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부터 운석이 날아오다
인간은 언제 처음 철을 만났을까? 철의 발견은 인류 문명 발전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었지만 이는 그야말로 하늘의 선물이었다. 운철(隕鐵)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졌다. 운석에서 발견되는 금속철을 말하는 운철은 철과 니켈의 합금으로 이뤄졌다. 이 운철의 발견은 인류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주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을 ‘와에배’라고 불렀는데 이는 ‘하늘의 선물’이라는 뜻이었다. 자연히 고대인들은 철을 매우 신성시했다. 단단하고 잘 부서지지 않는 철을 가지고 고대인들은 도끼도 만들고 날카로운 칼도 만들어 썼다. 지금으로부터 3천여 년 전에 묻힌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무덤에서도 운철로 만든 철제 단검이 발견되었다. 철제 기술이 등장하기 전, 철로 만든 물건을 지닐 수 있던 건 이집트 파라오 정도는 돼야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었으니 말이다.
이렇듯 인류가 운철에서 처음 철을 발견했다는 추측이 ‘운석설’이다. 물론 이것이 사실이라고 누구도 단언할 수는 없다. 너무나 오래전 일이고 관련 기록이 남아있을리도 없다. 학자들은 이 밖에도 몇 가지 추측을 더 하는데, 바로 ‘산불설’과 ‘채광착오설’이다. 산불설은 어느 날 산에 불이 나서 불을 껐는데 이때 땅 위에 있던 철광석이 열에 녹아 말랑말랑한 쇳덩어리가 되어 흘러내렸으니, 사람들은 그 쇳덩어리로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채광착오설은 인간이 처음으로 이용한 금속인 구리를 주조할 때 동광석을 사용했는데, 이때 철광석을 동광석으로 착각해 우연히 발견했다는 것이다.
철을 발견하는 순간, 인류의 문명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철을 가진 왕국은 이를 바탕으로 농사를 지어 풍요를 누렸고 무기를 만들어 주변 나라를 정복하며 제국으로 발전했다.
#히타이트, 철제 무기로 제국을 이루다
오늘날 터키를 포함해 흑해 남부 아나톨리아 고원지대를 중심으로 대제국을 이룬 히타이트는 흔히 ‘철의 제국’이라고 불린다. 기원전 약 18세기에서 13세기 사이에 존재했다는 히타이트 제국은 이집트나 바빌로니아 못지않게 세계사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해야 마땅하지만 남겨진 기록이 거의 없어 2백여 년 전만 해도 존재조차 몰랐던 잊혀진 왕국이었다. 20세기 대규모 고고학 발굴로 제국의 많은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들이 세계 최초로 철제 무기를 생산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들은 철을 녹여 야금을 하는 기술을 지니고 있었지만 다른 나라에는 알려주지 않은 채 비밀스레 전승하고 있었다. 당시 이집트 등에서도 극히 드물게 철기를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이는 모두 운철을 이용해 만든 것. 히타이트 이전엔 철광석을 캐서 재련하는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히타이트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철기 제조 기술이 외부로 알려질 수 없었다는 설도 있다. 히타이트에서 철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 황야에서만 만들 수 있었는데 생산량이 매우 적고 공급도 일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히타이트에선 바람의 신이 최고의 신이었다고 한다. 역시나 히타이트인들에게도 철기는 ‘초자연적인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이렇듯 몰래 간직한 야금 기술은 히타이트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들은 철로 만든 칼과 창을 가지고 전쟁터에 달려나갔다. 히타이트가 아나톨리아를 장악하며 대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철제 무기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멸망한 이후 비로소 서아시아, 이집트, 이란 지역으로 야금 기술이 알려졌고, 이후 전세계로 퍼져 나가며 인류는 철기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
#로마, 철로 세계를 정복하다
기원전 8세기 무렵 등장해 이후 지중해 세계를 통일한 로마는 세계사에서 불멸의 위치에 있다. 이들이 서양 문화에 남긴 정치, 경제, 문화적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로마의 신화적인 대제국 건설에도 철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에트루리아인들은 로마 문명의 전 단계 문명을 일으킨 이들로, 로마가 건국되기 전 이탈리아 반도에 살고 있었다. 유럽에서 철을 제일 먼저 사용한 에트루리아인들은 기원전 9세기 무렵에 이미 철기 제조법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탈리아 반도에는 철광석 광산이 많았다. 때문에 로마인들은 건국 때부터 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고대 로마 2대 왕인 누마 왕 시대에 이미 철공 조합이 있었고, 철광석 광산이 있는 지중해 엘바섬에 무기 공장을 세워 이곳에서 에트루리아인들이 철제 무기를 생산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영국 지역에서 철광석을 수입하기도 했다. 철제 무기도 많이 생산한 로마인들의 철제 무기와 갑옷은 지금도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익숙하다.
로마군의 가늘고 긴 투창은 얇고 잘 휘어지는 철로 만들어, 방패에 한번 박히면 빠지지 않고 구부러져 적의 방패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 밖에도 두 뺨을 감싸는 형태의 투구와 칼을 비롯, 강철로 된 두꺼운 판을 이어 만든 판금 갑옷 등이 로마 군인의 대표적인 무장이었다. 이렇듯 단단한 철로 만든 갑옷과 무기로 중무장한 로마군은 잘 조직된 막강한 군대를 바탕으로 지중해 세계를 하나 둘 점령해나갔다. 로마는 철과 함께 이루어졌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철과 함께하는 시간 여행」 한국철강협회 철강홍보위원회
「세상을 움직이는 카멜레온, 철」 김바다, 차수현 저
문학, 역사, 철학은 인문학 필수 분야. 현대제철인의 교양과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철로 풀어본 인문학을 연재한다. 이름하여 文史哲鐵(문사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