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김승주 사우
당진제철소 냉연정비2팀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철학에 관해 이론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실생활에서 철학적인 사고를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강의를 정리한 책으로 부정(否定), 선도(先導), 독립(獨立), 진인(眞人), 문답(問答)의 다섯 꼭지로 구성돼 기존의 나를 벗어나 참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의 본문에 실려있는 독립 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글은 우리 스스로 사유하는 사고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우리 조선 사람들은 매양 이행 이외에서 진리를 찾으려 하므로,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고, 무슨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 그리하여 도덕과 주의를 위하는 조선은 있고, 조선을 위하는 주의와 도덕은 없다. 아, 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냐. 특색이라면 특색이나 노예의 특색이다. 나는 조선의 도덕과 주의를 위하여 곡하려 한다. -중략
철학은 실생활과 떨어질 수 없는 사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과 관계없는 외국의 철학 사상을 받아들이며 단순히 그 사상을 외우고 외국 사상가의 시선으로 삶과 세상을 논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여겼다. 진정한 철학은 자신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물에 묻고 답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항상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고 또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내용 중 북한산에 오르다 목격한 장면들에 대해 얘기 나누는 부분이 있다. 계곡에서 맥주를 마시고 난간을 넘어 위험하게 올라 온 등산객들이 세월호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성토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같은 대형 사고들, 대통령 탄핵 등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일들 앞에서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미 정해져 있는 이념과 신념을 수행하거나 지키려는 종속적인 삶보다 자신의 덕을 고민하며 능동적 주체로 살 것을 제시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 탓하기보다 자발적이고 책임감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나에게 왜 주인이 되어야 하는지, 내 아이들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사물과 세상을 봐야 하는지에 대해 뚜렷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많이 정리해 주었다. 물론 회사 업무에 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기계 정비 일을 하면서 설비를 바라볼 때도 나만의 주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설비를 바라보게 됐고 효율적인 업무를 실행할 수 있었다. 이제는 기존 설비를 더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닌 ‘이 세상에 없는 설비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꿈을 꿔본다.
더 많은 현대제철 사우들이 주체적으로 철학적 사고를 하면 ‘철, 그 이상의 가치 창조’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