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댓국 장사 등 외식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연이은 실패로 40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인생…. 삶의 밑바닥에서 찾아낸 새로운 도전은 잊고 있던 청춘의 꿈 ‘모델’이었다. 65세 신인 모델이자 소셜 네트워크 스타로 다시 태어난 김칠두의 인생 이야기를 만나보자.
언젠가는 모델이 돼야지!
더위가 시작되던 7월,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모델 김칠두(65)는 긴 흰머리와 수염을 기른 특유의 모습으로 촬영팀과 마주했다. 평생 모델로 살아온 듯한 모습이지만, 사실 그는 2년도 채 되지 않은 65살의 신인 모델이다. 여느 신인들과 차이가 있다면 어떤 어려움과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여유와 강인한 눈빛일 것이다.
“사업 실패로 방황하던 저에게 딸이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며 모델 일을 권했습니다. 시니어 모델들이 활동하는 TSP(The Show Project) 아카데미에서 워킹을 배우기 시작했죠. 처음 하는 모델 일인데 자연스럽고 참 편안했어요.”
모델 아카데미 수강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맡게 된 데뷔 무대는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의 키미제이 쇼. 김칠두는 젊은 모델들이 가장 서고 싶어 하는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20대도 소화하기 힘든 스냅백(야구모자)과 가죽 라이더 재킷 등 트렌디한 의상들을 늘 입어왔던 옷처럼 소화했다. 이미 몇몇 패션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광고도 여러 편 찍었고 통신사, 맥주, 게임 등 20대 젊은 층 대상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TV 프로그램 출연 요청과 미디어 인터뷰 요청이 이어지고 개인 소셜 미디어 팔로어는 7만 5천 명을 넘어섰다.
“요즘 셀카 함께 찍어달라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길을 걸어 다닐 때면 인기를 실감합니다. 제 스타일이 젊은 층에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신기하죠.”
핫한 그의 스타일과 인생 열정을 전수받고 싶어하는 현대제철 사우들을 위해 질문을 이어갔다.
Q. 옷을 멋지게 잘 입으세요. 김칠두만의 패션 스타일링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모두 각자의 스타일은 있으실 거예요. 자신감 있게 옷을 입는 것이 우선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최고다’라는 자신감이 중요하죠. 청바지 하나를 입더라도 등산화와 함께 신지 말고 스니커즈와 같은 산뜻한 신발을 신으면 한층 돋보일 겁니다. 스카프 같은 소품 하나만 활용해도 스타일이 많이 달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나요?
사실 젊은 시절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누님의 의상실에서 일을 돕기도 했고 남대문 시장에서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팔기도 했습니다.
Q. 젊은 시절부터 자신만의 관심사가 확실하셨나 봐요. 청년 김칠두는 어떤 캐릭터였나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고 노래를 좋아했어요. 끼가 있었나 봐요. 1977년에는 한양모델대회에 참가해 입상도 했죠. 그 당시에 모델이나 탤런트를 해보고 싶다는 꿈이 간절했던 것 같아요. 모델 일을 계속하지는 못했어요. 부양할 가족이 우선이다 보니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했죠.
Q. 꿈 대신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자동차 검사 대행, 화물차 운전, 야채 장사, 쌀장사, 연탄 배달 등 많은 일을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순댓국집 장사를 시작했죠.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장사가 잘됐죠. 직영점을 2~3개씩 운영했고 체인점을 내고 공장도 차렸죠. 그런데 다른 쪽에 투자하면서 실패를 했어요. 그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남죠.
Q. 수많은 경험이 인생에 준 교훈은 무엇인가요?
꿈을 안겨줬고, 도전 정신을 키워줬다고 생각해요. 당시에 장사하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거든요. 모델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도전 정신이 강해야 하고 집념이 강해야 해요. 당시의 그런 도전 정신이 모델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우리 나이 정도 되면은 인생의 굴곡이 있을 거예요. 그 굴곡 속에 숨겨져 있는 끼들이 다 있어요. 그 끼를 끄집어낸다면 모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제 나이 먹고 뭐 더 바랄 게 있겠어요. 다 내려놓고 뻔뻔하게 도전해보는 거죠. ‘밑져야 본전’이란 말처럼 끝까지 해보는 ‘도전 정신’을 발휘한다면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모델로써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세요?
이루고 싶은 것은 한도 끝도 없겠죠.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등 세계적인 패션위크에 한국 시니어의 대표 주자로 참가해 명성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저의 꿈입니다. 70대든 80대든 제 건강이 허락하는 이상은 모델을 계속할 겁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 더 나아가서는 귀감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포토그래퍼 CoolASPECT / 유운상
영상 감독 코메츠필름 / 김상은
의상 스타일링 허나리
헤어 메이크업 박진영
역시 인생은 60부터~ 멋져요!!!
인생2막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기사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