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라는 핏줄에 혈액을 공급하다, 당진제철소 원료기술팀

원료기술팀은 전 세계에서 수입한 석탄, 철광석, 석회석 등을 저장, 운영하며 원가와 품질의 균형을 맞춰 각 브랜드로 공급한다. 사람에게 피가 없으면 살 수 없듯 원료를 공급하는 원료기술팀이 없으면 제철소 또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위 왼쪽부터 | 조형구 대리, 강문관 대리, 임호경 팀장, 박정곤 대리, 이성열 대리
아래 왼쪽부터 | 문준혁 부장, 엽문수 사원, 김봉호 부장, 이창우 과장

항만 수송에서 원료 배합까지
원료기술팀의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세계 각지에서 채취한 원료들이 무사히 수입될 수 있도록 항만과 수송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일, 수입된 원료를 저장고에 보관하고 운영하는 일, 그리고 각 원료들을 최적으로 배합하여 원가를 절감하면서도 품질을 높이는 일이다.
원료기술팀은 매일 전 세계의 광산, 날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철광석 및 석탄 산지의 상황을 살피는 것은 물론 원료 수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에 날씨 및 사고, 폭동, 전쟁 등의 뉴스도 실시간 체크한다.
철광석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박정곤 사우는 “최근 브라질 광산 댐 붕괴 사고가 있었습니다. 철광석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지 몰라 시시각각 체크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석탄 관리를 맡은 이성열 사우는 “원료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원료 가격이 0.1퍼센트만 오르내려도 금액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예전에 시장이 나빠지기 전 미국 석탄을 대량으로 구입해둔 것이 적중해 원가를 크게 절감한 적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진제철소의 원료 저장고는 세계 최초의 밀폐형 저장고로, 분진이 날리는 것을 차단하는 친환경 설비다. 하지만 저장고에 넣어두는 것만으로 원료 저장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원료를 저장하는 데도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언젠가 배에 구멍이 나서 원료에 물이 좀 들어갔어요. 이게 조업에 들어가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민하다 페트병에 바닷물을 떠와서 침전을 시키고 실험한 적도 있습니다. 석탄이나 철광석은 벌크 제품이다 보니 다양한 이물질이 유입되는데, 이 때문에 벨트가 찢어지거나 설비가 내려앉는 문제도 발생하죠. 특히 명절에 긴장을 많이 해요. 그럴 때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인원이 없어도 비상 조치를 해야 하니까요.”


수입된 원료를 저장고에 보관, 운영하는 일은 원료기술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10년 간 1천억 원의 원가 절감
원료기술팀은 원가 절감의 시작이 원료 관리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품질 관리와 원가 절감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데, 지난 10년간 원료기술팀은 매년 50~60억 원씩 무려 1천억 원이 넘는 원가를 절감해왔다. 이창우 사우는 원료기술팀 팀원들을 셰프에 비유했다.
“최고의 재료를 써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뭐가 어렵겠어요? 원가를 생각하면서 적절한 재료로 손님이 좋아할 음식을 만드는 게 어렵죠. 저희는 고로, 코크스, 소결 등의 타부서를 ‘고객’이라고 부릅니다. 구매팀은 원가를 절감하라 하고 고객은 품질을 높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구매나 배합 어느 한 쪽에 치중해서는 안 되고, 그 안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우리의 역할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죠.”

이미 10년 전에 시작한 스마트 팩토리
적절한 배합을 위해 필요한 것이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다. 팀을 이끌고 있는 임호경 사우는 데이터 관리 능력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브랜드별 재고량, 선적량, 구매 단가, 성분, 강도 등을 집어넣고 목적함수, 의사결정변수, 제약조건 등을 시뮬레이션 한 뒤 일별 브랜드 사용량 및 재고량, 품질지수, 배합단가를 산출하는 것이 배합 시뮬레이션 모형입니다. 다뤄야 할 데이터가 많아서 데이터 분석, 통계 기법에 정통해야 하죠.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인과 관계를 밝혀내려면 데이터 관리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원료기술팀 팀원들은 뛰어난 데이터 관리 능력과 타부서와의 조율 능력을 자랑한다

석탄 수급을 관리하는 이성열 사우는 시뮬레이션을 잘하기로 정평이 났다. “우리나라에선 요즘에야 4차 산업혁명이나 스마트 팩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우리 원료기술팀은 이미 10년 전부터 선진 기법을 도입해 여러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다른 회사는 아직도 엑셀로 배합을 계산하는데, 저희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선적에서 입하까지 2~3개월의 계획을 짜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적절한 배합비를 찾죠. 최적화 프로그램 운영은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저희의 획기적인 원가절감을 보고 포스코에서 부랴부랴 비슷한 부서를 만들었을 정도입니다.”

팀원 각각이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 업무가 효율적으로 세분화되어 있고 개방적인 팀 분위기도 장점으로 꼽는다. 또한 일을 하다 보면 회사에 대해 폭넓게 알게 되므로, 타부서에서 호시탐탐 원료기술팀 인재들을 끌어가려고 한다며 자부심을 비춘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지만 그만큼 자부심도 강한 팀이 바로 원료기술팀이다.

이창우 사우
팀원 전원이 지목한 히어로는 이창우 사우. 철광석, 석탄등 각 원료 담당으로 분업화된 팀원들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고 있다. 10년 넘게 원료 관리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업무를 속속들이 잘 알아 팀원들이 믿고 의지한다. 하지만 정작 이창우 사우는 공을 다른 팀원들에게 돌린다. “제가 잘 한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잘해서 제가 있는 겁니다. 우리 팀은 1명이 2~3명 몫의 일을 하기 때문에 큰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이창우 사우가 존경하는 인물은 아이젠하워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아이젠하워 대령은 미국의 34대 대통령이 되었다.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뚫는 추진력과 주변인과의 원활한 소통력으로 유명하다. 원료기술팀은 각 부서 사이에서 조율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기에 이창우 사우는 아이젠하워의 소통력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우리 팀 히어로’로 뽑힌 이유를 다른 직원들의 공으로 돌리는 모습만 봐도 이미 이창우 사우는 아이젠하워를 닮은 히어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