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열정을 만나는 시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남들보다 재능이 없어서라고 오해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많은 인문학자들이 ‘성공의 팔할 이상은 운’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어떻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고 입을 모아 얘기하죠. 재능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만 같은 예술가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진행 중인 <절필시대>는 재능은 있었지만 여러 연유로 인해 붓을 꺾어야만 했던 여섯 명의 근대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 조선미술전람회(당시 ‘국전’에 해당)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나 가정사, 질병 등으로 작품 활동을 중단했던 정찬영(1906~1988)과 백윤문(1906~1979), 1940년대 국내외에서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했으나 한국전쟁 발발 후 북으로 넘어가 작품 활동이 중단된 정종여(1914~1984)와 임군홍(1912~1979), 그리고 남들보다 앞선 창작 태도로 인하여 지금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잊혔던 이규상(1918~1967)과 정규(1923~1971) 등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삶과 시대를 오롯이 담아낸 화풍
특히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는 김환기, 유영국 등과 함께 신사실파(新寫實派, 1947~1953)를 결성하고 50세의 나이로 타계할 때까지 한국에서 보기 드문 극단적 추상을 지속적으로 추구했던 이규상은 근대 추상미술에 남긴 족적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사람들에게 잊혀 있었습니다. 워낙 과작이었을 뿐만 아니라 질병과 가난으로 인해 작품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현재 10여 점만 남아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7점을 만나볼 수 있어 한국 근대 추상미술의 태동을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삶과 당시의 시대상이 작품 관람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도슨트의 전문 해설(12시~17시까지 매시간 운영)이나 오디오 가이드 활용을 추천드립니다.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 가던 근대기 화가들을 만나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삶도 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본사 CSR추진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원상입니다.
평소 미술 보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미술관을 다녔는데 그 관심이 커져서 2년전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말에 전시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미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술작품에 눈에 보이는 않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사우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근대미술가의 재발견1 <절필시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기간: 2019년 5월 30일(목)~9월 15일(일)
요금: 2,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