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에서 추억 만들기

결혼 21년 차 부부 서영식 사우와 아내 정영화 씨에겐 대학생 아들 동현(20세)과 고등학생 딸 예슬(19세), 아들 동윤(17세) 등 세 자녀가 있다. 질풍노도의 고등학생 자녀가 둘이나 있는 관계로 최근에는 가족 여행은 고사하고 인근 나들이조차 함께 하기 여의치 않다는 서영식 사우 가족이 오랜만에 외출에 나섰다. 경주 황리단길에서 서영식 사우 부부와 딸 예슬 양을 만났다.

“황리단길은 처음 와봤어요. 포항에서 가까우니 수능 끝나고 나면 친구들과 다시 와보고 싶어요. 학생으로서 자식으로서 지금 제가 할 일은 성실히 공부하는 것이에요.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과 여행 많이 다니고 친구 같은 딸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
– 딸 서예슬 양

가족과 함께 흑백사진
경주에는 본가가 있어 명절에 자주 오가지만 요즘 핫한 장소로 떠오르는 ‘황리단길’은 처음이라는 서영식 사우 가족. 황리단길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을 통해 유명해진 사진관에서 흑백 가족사진 촬영하기다. 온 가족이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에 서영식 사우 부부는 서운함을 토로했지만 가족 티셔츠까지 맞춰 입을 정도로 이날 나들이는 가족에게 특별한 이벤트였다.
“큰아들은 구미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막내 동윤이도 일이 있어서 오늘 가족 데이트에 함께 못 왔어요. 아쉽지만 딸 예슬이가 따라와줘서 다행이에요. 가족보다는 친구와 어울려 노는 것이 즐거울 나이인데도 예슬이가 엄마 아빠와 시간 보내는 것을 꺼리지 않고 함께 해주니 부모로서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제 할일 야무지게 하면서 가족에게도 잘하는 착한 딸이랍니다.”
5분만에 나온 흑백사진은 이날 가족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니 관광객들로 금새 줄을 선 사진관을 뒤로 하고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한옥들이 내려다보이는 황리단길의 한 카페로 향했다.

“아이들이 제 갈 길들을 찾아 둥지를 떠나고 나면 지금 이 순간이 그리울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 가족이 완전체로 모여 여행하고 나들이하는 시간을 더욱 많이 갖고 싶습니다.”
– 아내 정영화 씨

21년 차 부부의 바람
서영식 사우와 아내 정영화 씨는 이웃집 할머니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독신을 고집하던 정영화 씨는 친정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을 결심하게 됐고 등산복 차림에 자전거를 끌고 나와 자판기 커피를 사주던 서영식 사우와 결혼했다. 잘 보이려 허세를 부리거나 굳이 애쓰지 않았던 서영식 사우의 무심한 모습에서 오히려 진솔함을 읽어낸 것은 부부의 인연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무뚝뚝한 두 아들은 둘째치고 말이 없고 무심한 남편의 그 모습이 불만사항이 돼버렸다며 웃는 정영화 씨. 21년 전을 떠올려보면 그때도 지금도 남편은 변함없는 모습인데 자식이 생기고 케어를 해야 하는 엄마의 입장이 되고 보니 집착도 욕심도 하나 둘씩 늘어나는 것 같다고 한다.
정영화 씨는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며 간섭이 되더라도 소통의 시간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지만 표현에 서툴고 침묵이 익숙한 서영식 사우가 할 수 있는 것은 말없이 아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주는 것. 부부의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본질은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서영식 사우 가족은 딸 예슬이가 수능을 마치는 11월 경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서영식 사우와 아내 정영화 씨는 모처럼 경주로 나들이하게 되어 즐거웠다며 회사에서 마련해준 기회로 황리단길을 체험한 것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이날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저의 무뚝뚝한 성격 탓에 표현을 잘 못한 것 같아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애써주는 아내가 언제나 고맙습니다.”
– 서영식 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