가 연장의 전부에요. 나무와 노는 거죠. 들여다보고 모양을 구상하고 하나하나 깎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아집니다.

Q. 목조각이 일종의 마음 수련인 셈이군요?
그렇지요! 저는 무교지만 불교 경전의 문구를 통해 삶의 지혜를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래서 금강경 문구나 반야심경 260 글자를 작품에 새겨 넣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구름과 같으니 집착하지 말고 현실을 충실히 살라는 깨달음이 있잖아요. 반야심경도 아주 좋아합니다. 명아주나무로 만든 지팡이에 반야심경을 새겨서 아는 분에게 선물하기도 했어요.

산 속에 구르는 이름 없는 나무 토막도 그의 손을 거치면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거북이, 원앙, 오리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도와 나무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포항공장 남일규 사우를 만났다.
산 속에 구르는 이름 없는 나무 토막도 그의 손을 거치면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거북이, 원앙, 오리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도와 나무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포항공장 남일규 사우를 만났다.

삶의 지혜가 담긴 불교 경전 문구를 작품에 새겨넣기도 한다.

Q. 사내에 목조각 동호회를 만들어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종종 나무 깎는 걸 가르쳐 달라고 하는 사우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걸 어디서 제대로 배웠으면 모를까 혼자 편한대로 익힌 재주인지라 남에게 가르치긴 조심스럽더라구요. 등산, 낚시는 이런저런 동호회에 가입해 함께 다니지만 이건 오롯이 혼자서 합니다. 오직 나와 나무, 조각도가 함께 만들어내는 작은 우주인 셈이죠.

Q. 어쨌든 이런 취미가 회사 생활에도 활력소가 될 것 같아요
당연합니다. 나만의 공간과 취미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에서 조금 짜증나거나 힘든 일이 있더라도 한결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거든요. 열심히 일하고 나면 다시 나를 기다리는 취미가 있다는 사실이 힘든 회사 생활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산 속에 구르는 이름 없는 나무 토막도 그의 손을 거치면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거북이, 원앙, 오리로 다시 태어난다. 조각도와 나무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포항공장 남일규 사우를 만났다.

“목조각은 오직 나와 나무, 조각도가 함께 만들어내는 작은 우주인 셈이죠.”

Q. 나무 조각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물아일체’ 그리고 ‘성취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이걸 하는 동안에는 오직 나무와 저만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온갖 잡념이 다 사라져요.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상관없이 퇴근 후 집에 앉아서 이걸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나무 토막을 한참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은 생명이 보여요. 저는 나무 속에 갇혀 있던 생명을 끄집어낼 뿐입니다.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대진(지니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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