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WK리그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현대제철 여자축구단 ‘레드엔젤스’. 사람들은 불패의 신화를 쓰고 있다고 말하지만 첫 통합우승을 달성하기 전 그들은 4년 내리 2등을 하며 우승의 직전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실패의 중요성을 알기에 도전의 성과가 더욱 값진 것임을 알고 있는 현대제철 소속 레드엔젤스 김정미, 이세은, 장슬기 선수를 만나 도전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Q. 도전, 왜 중요할까?
이세은 선수: 도전하지 않으면 경험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실패든 성공이든 도전을 해야만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최인철 감독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성공을 하고 나면 DNA가 생긴다고요. DNA가 기억하는 성공의 달콤함을 체험해봐야 성공의 욕구가 더 강해진다는 것인데요. 저희가 첫 WK리그 통합우승을 하기 전 몇 년간 계속 준우승만 했었어요. 4전 5기로 우승한 뒤부터 연달아 4연패를 한 것이 성공DNA가 생겼기 때문이라고요. 맞는 것 같아요. 우승이 주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기쁨이거든요. 모든 것은 도전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미 선수: 도전이 선수들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이 매 순간의 도전과 경험으로 이루어지는 건데, 아무 도전도 해보지 않고 산다면 세은이 말대로 그것이 주는 성취감조차 느낄 수 없겠죠. 우리 삶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도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장슬기 선수: 도전을 안 하면 인생의 재미도 없을 것 같아요. 어떤 목표를 세워놓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이룬 후 성취감 느끼며 다시 도전해보고, 그런   과정에서 삶의 재미와 의미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도전을 잊고 산다면 정말 무미건조할거예요. 운동선수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많은 분들이 매 순간 도전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도요. 도전이 있어야 인생이 흥미롭고 미래가 궁금해지는 거겠죠.

Q. 축구선수로서 도전이 주는 가치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다면?
이세은 선수:
저는 선수생활 17년 차 미드필더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당시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운동이 좋고 배우는 것이 즐거워서 별 생각 없이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나는 축구선수다’라고 인식하고부터는 재미보다 어려운 부분이 많아지고 두려움이 커져 ‘내가 잘못해서 지면 어쩌지’ 라는 걱정도 많아지고, 실패의 두려움 속에서 선수생활을 하게 되었죠. 그러던 중 두려워도 도전하는 것이 용기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그러려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한데 축구를 하면서 도전은 ‘나를 믿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김정미 선수: 골키퍼인 저의 포지션에서 본다면, 예전에는 조금만 위험해도 공을 걷어내는 안정적인 축구를 추구했는데요. 요즘은 제 킥이 공격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감독님께서 상기시켜 주십니다. 사실 공을 막아내는 것 만으로도 어려운데 공격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이 좋고 공격의 시작이 되는 골키퍼로서 제가 일조했을 때 그 두려움은 자신감으로 바뀌고 더욱 과감해지기도 해요. 그것이 도전이 주는 매력인 것 같아요. 경기를 하는 매 순간 도전의식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통합우승이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없었겠죠.

장슬기 선수: 축구는 제게 설렘과 두려움을 함께 줍니다. 언니들에 비해 아직 배울 게 많고 어리다는 이유로 조금은 편하게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선배의 역할을 하게 될 날이 올텐데 언니들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잘 할 수 있으려면 많이 보고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배움의 연속이라는 면에서 축구도 인생과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살피며 전술을 바꾸기도 하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고민해야 하고. 그런 과정과 도전들이 결과에 담겨지는 거겠죠.

Q. 향후 계획 및 목표는?
김정미 선수: 당장은 올해 5연패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저희 팀의 목표입니다. 절대강자로 주목을 받다 보니 수많은 도전을 받아야 하는데요. 필사적으로 뛰는 상대팀을 맞아 저희도 저희 자신을 경쟁상대로 삼아 더욱 필사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0대가 되면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데 저 또한 피할 수 없어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지만 지도자가 되어 축구선수를 양성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인생 후반전을 무엇으로 채울지 생각하면 또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지만 선수생활로 터득한 것이 있으니 두려워도 도전해봐야겠죠.

이세은 선수: 우리 팀은 선수층이 두꺼워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있어요. 다른 팀에 비해 국가대표가 많다는 것도 강점이고요. 이러한 강점을 경쟁력으로 살려     5연패의 신화를 달성하고 싶습니다. 또한 단지 우승만 아닌 좀 더 즐겁고 재미있는 축구경기를 보여주면서 우승하고 싶어요. 경기내용이 재미있고 다양해야 여자축구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리그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게 많지만 주장으로서도 팀을 잘 이끌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지요. 앞으로 부상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더욱 체력도 다지고 감독님 말씀대로 많은 경험을 통해 더욱 성장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슬기 선수: 모든 팀들이 우리와 뛸 때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경기에 임합니다. 동기부여가 강하게 되나 봐요. 상대 팀들이 이기기 위해 이 악물고 뛰기 때문에 저희로선 쉬운 팀이 없어요. 정미 언니의 말대로 저희도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합니다.   나태해지지 않게 옆에서 독려하시는 감독님과 함께 응원하는 선배님들을 잘 따르고 배워 우리 팀이 5연패, 6연패를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맡은 포지션에도 충실히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김정미 선수
골키퍼
저희 팀은 질서와 체계가 잘 잡혀 있어 그러한 요소들이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선후배 따지지 않고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선수들 모두 착하기까지 합니다. 힘든 부분 많을 텐데도 주장인 세은이가 강단 있게 잘 이끌고 있으니 맏언니인 저는 선배로서 절제되고 의연한 모습 보여주며 후배들의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이세은 선수
미드필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만 하는 것은 너무 힘들죠. 그만큼의 지원도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저희 팀은 다른 팀들에 비해 많은 배려를 받고있어요. 회사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거든요. 단지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스마트하게 경기하도록 노력할 테니 저희 레드엔젤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장슬기 선수
미드필더
골 욕심보다는 어시스트를 잘해 팀 전체의 승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선배님들이 책임감을 갖고 힘든 순간들을 짊어지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로서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은데요. 그만큼 더욱 열심히 하고 미드필더로서 많이 성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