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W 도어 임팩트빔이 올해 세계일류상품으로 신규 선정됐다.
울산공장 생산기술팀 강백구, 정한길 사우와 강관생산팀 김종해 사우로부터 ‘최고의 완성도’를 위해 노력해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과정은 완성된 글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퇴고할 때다. 이미 눈에 익은 문장들은 뇌리에 박혀 다듬으려 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한번 완성한 문장은 안심하며 지나치기 쉬워 다시 손대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ERW 도어 임팩트빔’은 수많은 퇴고를 거친 완성도 높은 글과 같다. 1991년부터 생산된 이 제품은 이미 효자상품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방치하기 쉬운 제품이었다. 하지만 울산공장 생산기술팀과 강관생산팀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심했다.
ERW 도어 임팩트빔은 생산기술팀과 강관생산팀이 함께 탄생시킨 세계일류상품이다.
회사가 배출한 2019년 세계일류상품, ERW 도어 임팩트빔
회사는 올해로 12개의 세계일류상품을 보유해 철강업계 최다 보유 기록을 15년째 지키고 있다. 세계일류상품은 산업부 주관으로 글로벌시장을 선도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선정하는 제도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5위 이내에 들고 연간 5백만 달러 이상 수출되는 상품에만 자격이 부여된다. 회사는 작년 자동차용 경량화 부품을 총칭하는 ‘자동차용 핫스탬핑 제품’을 세계일류상품으로 등재시킨 데 이어 올해도 ‘ERW 도어 임팩트빔’으로 수상의 영광을 이어가며 ‘최고의 자동차 전문 소재 기업’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ERW 도어 임팩트빔은 차량 사고 발생시 도어가 내부 쪽으로 많이 침투되는 현상을 막는 안전 제품이다. 전기저항용접인 ERW(Electric Resistance Welding) 용법으로 만든 구조물로 차량 문 안쪽에서 도어가 감당해야 하는 측면 충돌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1991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해 인장강도를 780MPa, 980MPa, 그리고 현재의 1470MPa로 높여가며 발전시켜왔다. 강도는 세졌지만 오히려 두께는 2mm로 얇아 자동차 경량화에도 한몫 하고 있다.
ERW 도어 임팩트빔은 당진제철소에서 생산한 코일을 이용해 울산공장에서 원형관을 만들고 열처리 용법으로 강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전체 생산 제품 중 원형관 열처리 용법으로 생산하는 것이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는 차량의 구조적 설계에 맞춰 디자인하는 열간성형 제품이다.
ERW 도어 임팩트빔은 꾸준히 강도를 높이고 두께는 줄이며 세계일류상품의 자리까지 올랐다.
좋은 제품은 디테일 차이에서 온다
생산기술팀과 강관생산팀이 힘을 합쳐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신경을 쓴 것은 ‘디테일’이다. 전체 작업 공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작업을 묻자 제살용접을 할 때 발생하는 ‘비드(bead)’를 꼽았다. 용접부의 옆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비드라고 칭하는데 용접시 열을 더 받아 다른 부분보다 강도가 세지기 때문에 손을 보기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강관생산팀 김종해 사우는 2018년 12월 중국 염성공장에서 최초로 접수된 내면 비드 단락 사례를 회고했다. “차량에 ERW 도어 임팩트빔이 장착된 상태에서 비드가 단락돼 주행 중에 소음이 발생한 사례죠. 현지에 가서 제품을 확인하고 회의를 통해 열간성형 제품의 내면 비드를 전부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생산팀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비드를 제거하려면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면 비드는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내면 비드는 보이지 않아 제거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힘든 길을 선택한 강관생산팀은 수많은 공정 테스트를 거쳐 내면 비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철판의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해주는 루퍼 장치.
제작 공정 중 가장 까다로운 작업인 용접 과정.
한편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디테일도 꼼꼼히 신경썼다. 도어 임팩트빔은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제품이다. 용접 비드가 충돌을 받아 갈라지게 되면 매우 날카로워진다. 만약 그 부분이 승객을 향하게 되면 위험하다. 이 때문에 용접부가 항상 바깥쪽을 향하게 하는 ‘심 디텍팅(seam detecting)’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가장 미래지향적인 기술은 준비된 기술
ERW 도어 임팩트빔의 완성도를 계속 높여온 울산공장 생산기술팀은 다양하고 새로운 임팩트빔도 개발하고 있다. 울산공장의 중요한 고객인 자동차 설계자들은 경량화와 원가 절감을 위해 부품 수를 줄이는 방식을 지향한다. 이에 맞춰 생산기술팀에서 준비한 기술 중 하나가 ‘브라켓 일체형 도어 임팩트빔’이다. 브라켓은 철판과 연결된 구조물로 원래 세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산기술팀은 2017년 남양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하나의 부품으로 브라켓을 만드는 기술을 완성했다. 또한 자동차용은 물론 다른 배관, 유정관의 열처리 기술 정교화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여러 공법을 연구하고 있다.
파이프를 자르는 컷오프와 우측 끝부분을 다듬는 면취 과정으로 디테일을 다듬는다.
자동차 구조에 맞춰 성형하는 열간성형 공정.
또한 생산기술팀은 친환경 전기차를 위해 보강용 강관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친환경 전기차의 무거운 배터리 무게를 보완하기 위해 더 가볍고 강한 강관을 만드는 것이 생산기술팀의 역할이다. 판보다는 파이프 같은 원형 단면이 충돌했을 때 충격 흡수량이 더 높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100%를 위해!
협력은 어디에서나 중요하지만 생산성과 직결된 일을 하는 두 팀에겐 더욱 중요하다. 생산기술팀이 미래로 나가는 방향을 탐구한다면 강관생산팀은 실질적으로 기술을 적용하고 운영한다. 빠른 피드백과 협조적인 태도는 제품 생산의 윤활제 역할을 한다. 김종해 사우가 입사하기 직전인 2012년에는 생산기술팀과 강관생산팀은 한 팀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두 팀으로 나뉘었지만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더 이해하고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RW 도어 임팩트빔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 생산기술팀은 이미 후속 상품을 치열하게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생각한다. 강백구 사우가 입사했을 때 사수에게 처음으로 인수인계 받은 것이 열간성형 기술이었다. 그때부터 마음에 담아왔던 목표라며 강백구 사우가 입을 열었다. “자동차 전면을 열간성형 파이프로 돌리는 게 제 목표입니다. 입사 당시엔 측면에만 들어갔는데 지금은 50% 정도 달성했네요. 100%까지 더 노력하려 합니다.” 한편 정한길 사우는 세계일류상품 담당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해외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년 미주 시장에서 열처리 물성들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가까운 목표입니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대진(지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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