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대표 건축가인 독일의 루트비히 미스 판 데어 로에(Ludwig Miew van der Rohe:1886~1969)는 ‘신(God)은 디테일(Detail)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볼트와 너트 하나까지 꼼꼼히 챙기는 설계로 유명한데 사소한 차이가 엄청난 실패를 가져올 수 있으며 결정적 힘의 단초가 됨을 지적한 것이다. 디테일 경영의 대가인 왕중추(칭화대 명예교수) 또한 그의 저서를 통해 100-1=99가 아니라 0이라고 규정하며 1퍼센트의 사소한 실수가 모든 것을 잃게 할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디테일의 중요성과 그 차이에서 오는 엄청난 대가를 다양한 기업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디테일의 본질은 선택과 집중
지금 우리는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되는 20세기를 지나 디테일이 성패를 좌우하는 무한경쟁의 21세기를 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성공한 기업의 빛나는 모습에 주로 선망의 눈길을 보내며 그들이 디테일한 부분에 얼마나 세심한 노력과 관심을 쏟았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전 맥도널드 사장 프레드 터너(Fred Turner) 역시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경쟁업체가 자신의 직원들을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디테일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라며 디테일에 대한 노력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패한 기업들의 문제 원인은 전략상의 실수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디테일한 부분에 미흡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전략상의 실수도 따지고 보면 디테일의 오류에서 기인한 것으로, 전략도 디테일에서 시작해 디테일로 끝나는 셈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본질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130년 역사를 자랑하며 한때 세계 최대 필름업체로 독보적 위치에 있던 코닥.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코닥은 미래에 디지털 시대가 열릴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경영진은 디지털이라는 변화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나아가기를 주저했고 필름이 가져다 준 달콤함에 안주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꼼꼼한 관리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전략의 필요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코닥은 뒤늦게 잉크젯과 상업용 프린터 사업 등에도 진출해봤지만 회사에 별다른 이익을 가져오지 못한 채 결국 지난 2012년 1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코닥은 2014년 파산보호에서 졸업했지만 아직 예전의 명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
반면 코닥과 함께 필름시장을 양분했던 후지필름의 행보는 흥미롭다. 필름의 원자재가 콜라겐이란 점에 착안해 화장품 시장에 뛰어 든 것이다.
후지필름은 70여 년 동안 콜라겐을 연구해 사진변성을 막는 열화방지 기술을 축적했고 이 열화방지 기술을 피부의 콜라겐 유지를 위한 화장품에 활용했다. 또한 사진의 변색을 막는 황산화 성분 관련 기술도 피부노화방지 화장품에 요긴하게 쓰였다. 필름산업과 화장품산업의 연관성을 간과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분야를 선택한 후지필름은 화장품 사업만으로 2010년 기준 매출 9174억 엔(12조여억 원)을 달성하며 3퍼센트 대에 머문 필름 사업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배를 만드는 기업에서 자동차기업으로 탈바꿈한 도요타, 개인용 컴퓨터를 과감히 버린 IBM 역시 변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 여전히 롱런 중이다.
1990년대 세계 컴퓨터업계에서 강자로 떠오른 델에서도 이러한 철학이 엿보인다. 델에서는 현상유지는 결코 좋지 않다는 믿음이 있다. 이는 “5초간 기뻐하고 5시간 반성하라”는 델의 CEO 마이클 델(Micheal Dell)의 말로 대변된다. 성공이 있더라도 칭찬은 5초 뿐, 더 나은 개선을 위한 5시간의 꼼꼼한 노력이 뒤따라야 함을 강조한 델의 믿음은 초효율적인 제조업체와 공급자로서 델의 위상을 세우는 초석이 되었다.
또한 델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18개 과정으로 분리해 52개의 목표와 300여 개의 실천규범을 설정해 놓는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갖고 있는 세밀한 특허가 많다. 덕분에 경쟁업체들은 델을 가리켜 ‘볼 수도 있고 이해할 수도 있으나 따라 할 수는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성공은 우연이 아닌 필연에서 오는 것
작금의 경쟁은 디테일의 싸움이다. 디테일을 중시하고 우위를 점하는 기업만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테일이 개선될 경우, 소비자는 1퍼센트의 우세를 근거로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 1퍼센트의 경쟁을 위해 많은 기업들은 끊임없는 변화화 혁신을 꾀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일거에 변화하려는 과도한 욕심은 위험하다. 망하는 회사는 있어도 망하는 부서는 없다고 한다. 꼼꼼한 관리를 통해 무엇을 선택하여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직원들을 올바로 채용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그들이 일상적이고 디테일한 업무에 얼마나 성의를 다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꼼꼼한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며 원가절감과 기술혁신,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해 노력한다면, 어느 기업이든 새로운 수익의 여지를 발견할 수 있다.
개인 또한 마찬가지다. 늘 위대해 보이는 것만을 갈망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성공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평범한 것도 간과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일 때,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성공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는 것, 이것이 디테일의 매력이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성공의 기회를 거머쥐는 일은 얼핏 보면 우연인 것 같지만 실은 필연적인 것이다. 평소의 좋은 습관이 기초가 되지 않으면 어떤 것에서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테일을 중시하고 작은 일도 세심하게 처리하는 습관을 기르자. 성공은 바로 매일매일의 노력이 쌓여 계속 발전해나가는 과정이며, 그 어떤 요행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한걸음 다가오는 것이다.